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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같은 트롤링 사이트를 다루는 태도
게시물ID : sisa_3837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10
조회수 : 44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4/30 23:35:32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가 화제다. 일베는 유머 자료 공유 게시판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보수 정치 토론 사이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일베는 일본의 ‘2ch’에 영향을 받은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계보에 속한다. 

 일베의 특징은 트롤(troll) 또는 트롤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영어로 트롤은 견지낚시 또는 스칸디나비아반도 신화에 나오는 심술쟁이 거인과 같은 전설 속 캐릭터를 지칭한다. 이 말이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곳은 인터넷이다. 토론방 등에서 다른 사람의 화를 부추기는 것과 같은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지칭한다. 트롤에 딱 맞는 우리말은 없다. 종종 ‘낚시질’로 번역되곤 하지만 적합한 번역은 아니다. 비방과도 다른 의미다. 일본에서는 ‘아라시’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중국에서는 백목, 즉 검은 눈동자가 없는 눈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말 그대로 무엇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행동을 말한다. 트롤은 특정인 또는 집단에게 폭언과 비속어를 사용해 불쾌감을 조성하고, 선동적 언사를 하며, 낚시성 게시물을 통해 주제를 변형시키고, 집단 공격 성향을 보이는 것을 포함하는 용어다. 

 흥미롭게도 한·미·일의 대표적 트롤링 사이트는 모두 이미지 게시판 사이트다. 대표적인 게 일본의 ‘2ch’로 1999년 니시무라 히로유키가 개설했다. ‘2ch’는 각종 범죄 사건에 연루돼 2003년 이후 이용자의 아이피(IP) 주소를 공개하지만 기본적으로 익명성이 보장된다. 주된 이용자층은 10~30대 젊은 남성이며, 일본 민족주의-극우 성향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한국과 중국을 반일 국가로 낙인찍고 이들 국민을 적대시하고 차별하는 언행을 일삼는다. 일본의 혐한류 운동이 여기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일 양국의 트롤링 사이트들 간에는 선정적인 정보 교류가 있지만 양국 극우민족주의 성향이 충돌해 상호 공격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에는 ‘4chan’이 있다. 2003년에 당시 15살인 크리스토퍼 폴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다가 ‘2ch’를 보고 유사한 이미지 게시판을 만들었다. ‘4chan’은 미국에서 10~20대 남성의 인터넷 하류 문화를 상징한다. <뉴욕 타임스>는 이 사이트가 “트롤성 유머와 괴담의 온라인 집약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4chan’이 단순한 게시판 활동을 넘어 디도스 같은 인터넷 공격, 범죄 예고, 아동 포르노 유통 등으로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4chan 이용자들이 대중을 혼란에 빠트릴 권력을 손에 쥐었다”는 기획 기사를 내보냈다. 

 그렇다면 트롤 현상은 왜 나타날까? 10~20대 남성의 잠재된 충동 성향이 익명적 공간에서 강하게 표출하고, 욕설과 비속어가 일상화돼 사회적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평소 소수 의견에 속해 있던 자가 온라인에서 의견 동조자를 만나 다수 의견이라고 지각하면서 확산 효과를 낳고, 민족주의나 애국주의가 행동을 정당화시켜주기 때문이다. 

 트롤링 사이트를 법으로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인터넷 하위문화의 하나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 사이트에 대한 대응책에 앞서 주류 언론과 정치인들이 트롤링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중요한 사회 여론으로 다루지 않는 것이다. 일베는 인터넷 문화 현상이지 정치나 이념의 도구가 아니다. 미국 주류 언론이 ‘4chan’을 다루는 성숙한 자세처럼,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이들 사이트를 이용하는 집단은 없기를 바란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5853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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