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힘으로 롤드컵을 휩쓸었던 우리의 최강자 skt1 이 상대적 약체라고 생각되었던 삼성 블루에게 대패했다.
이는 그동안 흘러나왔던, 대세 챔피언의 픽 유무와 상대팀의 선호픽 벤 전략에 따라
그 날 경기의 판세가 좌지우지 된다는 말에 예시가 되는 그림이었다.
지난 섬머시즌에도 패패승승승을 통해 강한 뒷심을 보여줬던 skt1이었지만
아쉽게도 WCG 4강은 그들에게 그와 같은 역전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최강자의 몰락.
이는 롤판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있는 지독한 현상이다.
팬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선전하기를 기원한다.
더욱이 최근에 세계 최강자 자리를 석권했던 팀이라면,
그 권세가 오랫동안 지속되길 바라는 것은
해당 단일 팀의 팬이 아니더라도
E스포츠의 흥행과 확장을 바라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자세일 것이다.
영웅의 탄생,그리고 권좌의 지속
독보적인 스타의 행보야말로
해당 스포츠의 인지도 확장과 팬 확충의 필수요소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스포츠 스타의 영역교환을 통한,
팬 확충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스타는 잘 몰라도 임요환은 알지.'
1세대 e스포츠를 그저 스쳐가며 겪었던 세대라면 이해할만한 문장이다.
우리의 영원한 2등자 콩진호.
그 역시,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추억과 그리움을 자극하며
아직도 회자되고 있기에, (비록 콩신강림이라는 희극적인 캐릭터이지만)
1세대를 모르는 어린 게이머들에게까지도
그의 위상과 더불어 지속적인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역사를
간접적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테두리를 제공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제는 왕관의 무게에 비해
권자의 다리가 너무나도 가늘다.
충분한 위상과 권력,
그 맛을 미쳐 느끼기도 전에 그 권세가 무너져 버린다.
무엇보다 슬픈점은,
이러한 권력 이양 현상이
신 챔피언의 출현과 혁신적인 뉴 메타로 인해 새롭게 떠오른
차세대 영웅에게서부터 발발한
왕위 탈환 전쟁으로 인한 것이 아닌,
그들을 왕좌로 올려줬던,
그들의 아바타와도 같은 챔피언들의 너프와 전략적인 벤픽에 의해
그들이 강제적으로 분리됨으로써 벌어지는
절망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편파적인 신의 사랑과 축복을 받은 베컴.그가 오른발을 빼앗겨버렸다.물론 신이내린 육체를가진 그는 왼발만으로도 우리에게 멋진 슟을 보여주겠지만.그것은, 우리에게 강한인상을 준, 우리가 그리워하는 그의 모습은 아닐것이다 지속적인 너프와 새로운 챔프의 등장 롤 판의 세태가 너무나도 빠르게 돌아가고있다. 새로운 챔피언이 나오는것은 좋다. 신상은 언제든 좋으니깐.
사람들이 즐길 컨텐츠 자체가 늘어나 화제거리로 평소보다 북적거리니
이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흔히 말하는 대세픽들의 너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다.
대세 픽을 너프시켜서
기존 챔프들이 재평가 받길 원하는 라이엇의 의도는 좋다
하지만 유저들이 너프된 챔피언들이 들어있는 쓰레기통을 주섬주섬 뒤적거리며
혹여 좋은 챔프들이 있을까 기웃기웃 거리며 연구하는 현상은
한정적으로나마 한국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고인이라고 평가된 챔피언을 픽하면
같은 편에서부터 불안해하며 트롤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대세픽이라는 것은
백개가 넘는 챔피언들중에서 사용되어지는 것들이
한정되어있다는 부정적인 현상을 내포하기에
수정이 이루어저야 함은 옳다.
하지만,대세라는 말 처럼
그만큼 그 챔피언들이 많은 게이머들이 사랑할만한
매력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도 된다.
또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세픽들은
라이트 유저들조차
친숙하게 ,조금씩이라도
다룰수있는 챔피언이라는 점이다.
유저들은 대회나 동영상을 통해 네임드들의 대세 챔피언을 다루는 모습을 접하거나
게임을 통해 대세픽을 무수히 경험하게 된다.
이에 유저들은 자신들도 대세 챔피언을 픽하여 실력증진을 꾀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외부적인 수치조정에 의해 자신이 사용하던 챔피언을 내려놓아야만 한다.
실력향상을 꾀했으나 더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박탈감.
정들은 챔피언을 향한 상실감.
이 모든것을 상회하는 새로운 챔피언을 찾기까지
유저들은 또다시 연습하며 고통받아야 한다.
이렇게 격변하는 롤의 판세속에서
뒤쳐져가는 신체의 한계는
이미 어려지는 프로선수들의 나이가 대변해준다.
마지막으로...
잡설을 이어가자면..
나는 클템선수를 보내주고 싶지않았다.
초식정글이 뭐 어떤가.
이미 파훼법이 나와있는 전술이라면 뭐 어떤가 말이다.
기다려 줄 수 있었다.
육식 정글의 파훼법이 나와줄때까지.
진득하게 그의 행보를 지켜봐 줄 용의가 있었다.
전성기를 누렸던 이라면 그 누구든
슬럼프의 기간은 찾아온다.
혹시나 잠깐 스쳐지나갈 수 있는 찰나 때문에
큰 별을 잃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러웠기에
그의 은퇴 결정은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기대를 거는 만큼 질타는 혹독하게 쏟아진다.
그만큼 왕좌의 무게는 무겁다.
하지만.
두 어깨에 올려진 왕의 망토를 지탱하기에는
보탑(寶榻)이 너무나도 허술하다.
언제든 빼앗길수 있는 의자.
컨디션 난조에 따른 일시적인 하향세가아닌.
전략적으로써 또는 외부의 강제적 수치하향에 의한
강압적인 왕위 강탈은 정말로 치욕적이다.
우리가 마음놓고 열광할만한 절대 강자 영웅이 탄생하지 못한다면.
또한 그 권세가 위태롭고 언제든 외압에 의해 굴복할 수 있을만한 것이라면,
반복되는 영웅들의 몰락에 익숙해져 버린 팬들이,
과연 롤드컵의 영광을 치하할 날이 올것인가 두렵다.
몰락한 앞날이 예견되는 왕의 치세만큼,
코웃음치며 스쳐지나갈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