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철 : 요즘 <나는 꼼수다> 거 세계 1위라는 엽기적인 기록을 올렸다. 그 열광적인 환호의 원동력은?
- 김어준 :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각하를 들 수 있다. 도와주신 각하께 모든 은공을 돌린다.
- 박경철 : 김총수를 초청한 이유는 기득권에 대해 강고한 저항을 해 오셨기 때문이다.
- 김어준 : 저는 저항한 적은 없고 저를 써주지 않아서 놀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일단 기득권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기득권은 구조를 장악한 사람이다. 너무 진지했나? 기득권과 싸우는 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부딪혀서 깨는 거고, 둘째는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조중동과 방송3사가 장악한 구조가 있는데 그걸 자본도 없고 인력도 없는 제가 깰 수 없다. 하지만 전혀 다른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전에는 그게 딴지일보였고 이제는 나는 꼼수다다. 저는 절대로 공지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컨텐츠가 진짜 가치를 갖는다면 스스로 유통될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컨텐츠가 스스로 성장해서 전파될 것이다.
- 박경철 : 이건 단순히 플랫폼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 김어준 :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는 것이 우주의 원리다. 각하가 이렇게 꽉 누르면 찌그러져 있던 반대목소리가 튀어나오게 된다. 저희는 각하가 누른 만큼의 반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박경철 : 보통 저런 말을 하면 세무조사, 해킹, 미행... 영화에서나 나오는 그런 것들이 따라온다. 뭐 세무조사 받을 만큼 돈이 없을 수도 있지만...(웃음)
- 김어준 : 기득권이라는 구조에 넘어가는 이유는 우리가 다 생활인인데 그들이 주는 떡고물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받을 수 있는 이익이나 편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구조를 장악하고 있으니까 줄 게 많은 거다. 그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덕 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나꼼수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누군가로부터 덕 볼 생각을 하지말자다. 이게 나꼼수의 창조자이자 기획자이자 지식의 혜안을 가진 저의 이데올로그이다. 저의 놀라운 외모도 잊지말아주시고. (웃음)
- 박경철 : 이렇게 웃게 해주면서 카타르시스 시켜 준다. 카타르시스 뿐만 아니라 기득권 구조의 해체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
- 김어준 : 카타르시스만 주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위로가 돼야 한다. 과거에는 물리력으로 눌렀으나, 지금은 생활을 옥죈다. 밥줄을 끊거나 소송을 해버려서 생활을 망가뜨린다. 밥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때리면 힘이 약한 사람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피하고 나서 뒤에서 씨발 씨발하면 되지. 그런데 밥줄을 쪼였을 때 입을 다물면 스스로가 비겁해지고 우울해지고 자괴감이 생긴다. 그래서 자꾸 위축된다. 여기에 대해 첫 번째로 하고 싶었던 것이 위로다. 쫄지 마! 떠들어도 돼! 떠들다 잡혀가면 뭐 어때? 씨발~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게 기득권에 저항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두 번째는 구조를 해체한다고 했는데 별거 아니다. 조중동과 방송3사와는 물리력으로나 자본력으로나 싸움이 안 되지만, 반작용이 있으니 허접하더라도 그 반작용을 소화할만한 메시지를 유통시키는 것이다. 깔끔하게 만든다고 믿는 건 아니지 않는가. 이런 틈새 속에서 메시지가 유통될 수 있다면 우리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중동과 방송3사, 검찰, 청와대와 다이다이로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 김어준 : 교수님이라고 해야 하나, 아저씨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아저씨에게 궁금한 게 생겼다. 기자 분들이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많이 물었다. 저는 그렇게 묻지 않는다. 몇 일 날 출마 발표 하는가? 안하시나?
- 박경철 : 아까 고민 중이라고 먼저 말씀하셨다.
- 김어준 : 만약에 출마했는데 단일화 요구가 있다. 할 건가?
- 안철수 : 그거야 그 다음 생각할 문제다.
- 김어준 : 안 하게 되면... 안 하는 이유가 뭔가? 무념무상이신가?
- 안철수 : 유념유상이다.(웃음)
- 김어준 : 이런 점 때문에 꺼려진다 하는 거, 그게 무엇인가?
- 안철수 : 그런 건 없다. 저는 항상 선택을 할 때 의미를 느낄 수 있느냐,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느냐, 실제로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나 이 세 가지만 고려한다.
- 김어준 : 이건 좋은 정치인의 기본자세다. 제가 10년 동안 유력 정치인 중 안 만나 본 사람이 없는데, 그 분들의 공통점은 “왜 내가 안 돼? 나라고 못할 이유가 뭐야?” 가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사실 출발점은 “왜 나여야 하는가” 그게 돼야 한다. 내가 과연 자격이 있는가를 되묻는 것은 좋은 정치인의 첫 번째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세가 되는 사람을 대한민국에서 딱 두 분 만났다. 문재인과 안철수. 그런데 안 할 건가?
- 안철수 : 자격이 없으면 안 해야 한다.
- 김어준 : 만약에 하시게 되면 저한테 교통방송 하나 달라.(웃음) 문재인 이사장한테는 국정원을 달라고 했다.(웃음)
- 김어준 : 행정은 공무원이 하는 것이고, 수장은 행정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서울시장은 정치다. 한정된 자원의 분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정치니까.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제가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치는 졸라 더럽다. 거기서 살려면 진짜 힘들다. 강력한 권력의지가 있어야 한다. 구조 뒤에는 권력이 있는데, 권력의 가장 큰 힘은 자기의 반대편과 라이벌들을 날려 버리는 게 아니라, 나쁜 짓을 한 게 분명한데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기소할 것을 봐주는 순간 권력이 작동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권력의 하수인이 된다. 권력의 진짜 힘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까야할 때 까야할 타이밍을 조정하는 것이 권력이다. 그것이 정치의 무서운 권력의 본질 중 하나다. 궁금한 건, 아저씨가 들어가면 어떨라나?
- 안철수 : 사업할 때도 그렇게 했는데 사업은 돈 버는 건데 저는 돈 벌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사업의 목적이 돈 버는 게 아니라 충실한 노력의 결과로 돈이 벌어지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본연을 열심히 하면 성공은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었다. 이런 쪽도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까?
- 김어준 : 그렇게 해야 하는데 그런 분들은 당선이 안 되더라. 제가 걱정되는 건 서울시장이 되는 건 걱정이 안 되는데 그게 되는 과정이 걱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가 만들어져야하는데 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되게 복잡하다. 그 때 연락 달라.
걱정이 되는 이유는 저는 아저씨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 본인의 진정성과는 무관하게 영입제안이 나올텐데 어느 쪽에도 영입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특정 정치세력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게 돼 있을 것이다. 이기면 상관없지만, 못 이기면 쏟아질 졸라 거대한 원망도 버텨낼 자신이 있어야 한다.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것도 생각해야한다.
- 안철수 : 청춘콘서트 끝나고 생각해보겠다. 다음 주 세 번 남았다.
- 박경철 : 들으면서 다양한 시선도 고민하게 되고, 거침없는 시선과 자신감 속에서 우리의 삶과도 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유쾌하지만 웃음 속에 철학이 숨어있는 분이었다.
열렬한 환호 소리와 뜨거운 박수가 쏟아집니다. 저는 김어준 총수를 가까이서 뵌 것은 처음이었는데, 요즘 나꼼수가 대세여서 그런지 엄청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꼼수는 덕 볼 생각을 하지 말자는 취지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왜 나꼼수가 파워를 가질 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김어준 총수의 안철수 교수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도 좋았고, 걱정을 가볍게 덜어버리는 유머와 위트도 유쾌했습니다. 특히 정치는 정말 더러운 곳인데 안철수 교수는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여쭙는 대목에서는 참석한 많은 청중들도 공감하는 바였습니다. 아마 다음 나꼼수는 안철수편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기대됩니다 ^^
출처 : http://hopeplanner.tistory.com/1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