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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게시물ID : panic_383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화
추천 : 4
조회수 : 11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01 21:35:11


"이쪽 길로 가는거 맞아?"

 

그는 신경질적으로 질문을 던져대는 중이었다.

우리는,

아니 나와 그는 1박 2일의 은밀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맞아.지름길이야,이쪽이."

"거기 물 좀 꺼내줘."

 

민우씨는 34살의 외모로 보나 조건으로 보나 완벽한 남자에 가까웠다.

흠이 있다면,그는 유부남이었다.

 

"언니한테 차라리 늦는다고 하는게 어때?"

"야,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이렇게 빨리 달리다간 사고 나,민우씨."

"은영이 지금 애 낳기 일보직전이라잖아."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10년째 알고 지낸 언니의 남편이었다.

갑작스러운 산통으로 인해 민우씨는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의 신경질적인 말투가 차안 공기를 먹먹하게 한다.

잠깐동안 침묵이 흐른다.

 

"근데,우혜정.넌 어떻게 은영이랑 알게 된 사이냐?"

"언니랑?"

"아니,동창도 아니고...그냥 동네 언니동생?"

"갑자기 왜?"

"은영이랑 너..너무 닮았잖아.항상 궁금했거든."

"그냥."

"그냥?"

"그냥 아는 사이야."


 

더이상 대답하고 싶지 않다.

그대로 고개를 돌려 어둠만이 깔린 창문만 바라본다.

 

 

언니를 처음 만난 날이 떠오른다.

 

긴 생머리가 흩날리던 봄 어느 날이었다.

 

그토록 아들을 원하던 부모님 덕에 내 밑으로는 여동생 둘과 남동생 하나가 있었다.

남동생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신입 경리와 눈이 맞았다.

젊디 젊은 경리가 마흔이 넘은 아버지를 만난 다른 이유가 딱히 있었을까.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던 아버지는 우리를 버리고 떠났다.

 

결국 남은 거라곤 집 한채였고

생계를 위해 어머니가 줄곧 집을 비우고

내가 동생들 뒷치닥거리를 하게 되기까지는 찰나의 시간이었다.

그때 내 나이가 17살이었다.

 

여느 날처럼 집에 들어가려는데 너무 두려웠다.

그냥 너무 서럽고 두려워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남동생의 자지러지는듯한 울음소리와 연년생 여동생들의 싸움 소리가

작은 창문틈을 삐져나와 내 귀에 왱왱 거렸다.

 

그대로 집을 나와 무작정 걷고 걸었다.

그러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이유모를 서러움과 두려움에 더 크게 울었다.

누구라도 날 잡아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날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언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여기서 왼쪽으로 가야돼."

"어,그래."

 

민우씨는 더이상 짜증내진 않았지만

은연중에 미간을 찌푸리고 앞만 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오른손 위에 내 손을 포갰다.


"짜증내서 미안해."

"아니야....사과하지마,민우씨."


그는 잠깐 고개를 돌려 웃어보인다.


"민우씬 언니 어디가 좋아서 결혼했어?"

"...은영이?"

"그냥 궁금해서.."

"글쎄.."

"언니네 집이 부자여서?"

"뭐..그것도 아니라곤 못하겠네."

"언니가 착해서?"

"은영이가 좀 착하긴 해."

"언니 많이 사랑해?"

"아니지,이젠 그냥 그런 생각 안들어.그냥 와이프지."

"그럼 날 더 사랑해?"

"당연하지-당연한걸 왜 물어봐,"

 

 

 


뭔지 모를 감정이 북받쳐올라 볼이 상기되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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