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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설 게시판을 잼나게 보다가, 나는 살아오면서 그런 일 하나 없었나 곰곰히 생각해 보는데, 좀처럼 없음.
그래도, 조금 비슷한 이야기나마 써 보려 함.
본인은 시골 출신에 커서는 도시로 나와서 공립중 공립고를 나왔음.
어렸을 때는 시골에서 반에 1등에 천재소리 듣다가,
도시 중, 고교에서는 선천적인 산수 실력 부재 + 암기능력 부재로 인해서 모의수능은 전교 3-4등, 내신은 반에 10등 정도 고만고만 하고 있었음
고등 때에는 전교 600명 중에 내신 성적으로 치며는 최하 123등까지 해 봤음(숫자 순서라서 기억도 남)
내신 수학 성적은 중간고사 최하 60점 까지 맞아봄
단, 언어능력, 사탐과탐 등은 준수한 성적.(웅진싱크빅은 나 어릴 때 없었지만, 아이템풀은 했어서 그런가? ㅎㅎ, 소설책 만화책은 많이 좋아함)
그 때, 과목별로 나를 이뻐해 주는 선생님과, 그냥 그냥 대하는 선생님이 나뉘었는데,
사회관련, 도덕관련 선생님은 좀 창의적인 질문을 해서 좋아하는 한 편, 수학 선생님 등은 별로 그냥 그냥으로 대함.
근데, 젊은 수학 남자선생님이 계셨는데, 이 분은 애들 공부 열심히 가르치려는 열의는 가득한 분이었음.
(단 옛날 남고 선생님이 그렇듯 사랑의 매를 좀 좋아하는 편이었음)
고2때였는데, 이 선생님이 맨날 맨날의 공부 좀 해라 레파토리로 설교를 좀 하시다가 수학이 중요하다고 또 읊으시다가...
뜬금 없이 여기서 S대 갈 사람? 이렇게 또 물으시는 게 아니겠음.
그 때, 반에서 내신과 모의수능 1등하는 애(A)랑 나(B)랑 손을 들었음.
선생님: 'A, 그래 너는 좌우간 공부 더 열심히 하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전교 1등 맨날 하는 애였음)
선생님: 'B, 너가 s대 간다고? 너 이번에 몇등했나?'
나: '이번에 반에서 10등요.'
선생님:'니가? 수학 몇 점인데?'
나: '60점요'
선생님:'진짜 간다고? 그 점수 가지고?' (학생들의 조용한 피식 웃음)
나:' 예. 더 공부할라고요.'
선생님: '그래, 용기는 가상타. 해 봐라.'
뭐... 아주 기분 나쁘게 비꼰 건 아니지만, 무시하는 투는 쫌 마이 느껴졌었음.
한 번씩 수업하다가 문제풀이 칠판에 나와서 시켰다가 내가 못 풀면, 's대 갈라면 이거는 풀어야 하는거 아니가?' 를 몇 번 시전...
'니 아직도 s대 갈거가?' 그러면, '예.' (예의 또 조용한 교실 웃음)
거기다, 사랑의 매를 교육적(?) 으로 사용하셨는데, 100-90점대는 안 때리고, 90-80점대는 1대, 80-70점대는 2대 이런식으로 사랑의 매를 좀 쓰는
스타일의 선생님이었음.(옛날에는 이런 선생님들 많았고, 교육 열의 있는 선생님으로 취급했어서... 분위기가 별로 그걸 항의하진 않았음)
나는 역시 80점대, 70점대 맞으면, 몇 대 맞으면서 's대 문답이 한 번씩 오가고 함'
시간이 지나서, 고3이 되고 입시를 하고, 나는 s대를 쳤지만 수학 성적도 부족하고 내신이 1-10등급 중에서 3등급이라 s대를 시원하게 미끄러짐.
재수를 또 했는데, 그 때도 수학성적이 부족한 데다 내신 적용은 작년이랑 똑같이 되다 보니, 또 s대를 시원하게 미끄러짐.
그리고 삼수를 하는데...
솔직히 재수, 삼수하는 동한 공부하는 시간의 80%는 수학에 갖다 바침... 과외도 수학만 받아보고... 근데도 이게 참...
사실 수학 이해가 못하겠는 건 아닌데, 원체 산수 계산이 느려서... 속도가 너무 안 나와서 이해는 하지만 다 풀질 못했음
아니나 다를까 삼수 끝나고 친 수능에도 수학은 수능 80점 만점에 46점을 맞음.
그런데!! 반전은, 어쩌다 보니 그 해 입시가 무쟈게 어려웠어서 다른 학생들도 성적이
대폭 낮아짐. 그 와중에 다른 점수는 좀 잘 나와서, 수능 점수는 전국 500등에 들감.(400점 만점에 333점)
어랏? 수학 80점에 46점을 맞았는데, s대에 쑥 들어 갈 수 있다고 수치가 나오네? 뉴스 보면서도 농담 같았음.
찾아보니, 이런 글이 있네. 보면 내가 농담 지어낸 게 아님을 알 것임.
물론 입시가 그걸로 안 끝나고, 나 현역, 재수때는 s대가 성적 반영이 수능 20%, 내신 40%, 본고사 40% 였음. 수능 저거 엄청 잘쳐 봤자,
내신 3등급이면 한 20점 까먹는 것임. 본고사로 만회 하려 했지만, 결과는 미끄럼~ 슁.
근데, 반전이 일어난게, 내가 재수때까지 s대는 비교내신(수능점수를 갖고 내신으로 엎어 주는 것)을 5수생부터 적용해 줬었는데,
'나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쓴 장승수씨가 노가다 해가면서 5수해서 문과 수석을 하니까,
그 전해까지 내신땜에 수석할 친구가 합격도 못한걸 보고 개정을 해서, 그 해(나 삼수)부터는 삼수생부터 비교내신을 적용해 주게 된 것임!!!
거기다가, 정부가 본고사 때문에 과외가 늘어간다고 폐지시켜서, 성적 반영이 수능 55%, 내신 40%, 논술면접 5% 정도로 확 바뀐 것임!!!
결국 나는 스무살에 늦깎이로 s대 100명 넘는 어느과에 들어가게 됨!
합격증을 들고, 나는 재수 삼수때 선생님은 물론, 고등때 선생님들께도 찾아가서 인사를 다님(박카스 한통 사들고서)
국어 관련 선생님이나, 영어 선생님들은 당연히 좋아해 주시고,
ㅎㅎ 이 수학 선생님에 찾아갔음.
나 : '선생님. 저 --때 배운 누굽니다'
선생님 : '어, 누구네. 너 어디 다니나?'
나 : '아, 이번에 수능봐서 s대 합격했습니다.'
선생님 : (흠칫하며) ' 니 아직 학교 안 갔었나?' s대? 무슨과?"
나 : '~~과요'
선생님 : '!! 아.. 그래?? 축..하한다!'
나 : '예. 그냥 학원 다녔습니다.'
선생님 : '그래. 옛날에 니 s대 간다고 할 때, 너는 갈 줄 알았다.' (잉? ㅎㅎㅎ, 옛날에 그런 뉘앙스였나?')
나 : '예. ㅎㅎ'
선생님 : '수학은 몇 점 맞았나?'
나 : ' 46점요.(80점 만점)'
선생님 : '??? 46점???'
나 : '예. 공부는 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선생님 : '아... 그래...'
나 : '그럼, 건강하십쇼!'(꾸벅)
그렇게 박카스를 드리고(ㅎㅎ 사이다를 드릴 걸 그랬나?), 돌아섰음.
나중에 들으니, 이후로는 학생들한테 공부 쫌 해라! + 수학 잘 해야 한다는 레파토리를 살짝 바꿔서, 지금 공부 못해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주장중.
쫌 안타까운 것은 사랑의 매를 좀 많이 드시다가, 학생 하나가 살짝 장애가 와서, 자숙인가? 징계인가를 받으신 듯도...
음, 쓰니까 긴데다가 별로 사이다 요소가 없는 듯도 싶은데... 나 개인적으로는 소소한 사이다로 기억에 남음.
읽어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