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마르지 않아 물렁한 시멘트를 꾹꾹 밟아가며
넌 어디로 갔니
네가 보고싶은데
이렇게 발자국을 보고 있으니 더 보고싶은데
내일이면 검은 타르를 덮고 노란 선을 그어
작은 발자국도 지워버리겠지만
이 사진은 지우지 못하겠지
술을 마셔도 취하는 것 같질 않아
우리 아직 즐거웠던 때가 담긴 아주 오래전에 정지된 핸드폰은
비밀번호가 뭔지도 몰라 0000부터 9999까지 눌러보니
우리 처음 만났던 날이구나
날 부르던 바보라는 말 그대로 나는 어리석구나
이렇게 아플거면서 왜 아프게 보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