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후보단일화 명목으로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29일자 조중동 1면 TOP은 해당기사로 깔렸다.
곽노현 “박명기에게 선의로 2억 줬다”_<조선일보> 곽노현 “박명기에게 선의로 2억 줬다”-검찰 “두 사람 오랫동안 돈 문제 다퉜다”_<중앙일보) 박명기 “2억원 후보사퇴 대가, 당초 7억 받기로 약속했었다”_<동아일보>
이들 신문은 각각 사설을 통해서도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사퇴를 종용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선의로 2억원 줬을 뿐이다”_<조선일보> 뒷거래 의혹 곽노현 교육감 사퇴해야_<중앙일보> ‘교육감 후보 뒷거래’ 곽노현 사퇴하라_<동아일보>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정치 보복’이라던 곽노현 교육감이 이틀 만에 “사정 딱해 돈 줬다”고 변명했다고 비난하며 “전체 교장들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더니…”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중앙일보> 또한 박명기 교수에게 보내진 2억 원을 두고 ‘미스터리’라면서 “공금횡령인가 아니면 개인돈인가”라며 의혹을 키웠다.
곽노현 교육감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있다.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그리고 당선무효확정과 관련된 이야기다.
조중동이 공정택 전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및 비리를 비판했는가가 관전포인트다.
조중동, 공정택 전 교육감 사태 열심히 보도했나
2008년 7월 30일, 서울시 교육감 첫 직선제에서 공정택 전 교육감은 투표소 17곳에서 졌다. 그러나 강남권 중심으로 하는 투표소에서 압승을 거둬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공정택 교육감은 당선 뒤 언론의 주목을 받은 때는 2008년 10월 초의 일이다. 공 교육감은 선거비를 후원해준 교장 및 교감을 승진시키는 등 학원과의 부적절한 돈거래 의혹을 받은 바 있고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당선무효로 판결의 계기가 된 차명계좌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됐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이와 관련해 1심에서 15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이는 대법원 판결에서도 그대로 인용돼 2009년 10월 자동 교육감직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조중동이 공정택 전 교육감을 보는 시각은 미온, 그 자체였다.
2008년 10월 처음 선거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을 때 조중동은 어디 하나 ‘사퇴’를 입에 담은 곳이 없다.
<조선일보>는 당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선거비용 논란’ 사설을 통해 “공 교육감은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매제나 과거 제자로 개인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명했다”고 강조,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 해도 도덕성에 큰 상처를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교육청 공무원들이 이들의 학원에 대해 무슨 단속을 하고 감독을 할 수 있겠는가. 공 교육감은 선거비용이나 후원금을 받아서는 안 될 사람들에게서 받아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공 교육감은 의혹들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하고 학생·학부모들의 신뢰를 회복할 방도를 스스로 찾아 내놓지 않으면 안된다”고 마무리했다. 훈계조를 띄었지만 공 교육감이 당시 사설 학원으로부터 선거비용을 받은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선거사범 중 죄질이 가장 나쁘다”며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비난과 다르다.
<동아일보>는 오히려 국제중 설립 등 정책들에 대한 표류를 걱정하고 나선다.
<동아일보>는 사설 ‘공정택 교육감 ‘국제중 설립’ 약속 지켜야’(10.17)에서 “선거자금을 학원장에게 빌린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터여서 추진 의지가 약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개탄했다. 해당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공 교육감이 ‘국제중 설립 관철’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돼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 봐야한다며 무상급식과 상반된 논리를 펴기도 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빚’(10.23)이란 칼럼을 통해 “반드시 국제중 설립돼야 한다”면서 “일이라도 제대로 해내는 게 빚을 갚는 일”이라고 썼다. ‘실적만이 유권자에 대한 보답’이라는 게 <동아일보>의 두둔이었다.
2008년 12월 공정택 교육감 선거사무실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 2009년 3월 벌금 150만원 선고(당선무효형) 2009년 6월 벌금 150만원 선고 ‘유지’ 2009년 10월 당선무효형 ‘확정’
공정택 전 교육감은 이같은 의혹에도 1년 이상 교육감 직에 유지했지만 조중동의 질책은 없었다.
2심에서 공정택 전 교육감에 대한 당선무효형이 판결이 나오자 <동아일보>는 그제서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자리 연연할 일 아니다”라고 가볍게 두드렸다. 당시 조중동은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에 집중했다.
2009년 10월 29일, 공정택 전 교육감이 대법원의 원심 유지 판결로 교육감직을 상실하게 됐을 때조차도 1면에서 다룬 곳은 <동아일보> 뿐이었다. 물론 우측 하단에 짧게 실렸다.
곽노현 교육감의 ‘수사일지’와 ‘사건 관련 2억 원 전달 흐름도’ 등을 자세히 전한 바도 없다. 오로지 스트레이트 기사로만 짧게 그려졌을 뿐이다. 그후, 공정택 전 교육감은 장학시험 비리에 연루돼 인사청탁 및 금품 수수 혐의가 추가됐다.
곽노현 교육감 사퇴, 조중동은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동아일보>는 오늘자 사설에서 “교육감은 미래세대의 교육을 맡고 있는 자리”라면서 “후보자 매수 의혹을 받고 있는 교육감이 학생들에게 ‘올바르게 살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사퇴를 종용했다. <중앙일보> 역시 다르지 않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진보인사들은 매사 인권과 정의를 앞세운다. 곽 교육감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라면서 “그런데 정작 자신이 법을 어긴 불의가 드러나자 ‘정의’란 칼 대신 ‘인정’이란 잣대를 들이대니 어리둥절 하다”고 지적했다.
조중동에 되묻고 싶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얼마나 미래세대에 떳떳하기에 두둔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조선일보>는 “설령 표적수사라 하더라도 곽 교육감은 이번 일에 대한 법적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이는 공정택 전 교육감 역시 마찬가지였다.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사퇴종용은 비단 여권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곽 교육감에게 사퇴를 얘기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