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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양산형' 소설에 대해 몇 가지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6311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잿더미
추천 : 1
조회수 : 56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10/30 18:15:48

고등학생 때 부터였나, 흔히들 말하는 '양판소' 같은 책들을 봐왔습니다

'언젠가 한 번 이거 가지고 글을 써봐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편의를 위해 줄줄줄 이어쓰지 않고 적당한 곳에서 엔터를 이용해 끊어치기를 하겠습니다



1. '양판소'란?


'양판소'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의 줄임말 입니다.

'양산형'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이유는 '뻔한 설정'이 아닐까 합니다.

드래곤과 엘프와 드워프가 나오며, 검과 마법을 쓰는 중세 유럽의 세계입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2. 본격적으로 짚어봅시다.


2-1. 사용하는 언어


물론 판타지는 작가 마음대로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작가가 설정해 놓은 부분에 대해 함부로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단, 위에 명시한 것 처럼 중세 유럽의 세계를 표방한 경우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에둘러 배운 것이 고작이라서,

디테일하고 전문적이게 비판을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1) 하지만 세계사를 조금만 들여다 보면 중세의 유럽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괜찮을 것입니다.

18세기의 산업혁명이 있기 전, 영어를 쓰는 나라(즉 영국)은 굉장한 후진국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유럽의 여러나라들은 영국이 아닌, 프랑스의 귀족문화를 따라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이원복 교수님의 '먼나라 이웃나라' 에서는, 그당시 영어를 쓰던 사람들을 촌놈들로 표현 하기도 했지요.

2) 또한, 후에 말할 내용이긴 하지만

'엘프'와 '드워프' 등의 개념은 북유럽의 신화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판소 하면 으레 나오는 것이 마법 주문인데,

그 마법의 형태는 드루이드가 룬을 통해 구현하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알고 있습니다(틀린 정보일 경우 사과드립니다)


2-2. 드래곤과 엘프, 그리고 정령


드래곤은 흔히 초월적인 존재로 표현됩니다. 방대한 마나를 '드래곤하트'에 담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요.

엘프는 '인간의 이상향'적인 존재로 등장합니다. 크고 늘씬한 키, 탄탄하거나 혹은 볼륨있는 몸매.

활을 잘 쓰고 귀가 뾰족합니다.......만 이건 이상향이라기 보다는 그냥 설정이니까 넘어갑시다.

정령은 별다른 설정이 추가되지 않은 경우 항상 4대속성을 가지고 나오지요.

엘프의 경우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그 최초 중 하나겠지만,

드래곤의 경우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저 설정을 담은 시초가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둘 다 수명이 매우 길다는 점에서 '장생'을 원하는 마음이 반영되었겠지만

엘프는 '외모의 아름다움', 드래곤은 '강함'이 특히 강조되었지요.

뭐 드래곤도 '폴리모프(외형변화)'의 주문을 통해 아름다운 인간으로 변하기는 합니다만.......


*작은 투덜거림을 담아보자면,

물의 정령으로 자주 나오는 '운디네'는 Undine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아니, 일본식이라기 보다는 그거죠. 그냥 보이는 대로 두글자씩 끊어서 읽은 경우.

몇몇 설정에서는 그 상위개념으로 상급정령 '운다인'이 보이기도 합니다만, 참.......

똑같은 단어를 여러번 우려냈다고 하면 되겠죠.


2-3. 마법


양판소의 마법사들은 '써클(Circle. 역시 영어입니다.)'이라는 개념을 통해 몸에 마나를 축적합니다.

[심장 근처에 마나가 순환하는 원형의 고리를 만들어 그 고리의 갯수에 따라 강함을 측정한다]는 설정이지요.

참, 공식을 쓰는 것도 아닐텐데 대부분은 이 개념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한 내용이지만, 주문은 죄다 영어.

여기서도 한가지 투덜거릴 것이 있는데, 바로 메테오(Meteor)입니다.

운석(혹은 거대한 불덩어리)를 소환하여 지상에 내려 꽂는 마법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요.

이 역시 일본식 발음, 이라기 보다는 위의 Undine 처럼 두글자씩 끊어 읽은 결과물입니다.


2-4. 먼치킨


먼치킨은 흔히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다른 모든 것을 찍어누를 수 있는 존재'를 표현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양판소에서는 주인공이 소설이 전개됨에 따라 먼치킨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굳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존재할 수는 있지요.

위의 설정을 토대로 잡자면 드래곤들이 가장 가깝겠습니다.



3. 클리셰


왜 사람들은 영어를 썼을까요.

1) 한국인이 읽는, 한국어로 된 소설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선 영어교육이 거의 의무화 되어 있지요.

따라서 글을 쓰는 입장이라면 물론 다른 언어를 통해 표현을 해도 좋지만,

자잘한 세부설명은 줄이고 좀더 스토리라인에 집중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영어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주문'의 경우 영어해석만 제대로 하면 대강 뭘 하려는 것인지는 알고 있으니까요.

2) 어쩔 수 없이 '양산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상,

진짜 진지하게 하나하나 신경을 써가면서 탄탄하게 전개를 하고 싶은 작가가 있는가 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세계를 하나 통째로 창조하는 작업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지요.

그냥 자신이 읽었던 소설 중 괜찮은 배경을 잡은 소설의 그 배경을 사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중세 유럽이라고는 하지만 디테일하게 그 나라 말을 배우고 하는 것도 귀찮을 수도 있습니다.

정 뭐하면 '세계는 중세 유럽이지만 사용언어는 영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엘프나 드래곤 등 기타 설정의 경우 또한 크게

1) 세세한 설정을 하나하나 만들어내기가 너무 귀찮은 경우

2) 이 쪽으로 설정을 잡고 글을 쓰는 것을 원했을 경우

이 두가지가 있겠지요.


먼치킨의 경우 '대리만족'이 드러난 결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4. 기타 & 맺음


양판소 중에서도 특히 악질로 볼 수 있는 속칭 '중2병 소설'.

주인공의 나이는 작가와 동갑이고, 외모는 작가의 외모를 미화한 형태이며, 철학적 주제를 어설프게 다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짜 생각이 없는 상태로 아무렇게나 휘갈기지 않는 이상,

그 소설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쓸 때마다 내면의 자기성찰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때로는 그 자기성찰의 결과물이 안 좋게 나올 때도 있지만요.


먼치킨류 소설의 경우, 참 뻔하디 뻔한 전개이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통쾌하게 자신을 가로막는 적을 없애나갈 때마다

위에서 말한 '대리만족'의 형태로 가슴 속이 시원해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적어도 본인의 경우는 가끔 그럽니다.......)



문득 글을 읽다가 '아 이런식으로 사람들의 창의력이 제한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를 가두는 형태로 말이지요.

저 스스로도 가끔 글을 쓰기는 합니다만,

어느 날 소재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자연스레 그쪽으로 생각이 흐르는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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