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중국 역사 속의 명장(明將)들을 꼽아보라 하면 한신(韓信), 악비(岳飛), 악의(樂毅) 등의 사람들이 거론되곤 하는데 그 많고 많은 중국 역사 속 명장들 중, 진경지(陳慶之)란 인물을 언급하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진경지란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데에는 아무래도 앞에서 말한 한신, 악비, 악의 등과 같이 전한(前漢), 남송(南宋), 춘추전국시대라는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는 중국 역사 속 시기에 활약했었던 경우와는 달리, 반면 이 진경지란 사람이 남북조 시대에 활약했었다는 것과, 이 남북조 시대라는 네임벨류 자체가 그리 친숙하지는 않다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를 모른다해서 세상이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서인 <양서(梁書)>에서는 그를 한(漢)대의 명장들인 한신(韓信), 곽거병(霍去病), 위청(衛靑) 등에 비교하였고 이후 당(唐)대에 들어서면 역시 춘추전국시대의 명장들인 악의(樂毅)와 염파(廉頗)에 필적한다 하였으니 기록으로나마 그에 관해서 대강이나마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후 일본에서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장 4명 중 일원으로 진경지를 뽑았고 오늘날에는 그를 주인공으로 하여 일대기를 다룬 <분류(奔流)>란 소설이 있을 정도로 그 명성이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BBC에서 뽑은 세계 역사 속 명장 100인 명단에 들어가는 명예를 입었다고도 하는데, 저도 확실치 않은터라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어쨌든 그만큼 대단한 양반이었다라는 것만 알아두시면 되겠네요.
다나카 요시키 作 소설 <분류(奔流)>에서의 삽화. 말 탄 사람이 진경지라 하는데 저도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우선 그가 활약했던 남북조 시대란 시기에 관하여 보자면, 이 남북조 시대는 삼국시대가 지나고 이후 5호 16국 시기를 거쳐 시작된 시기로, 약 한 세기에 걸친 시대입니다. 남북조 시대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화북지방에서의 이민족들의 왕조들을 통칭, 북조(北朝)라 하였고 화남의 강남지방에서의 한(漢)족 왕조들을 북조와 대립되는 의미로 남조(南朝)라고 칭했는데요, 북강남약(北强南弱)이라 하여 대체로 이 남북조 시대 동안엔 북조가 남조를 압박하고 위협하는 형세를 이루고 있었는데 유일하게 그 구도를 잠시나마 뒤바꾸었던 시기가 있었으니, 바로 남조의 양(梁)나라와 북조의 북위(北魏)가 대립하던 때입니다. 그리고 그 역전극을 이끌어냈던 이가 바로 진경지(陳慶之)이고요. 이 진경지에 관하여 간략하게 소개해보자면 뭐랄까, 흔히 명장(明將)이라 해서 연상되는 이미지와는 매우 거리가 먼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뭐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자고로 명장이라 하면 지략에도 출중할 뿐만 아니라 무예에도 역시 능하다라고 인식되기 마련인데요, 이 진경지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몸이 허약하고 검술은 젬병이었던데다 기마술이 형편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말을 타는 것 자체를 잘 못했다라고 하면 상상이 가실런지요. 허나 그 약골체질에 걸맞지 않게 그의 가문은 대대로 무장을 배출한 무인집안이었고, 진경지 역시 집안의 전통에 따라 무인의 길을 걷게 되니, 비로소 그가 역사 속에 이름을 드러낸 때가 바로 남조의 제(齊)나라 때입니다.
삼국시대-5호 16국-남북조 시대의 역대 왕조 계보. 남조(南朝)의 계열 중에 제(齊)라는 나라 이름이 보이실 겁니다. 이 제(齊)나라는 남조의 두번째 왕조로,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양(梁)나라의 그 앞대가 되는 나라입니다. 이 남북조 시대 특성상, 한 왕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이 제나라도 얼마가지 못했고 이후 양나라가 들어서면서 그 시대의 흐름 속에 살았던 진경지 또한 두개의 왕조를 섬기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