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사랑스럽게 날 뒤돌아 보는 순간을
나 역시 사랑스러워 하는 느낌
아무 것도 없는 푸른 초원 한 가운데서
날 뒤돌아 보는 여자의 모습이
마치 이 순간이 현재가 아닌 과거를 회상한다는 듯 말해주는 아련함.
사진을 보고 느낀 제 감정입니다.
아재들의 수많은 초고퀄리티 사진들을 보다가
유독 이 사진에서 눈이 못 떠났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의 달콤함, 행복감 그리고 아련함을
이 사진으로 느낀 것 같아요.
사진 때문인지 간밤에 꿈을 꿨습니다.
졸업식 날,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누군가의 물건을 대신 찾아주는 꿈이었어요.
정말 열심히 찾아 다녔지만 결국 못 찾고 잠에서 깼어요.
물건의 주인도 못 만났구요.
물건 주인은 어렸을 적 저에게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느끼게 해 준 소녀였어요.
오랜 짝사랑을 하다가 소녀가 먼저 고백해서 사귀었죠.
하지만 너무 어려서
둘 다 심할 정도로 연애에 서툴렀어요.
단 둘이 데이트 한 번 없었고
심지어 손 한 번 잡지도 않았어요.
그저 학교에서 편지나 선물을 주고 받는 찰나의 순간이 연애의 전부였어요.
사진처럼 평범하지만 특별한 둘만의 시간이 한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연애는 서툴렀어도 소녀가 절 사랑해 주는 마음은 한결같았어요.
저는 아니었어요.
오랜 짝사랑의 시간에 비해 너무나 빠르게 식어갔습니다.
소녀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많이 줬죠.
제 마음 속엔 아직까지 소녀에 대한 죄책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꿈에서 소녀의 물건을 찾아주러 돌아다닐 때
너무 설레고 행복해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소녀를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다는 행복감
소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
꿈 꾸는 동안 소녀에 대한 죄책감은 기대와 설레임 속에 파묻혔어요.
다시 만나면 못 해 줬던 데이트를 하고 싶었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날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는 소녀의 모습을보고 싶었어요.
저도 그런 소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기나긴 세월에 제 머릿 속에서 소녀의 얼굴이 희미해진 탓인지
결국 못 만났네요.
정말 오래간 만에 소녀에 대한 꿈을 꿨어요.
기억의 심연 속에 한참동안 가라 앉았던 것을
꿈으로 다시 끄집어 낼 만큼 사진이 강렬했나 봅니다.
사진은 문외한이라 위의 사진이 기술적이나 이론적으로 좋은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에게 위의 사진은 제 마음을 뒤흔든 훌륭한 작품입니다.
오늘 하루종일 마음이 싱숭생숭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