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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첫 공모전 출품작. <강, 너의추억>
게시물ID : readers_40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셀리멘탈
추천 : 2
조회수 : 2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05 14:29:57

물사랑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입니다만..

소개글을 마감시간에 쫒겨 막 휘갈겨 냈더니 나중에 보니 무슨소릴한건가 싶더라구요.

아마 심사위원 분들은 소개글만 보고 좀 좋은 것 뽑아 보실텐데 전 제가 봐도 이건 그냥 넘기겠더라구요.

그래서 아무도 못보는 것 보단 누군가 한 분이라도 제 글을 읽어주십사 글 올려봅니다.

게다가 보통 공모전 당선작들을 보면 글귀가 되게 어렵고 전문적인 작품이 많던데 저는 그렇지도 않구요.

전 사람들이 쉽게 읽는 걸 더 좋아하니.. ㅋㅋ

여튼 한 분이라도 읽어주시고 지적이든 칭찬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강, 너의 추억>


대학교 졸업반.

취업과 졸업 논문이 목을 조르며 틈 없는 생활을 하던 그 때.

그 즈음 처음으로 너의 추억을 바라보았단다. 작지만 원대한 모습에 마냥 설렜고 마냥 놀라웠던 그리고 무모했던 그 때를 낡아빠진 수첩에서 사진 한 장 꺼내듯 풀어보려고 해.


첫 시작은 너무나 사소했단다. 

우린 졸업 논문에 치여며 삶에 회의감을 느끼던 그저 그런 대학생이었을 뿐이었어. 

그 때 인터넷에서 너의 사진을 본거야. 

그리고 너의 첫 모습이 그저 궁금할 뿐이었어. 

런데 그 때 어찌나 일상이 싫었던지 그냥 우스갯소리로 떠나자고. 

우리 저 녀석의 첫 모습을 보자고.

 그리곤 그렇게 넘어갔어. 

그런데 호기심이 둘의 가슴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 

결국 아무 생각 없이 우리의 마지막 여름방학은 너의 첫 모습을 찾아 떠나기로 했어. 

처음엔 막막했지. 

너란 녀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거든. 

그래서 너의 마지막 모습부터 거슬러 올라가기로 하고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갔어. 

그리고 거기서 자전거 두 대를 구입해 너의 옆을 대책 없이 따라가기로 했어. 

미안하지만 처음엔 너의 모습을 보는 건 중요하지 않았어. 

그 땐 그저 학교 일을 제쳐뒀다는 것으로도 충분했거든. 

하지만 하루 이틀 쯤 지났을까?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어. 

잘 곳도 정해지지 않았고, 어렸을 적 아버지의 손만큼 커다랗게 느껴지는 네가 사실 무서웠거든. 

첫 모습이란 게 있을까 싶고. 

삼일 째 되던 날이었어. 

여름이라 날은 무진장 더웠고 자전거 페달은 쉴 새 없이 돌아가다 보니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아 쉬기로 했어. 

그리고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너의 품으로 향했지. 

정말 시원했어.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고 밤에 친구 녀석과 맥주 한 잔을 들이키는 짜릿함마저 들었지. 

네 품 안에서 우리는 지칠 때까지 꼼지락댔어. 

그러다 네 옆에 누워 너의 모습을 차근차근히 뜯어 봤어. 

해는 뉘엿뉘엿 질 때라 산 뒤로 빼꼼히 고개만 내밀고 있었고, 네 옆에는 푸르디 푸른 청아함마저 느껴지게 하는 풀들로 우거져 있었어. 

더위에 지친 새들도 포근하게 앉아 쉬고 있었지. 

그 때 네 모습은 황금빛으로 빛이 났었고, 네 품 안에서 물고기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어디론가 가고 있더라.

그 모습이 너무나 장관이었던 터라 무작정 나와 카메라 하나 들고 오지 못한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어. 

하지만 어때. 

그 때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을텐데. 

하여튼 그런 모습에 둘 다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친 우리의 모습에 민망하기도 했었고. 

그 날 이후 우리는 힘들 때마다 너의 모습 한 번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지. 

그런데 점점 네 모습이 작아지더라? 

그런데 신기한 건 네 모습이 작아질수록 힘이 강해지는 것 있지? 

처음부터 옆을 봐왔던 터이기에 더욱 더 신기했어. 

그래. 

처음엔 그러려니 했어. 

작아질 수도 있지. 

조금 있으면 다시 커지지 않을까? 

하지만 너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고 그리더니 산 속으로 쏙 들어가더라. 

우리는 자전거를 버려두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어.

 정말 힘들었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직감도 있었거든. 

그렇게 찬찬히 걷다보니 우리가 아는 익숙한 이름으로 너의 이름은 바뀌어 있었어. 

거기에 또 한 번 신기해하며 얼마 남지 않았다며 친구와 나는 서로 껴안고 격려했어. 

넌 그런 우리 모습이 우스웠을 지도 몰라. 

하여튼 그렇게 올라가다보니 너의 모습은 점점 작아져 어느 새 우리보다 작은 모습이 되었더라. 

마지막엔 정말 네가 어디 있는지 찾기조차 힘들었으니 말이야. 

처음엔 정말 놀랐어. 

겨우 이게 너의 첫 모습이란 게 믿기지도 않고, 실망스럽기도 했어.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우리가 그렇게 거대하다고 느꼈던 네가 이런 조그마한 모습이란 생각에 웃음도 났고, 경이롭기까지 했어. 

그리고 너는 우리가 느꼈던 힘들고 고달프지만 행복한 그 추억을 앨범마냥 모두 담고 있더라. 

지나온 그 추억에 포옥 잠겨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데 둘 다 지쳤지만 서로 웃고 있었어. 

우린 그렇게 무서울 것 없었던 그 해 여름을 너와 함께 보내었지.


그래. 네 이름은 강이야. 

다른 모습으로는 계곡이라고도 불리는 녀석이기도 하고. 

사실 계곡에서 강으로 이어진 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추억을 거슬러 올라오며 바라 본 모습은 신기할 수밖에 없더라고. 

요즘도 나와 함께했던 친구를 만나면 네 얘기를 종종 하곤 해. 

있잖아. 

너는 알지 모르겠지만 나 그 이후로 가끔 너를 보러 가곤 해. 

바라만 봐도 웃음이 생긋거리는 거 있지? 

나 말이야. 

너를 만난 이후로 너 같은 사람이 되기로 했어.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끝은 창대하고 커다란 그런 사람 말이야. 

고마워.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줘서. 

나도 너처럼 추억 하나 놓치지 않고 그렇게 옛 모습 간직하며 그렇게. 

그렇게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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