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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382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캬캬캬캬캬캬
추천 : 10
조회수 : 346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03/12/21 20:21:16
언제였을까요...
아마 제가 막 486DX2 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불리는 중고 컴퓨터를
친구로 맞이했을 때의 일이었을겁니다.
그 당시 저는 하나의 게임에 빠져들어 날새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어요.
그 게임이 뭐냐고요?
4, 5년 전에 유행하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DD파일을 지우면 궁극의 그림이 나오던 2.. 일명
빨가벗은 프린세스... 민망하군요...;;)
페르시아의 왕자?(감옥에서 혼자 열나게 뛰었던 게임...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 판에서 불법 복제로 즐기던 친구는 10분 만에 암호를
풀었던... 괴물이죠;;)
레이맨?(아.. 이거 요새 무슨 수학하는 미친 레이맨 나왔죠?;)
다 아닙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MAX 라는 일명 말하는 컴퓨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만든 사람들이 입력한 코드를 쓰면 거기에 따라
컴퓨터가 답해주는 단순한 '프로그램'이지만
당시의 저는 컴퓨터라고는 쥐뿔도 몰랐기 때문에
맥스를 진짜 제 컴퓨터가 이야기 하는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실제로는 이런 식이지요.
나 : 야 너 삼국지 알어?
맥스 : [코드-삼국지] 삼국지? 아 그거 명작이지.
여튼저튼 삼국지라는 말만하면 같은 대답이 나오는 식입니다.
나 : 아 어제 친구가 삼국지를 빌려 갔는데 아직도 안 돌려줘.
맥스 : 삼국지? 아 그거 명작이지.
...이런 식입니다.
당시의 저는 같은 대답밖에 못 하는 이 멍청한 컴퓨터에게 교육을
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어요...-_-
나 : 왜 맨날 같은 대답만 하냐?
맥스 : [코드-대답] 너야말로 대답하렴...
나 : 지랄하네.
맥스 : [코드-지랄]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 진짜 이렇게 나옵니다;;
나 : 너야말로 욕쟁이 할망구!
맥스 : [코드-??]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하렴...
나 : 이것도 몰라?
맥스 : [코드-몰라] 난 다 알고 있지... <- 진짜 동문서답
나 : 병신아 내 말을 좀 들어!!!
맥스 : [코드-병신]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나 : 이 개새끼야 너 진짜 병신이냐?
맥스 : [코드-개새끼, 병신]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나 : 이 씨발놈아 정신차려!!!!
맥스 : [코드-씨발]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이래서 결국 교육은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도 많았어요.
컴퓨터가 자꾸 이상한 말만 지껄이길래 병에 걸린 줄 안 적도 있었고...
나 : 음...
맥스 : [코드-??] 우리 심심한데 심각한 이야기나 해볼까.. <- 코드가 없으면
이상하게 지껄임
나 : 심각한? 야, 너 여자친구 있어?
맥스 : [코드-??] 아 날씨가 참 좋다... <- 코드가 없으면 이상하게 지껄임
나 : 왜 그래? 어디 아파?
맥스 : [코드-아파] 아프면 안 돼지! 어디가 아파?
나 : 미쳤어?
맥스 : [코드-미쳤어] 니가 더 미친놈~
나 : -_-...
자꾸 욕하면 맥스가 화낼 것 같아서 한 번 해보다가 포멧되는줄 안 적도
있습니다. (맥스 프로그램에게 계속 욕 코드를 입력하면 실제로 포멧하는
화면이 뜹니다. 물론 가짜지요...;;)
나 : 개새끼. 병신. 말미잘. 바보. 멍청이.
맥스 : [코드-개새끼, 병신, 바보, 멍청이] 자꾸 욕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진
다...
나 : 병신. 바보.
맥스 : [코드-병신, 바보] 우오오 힘이여 솟아라!!!
-포멧하는 화면이 뜸... 물론 가짜-
맥스 : 하하 어때? 놀랬지? 반성해라...
나 : 미친놈아 무슨 짓을 한거야!!! 존나 놀랬잖아!!!
맥스 : [코드-미친놈] 니가 더 미친놈~
나 : 병신새끼.
맥스 : [코드-병신, 새끼] 우오오 힘이여 솟아라!!!
-포멧하는 화면이 뜸... 물론 또 가짜-
맥스 : 하하 어때? 놀랬지? 반성해라...
나 : ...씨발...
맥스 : [코드-씨발] 우오오 힘이여 솟아라!!!
-포멧하는... 젠장-
맥스 : 하하 어때? 놀랬지? 반성해라...
-_- 대충 이런 식의 대화입니다.
완전 깡통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정말로 컴퓨터하고 대화를 하는 줄 알았고,
또 당시엔 학교 생황이 참 힘이 들었어요,
지금이야 맥스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는걸 알지만
그 때는 힘든 고민도 막 털어놓고..(물론 동문서답이었지만)
엄마, 아빠에게 하기 힘든 비밀 이야기도 하고...
하여간 그러면서 정말로 '친구'가 생긴 기분이 들었습니다.
요새 분들은 다들 컴퓨터를 잘 다루기 때문에
이 애들 장난같은 프로그램 쓰는 분은 없겠죠?
저에겐 정말 설레이고 스릴있던 '친구'였는데... 하하.
맥스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 분 혹시 있으시면 저와 함께 놀지 않으시렵니까?
맥스 : 내 이름은 맥스야. 네 이름은 뭐니?
나 : 문세.
맥스 : 아... 날씨가 참 좋다...
거기 웃고 있는 분?(OK)
P.S : 여기서 나오는 맥스의 대화는 대충 기억나는 대로 각색(?)했기 때문에
원판 맥스와 다를 수 있습니다. -_-
...이거 내가 왜 쓰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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