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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더운 여름날, 젊은 선비 황희는 들길을 가다가 밭둑의 나무 그늘에서 쉬었습니다. 바로 그 앞의 밭에서는 늙은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늙은 농부는 두 마리의 소를 부리고 있었는데, 한 마리는 검은 소이고 한 마리는 누런 소였습니다. 황희는 소 두마리를 바라보다가 늙은 농부에게 외쳐 물어보았습니다. "여보시오, 두 마리 소 가운데 어느 소가 더 일을 잘합니까?" 늙은 농부는 이쪽을 바라보더니, 밭을 갈다가 날고 황희에게 걸어왔습니다. 농부가 황희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말했습니다. "누런 소가 일을 더 잘하지요. 검은 소는 가끔 꾀를 부린답니다." 황희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으나, 늙은 농부의 태도가 이상스러웠습니다. '뭐하러 그 대답을 하기 위해서 일손까지 멈추고 와서 속삭일까?' 황희는 농부에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밭에서 소리쳐 말씀하실 일이지, 어찌하여 여기까지 오셔서 귀엣말을 하십니까?" "모르시는 말씀!" 농부는 손을 내젓더니, 다시 황희의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아무리 짐승인 소라고 하더라도, 제 흉을 보면 좋아하겠소?" "아아, 그래서……." 황희는 늙은 농부가 큰 소리로 대답하지 않고 다가와서 귀엣말을 한 이유를 알았습니다. 늙은 농부는 젊은 황희에게 큰 깨달음을 안겨 주었습니다. '짐승도 제 흉을 보면 싫어하거늘, 하물며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그 뒤부터 황희는 한 마디의 말이라도 조심하였습니다. 평생을 농부가 준 교훈을 잊지 않고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