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 길에 순대국을 샀다. 집에오니 국물이 없다. 건지만 있다. 살 때는 분명 둘다 있었다. 요렇게 나는 또 버스에 특별한 선물을 남긴다. 혹여 지금 버스 뒷좌석에서 국물이 든 봉투를 발견했다면 놀라지 말라. 집에서 고이 끓여 따듯한 밥과 함께 먹으라.
고마워 하지 말라. 나누면 더 행복해지지 않는가. 이번 장마 때 놓고 내린 양키즈 우산도, 지난 겨울 깜빡한 다이소 이천원 짜리 벙어리 장갑도 나와 같은 버스를 탔던 누군가를 보듬어줬으리라. 이렇게 세상은 멍충이들로 인해 더, 더 따듯해진다. 내 인생은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