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자필멸.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일 수 밖에... 감마등의 말이 끝난 후 흐르던 무거운 정적 속에 태왕의 목소리가 담담히 흘렀다. 간묘월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고, 하오방주 이오락은 나지막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른 팔부기재들도 감마등의 말을 이미 예견한 듯 묵묵히 운명을 받아들였다.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팔부기재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현 무림 최고의 여덟 고수를 칭하는 말로, 이들은 각자의 문파와 정사를 대표해서 서로에게 칼날을 겨누던 사이였다. 하지만 이들이 잠시 칼을 내려놓고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무림공적 진서연을 처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사명이 있었으니, 그것은 곧 닥쳐올 마황의 재림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일이었다.
원래는 마황에 대적할 수 있는 네명의 천하사절을 찾기위해 모였다. 하지만, 검선과 무신은 오래 전 사라졌고, 환귀는 행방이 묘연하며, 역왕마저 유명을 달리하자 감마등은 이들에게 다음 점괘를 전했다. 천하사절이 세상에 없다면 이를 대신할 그릇을 찾고, 그 그릇의 완성을 돕는다. 그리고 그 일에는 이들의 목숨을 바쳐야 한다.
그래도 예정된 날보다 일주일은 더 살지 몰라요. 감마등 점괘는 늘 일주일씩 틀리잖아요? 이오락의 농에 다들 웃음을 슬며시 흘리더니 모두들 주변이 떠나가라 웃기 시작했다. 감마등만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동료의 모습들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마지막 모습을 기억에 남기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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