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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불참’이 비민주적이라고? / 정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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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모기토끼
추천 : 52
조회수 : 3984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8/21 13:48:04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8/21 10:44:44
[아침 햇발] ‘주민투표 불참’이 비민주적이라고? / 정재권
한겨레 | 입력 2011.08.09 19:20






'주민투표 불참=비민주주의' 주장은 주민투표 취지를 왜곡하고 되레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고 패배를 자인한 비겁한 행동이다."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특강에서 한 얘기다. 쉽게 눈치챘겠지만,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불참하려는 진영에 대한 비난이다. 오 시장은 "보편적 복지에 자신이 있다면 그것이 옳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불참운동이 비민주적이라고 규정했다. 


충분히 예상됐던 수다. 주민투표에 목을 맨 오 시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유효 투표율 33%를 채우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로선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반대 진영을 몰아세우고 심지어 화를 돋우어서라도 투표율을 높이는 게 절대과제다. 급기야 서울시는 주민투표 불참운동에 대한 선관위의 엄정한 법 집행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주민투표 불참은 정말 비민주적일까? 투표에 참여해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우리는 배우고 가르쳐 왔다. 낮은 투표율은 대의제의 정신과 투표 결과의 정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30%보다는 60~70%의 투표율로 선출된 권력이 더 자신있게 힘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이런 일반 원칙이 주민투표에도 그대로 적용될까? 주민투표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시장·군수·구청장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와는 성격이 다르다. 주민투표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에 관한 주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지자체의 특정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뜻을 모아 투표를 성사시키고,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뜻이 관철되도록 하는 게 주민투표의 일반적인 형태다. 

주민투표와 일반 선거의 중요한 차이가 바로 이 '반대의 자발성'에 있다. 투표율이 아무리 낮더라도 여러 후보 가운데 최고 득표를 올린 사람이 당선되는 선출직 선거와 달리, 주민투표는 특정 정책에 대한 반대가 얼마나 적극적이고 광범위한지가 성패를 가른다. 주민투표법이 유권자 5% 이상의 서명을 주민투표 청구 요건으로, 33% 이상의 투표율을 주민투표 성사 요건으로 정해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대의 자발성이 유의미하게 확인돼야만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깨고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철학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특정 정책의 변경을 바라는 이들은 반대론이 주민투표 성사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애를 써야 한다. 반면 투표 대상이 된 정책의 지속을 바라는 유권자라면 주민투표에 참여해 현행 유지 뜻을 밝히거나, 주민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나타내면 된다. 투표에 불참하는 것도 현 정책을 지지하는 분명한 의사표시 행위이다. 이는 결코 비민주적인 자세가 아니다. 

지난 2009년 8월26일 제주도에서 실시된 김태환 제주지사 주민소환투표를 떠올려 보자. 주민소환법도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만 유효하며, 3분의 1 미만일 경우 투표함을 아예 열지 않는다. 주민투표법과 마찬가지로 '반대의 자발성'이 중시된다. 하지만 유권자 41만9504명 가운데 4만6076명이 참여해 투표율이 11.0%에 그쳐 개표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투표 과정에서 투표방해 행위를 둘러싼 관권 개입 논란이 제기되긴 했어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90% 가까운 유권자가 '비민주적'이었다는 주장은 나오지 않았다. 

오 시장이 외치는 '주민투표 불참=비민주주의'라는 주장이 오히려 주민투표의 취지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에 가까울 수 있다. 진실은 간명하다. 서울시의 엄정한 법 집행 요구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은 이렇게 답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참운동을 (정당한) 투표운동의 하나로 인정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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