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국제시장 덮어놓고 안보기에는 아까운 영화 같네요(스포 약간?)
게시물ID : movie_383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ㅑㄴ
추천 : 11/4
조회수 : 100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2/25 23:38:35
해운대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도, 허지웅이나 듀나의 평도 미리 알고 있는 상태에서 관람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편견어리게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대 이상입니다.
완성도 면에서 따지자면 한국 상업 영화 특성상 촌스럽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즐비하지만 여기에 유달리 거부감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그냥저냥 볼 만 하네요.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유치한 점이 장점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요. 
"자, 네가 여기서 감동받고 울어야 할 타이밍이다"라고 적시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뻔해도 울 수밖에 없게 합니다. 이산가족 찾기라는 대국민 이벤트를 실제 자료화면을 쓴 것도 영리한 선택이었고요. 사실 이건 영화의 힘이라기 보다는 역사가 주는 실제성의 힘이죠.
 
그리고 정치적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아버지들의 고생 덕분에 대한민국이 이만큼 살만한 나라가 되었다."하는 다소 꼰대적인 메시지가 없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어른들 고생한 얘기를 영화로 또 보는 것 같다는 평도 일정부분 공감이 가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그리거나, 젊은 세대들에게 일침을 고한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시대 속에서 파괴된 힘 없고 불운한 인간에 포커스를 맞출 뿐이죠. 주인공 덕수가 윤제균 감독 아버지의 실제 이름인 것도. 영화의 영어 제목이 ode to my father인 것도, 주인공이 특별한 영웅이나 위인이 아닌 것이 이를 말해줍니다.
 
단순히 "'어르신 세대'의 고생이 이만큼이다, 감사한줄 알아라"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 아니라 "비운의 역사 속에서 가장이자 아버지는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를 그리려 한 시도인 것 같아요.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 독일광부로 지원하기 위해 덕수가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이나. 아내와 다투다가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다소 코믹한 장면이에요. 그러한 행동들에는 애국심이나 정치적 의식 따위는 없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국가가 시키는대로 해야했던 유약한 인간만 남아있죠. 자신 때문에 아버지와 여동생이 생이별 하게 되었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365일 뼈빠지게 일만하는 소시민한테 사실 '생각'이나 '소신'이란게 끼어들 틈은 없잖아요. 서독 광부로 파견가고 베트남전에 돈벌러 가고 이 모든것들이 국가를 위해 이 한몸 희생한다는 거시적인 의식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동생들 학비대고 시집 보내기 위한 참 소시민적이고 찌질한 의도에요. 사실 대부분 우리네 아버지가 그래왔으니까요. 그리고 거기에 돌을 던질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치열한 삶을 살았던 시대에 대한 묘사가 박정희 시절에 대한 찬양으로 변모할 건덕지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베트남전의 묘사도 무슨 한국인들을 구세주로, 베트콩을 악마로 그리지 않아요. 그냥 지극히 불운하게 전쟁터에 끌려가 대치하게된 아군과 적군 정도로 묘사되어 있어요. 주인공이 민간인들을 구하려 하는 것도 어떤 투철한 의식이나 휴머니즘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덕수 개인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탓이 크죠.
 
물론 누군가 "영화가 역사를 다루는 이상 의견을 배제하는건 일종의 '직무유기'다(특히나 요즘 같은 시대에)"라고 반박한다면 딱히 할말은 없어요.
그렇게 보자면 물론 모자란 영화죠.
 
급하게 주저리 쓰다보니 장광설이 되었는데, 어쨌든 하고싶은 말은 정치성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때문에 보길 망설이는 사람은 한번쯤 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네요. 한번쯤 보고 생각해 볼만한 영화에요.
 
저는 부모님 모시고 봤는데, 괜히 더 씁쓸하고 마음이 짠하더라구요. 사람의 인생이란 뭔지도 한 번 돌이켜 봤구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