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대로 집을 향했고 너는 너의 친구들이 가득한 술자리로 향했고 그저 그랬던 평범한 만남이.. 아니, 너를 만남으로써 다음날 뜬눈으로 출근했던 날 생각하면 그리 평범하진 않았지만. 그 평범하다 생각했던 날이 너와 나의 마지막 만남이었을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나는 평소때와 같이 직장에 나가 일을 하고 넌 학교에 가기 위해 이곳을 떠나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은 도대체 누가 말한건지 틀린게 하나도 없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타지로 간 너는 그대로 내 곁을 떠났다. 미지근한 너의 태도를 보며 나 혼자만 사랑이라 여기는 것인가 고심했던 밤이 많았다. 이제 생각해 보니 나는 너에게 한여름밤의 꿈이 아니었나 싶다. 열대야처럼 뜨겁고 습하게 달아오르지만 눈을 뜨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늘함이 지배하는 새벽을 맞듯이. 난 너에게 그런 사람이었나보다. 하지만 나에게도 너는 한여름밤의 꿈이다. 한갓 꿈일지라도, 오랜 시간 곱씹어보며 추억과 그리움에 잠길 수밖에 없는.
간밤의 꿈에는 니가 나왔다. 깨어나자마자 한참동안 꿈속에서의 너를 생각했다. 하지만 꿈의 내용은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잊혀져버린다고 했던가, 지금은 네가 나왔다는 것만 기억할 뿐 내용은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젠장, 빌어먹을, 명백한 후회가 앞선다. 왜 좀 더 상세히 기억해놓지 않았나... 꿈속에서라도 난 너와 행복했을텐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순간의 기억을 이리 흩날려버렸나.. 오늘밤 꿈에라도 네가 나왔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그렇게라도 너를, 너의 모습을 보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들다. 눈 뜨면 깨어질 무지개일지라도, 보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아름답다며 탄성을 자아내듯이 나는 그 순간 속으로 잠시나마 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