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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한 고양이
게시물ID : readers_40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all
추천 : 0
조회수 : 33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01 21:17:06

나를 사랑한 고양이

소녀는 바라본다. 
아직 자그마한 소녀였지만, 그 소녀가 무릎을 낮추고 조금 수줍게 치마를 정리하며 눈을 맞추어야 하는 자그마한 고양이를, 아니 고양이들을, 그러니까, 두 마리,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

니야옹!, 하고 우는 소리가 소녀의 귓가를 간지럽힌다. 계속 고양이를 바라본다. 흰 고양이가 다른 한 마리를 향해서 접근해서 울어본다, 니야아, 하고, 간지럽고 사랑스러운 소리야, 라고 생각하며 소녀는 미소를 지어본다. 하지만 검은 고양이는 사랑스러운 울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금살금 소녀의 옆으로 다가와 소녀의 치맛자락 위에서 똬리를 틘다. 그리고 흰 고양이는 아까처럼 운다, 니야아아, 이번에도 사랑스럽지만 아주 약간은, 슬픈 음색

소녀는 자신의 발치에 누운 검은 고양이

를 바라본다, 그리고 소녀는 고양이의 마음을 듣는다.

“혹시, 날 좋아하니?”

물어보는 소녀, 그리고 소녀의 음색에 맞추어 올라오듯 겹쳐지는 니야, 하는 울음소리. 

“그래, 좋아해주는구나”

다시 한 번 울음소리, 소녀는 살짝 웃어본다. 포근하고, 따듯하고, 편안한 느낌이 주변을 감싸고, 소녀는 자신의 발치에 누운 고양이를 감싸듯이 웅크려 누워본다. 편안하고, 그리고 따뜻해서 잠이 온다, 그리고 잠시 소녀는 눈을 감고 잠을 잔다.

-

그리고 소녀는 소녀를 바라본다.
어라, 어떻게 된 일이지, 하고 소녀는 잠시 생각해본다, 분명히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잠을 자는 소녀의 모습이 그녀에게 비춰진다. 
잠시 당황하지만 소녀는 자신의 얼굴 앞을 서서 서성거리는 고양이를 보고 괜찮을 거야,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저렇게 용감한 기사가 나를 지켜주는걸.

그리고 곧, 지금보다 더 놀라게 된다.

“그 아이가 그렇게 좋아?”

어디서 들린 소리일까?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데, 나, 그리고 아무도 없고, 그리고 고양이, 고양이, 희고 검어서 그렇게 두 마리 

“그런 게 아니야”

이번엔 알 수 있었다, 소녀가 뚫어지게 바라본 검은 고양이의 입이 움직이면서 동시에 소리가 들려왔다, 와!, 하는 탄성이 마음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눈을 감은 소녀는 여전히 눈을 감고 새근거리고 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도 거절하면서”

와, 그렇다면 이건 아마도, 하면서 소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이 목소리는 아까 사랑스럽고 슬픈 음색으로 노래하던 흰 고양이.

“그러니까 주인은 …….”

고양이, 아니 고양이 기사님이 말을 잇는다. 두근두근 두 근, 뛸 리가 없을 소녀의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눈을 감은 소녀는 여전히 새근거리고 있을 뿐, 검은 고양이가 고백하려는 거야, 나를, 사랑한, 고양이

“내가 주인님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

쿠쿵!, 감미로운 합창 연주를 듣는대, 갑자기 베토벤 운명 교향곡이 울려 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밤밤밤 밤!, 하고 
검은 고양이는 바보!, 소녀는 눈을 감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오르자 얼굴에 불이 난 것처럼 부끄러웠다.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아, 나야말로 바보!

“주인님이, 나를 끝없이 사랑해주셔”

우와아아아, 아까보다도 얼굴이 더 발개지는 것 같았다. 심장도 계속 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느낌이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

“나를 원해주셔”

“바보! 나도 너를 사랑해!”

뒤에서 나오는 흰 고양이의 외침을 외면하고 소녀를 바라보는 검은 고양이, 그리고 잠든 소녀에게 속삭인다.

“바라옵건대, 지금처럼 계속 나를 원해 주기를 …….”

마치 주문처럼 무엇인가를 말하는 검은 고양이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소녀의 시야가 흐려진다. 그리고 눈을 뜨자 소녀의 시야에는 검은 고양이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흐릿하게 니야아! 하는 울음소리
눈을 껌뻑껌뻑, 심장도 두근두근, 괜찮아, 이제 완전한 내 몸이야, 소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검은 고양이를 바라본다, 다시 한 번 니야아아아, 하는 낮은 울음, 하지만 소녀는, 왠지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녀는 들었고, 들리는 것을 입으로 전해본다.

“나를 끊임없이 원해준다면, 끊임없이 사랑할게”

‘나를 끊임없이 원해주신다면,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소녀의 목소리에 올라타듯 다시 울리는 검은 고양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소녀는 다시 포근함에 둘러싸여 잠을 청한다. 입으로 ‘부탁해’ 하고 작게 입모양을 만들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니야야아아!, 뒤에서 아까보다는 약간 날카로워진 흰 고양이의 울음소리, 하지만 소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런 목소리조차 조금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

고양이가 귀엽죠, 저도 좋아합니다.
사랑받길 원하시나요, 아니면 사랑하길 원하시나요?


전 남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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