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살아 돌아와 마냥 고맙기만 한 아가.
말간 얼굴로 괜찮다말하면서도 밤마다 깊고 차가운 물 속에서 버둥거렸을 아가야,
네가 하루하루를 지옥에 살고 있을 때 나는,
나도 함께 지옥에 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이 지리멸렬한 세상, 살려달라하는 아이들 목숨 하나 건져내지 못하는 못미더운 세상
나는 이곳에 너와 같이 서있는 줄로만 알았다.
내 착각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가슴만 미어지던 그 날은 벌써 지나가
나는 또 다시 아등바등한 돈벌이에 치어 살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낼 연말연시에 설레었고
즐거운 일에 웃고 또 웃고
그렇게 나는 또 다시
사람처럼 살았다.
미안하다.
그 무서운 곳에 너만 두고
나만 사람처럼 살아서.
못난 나는 그 날이 벌써 먼 얘기같은데
너에겐 아직도 그 날이 오늘이었고 앞으로도 그날이 오늘일 줄을
나는 정말 몰랐으려나.
네가 두려운 그리움을, 몹쓸 죄책감을 그 작은 몸으로 끌어안아 버틸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아가,
미련한 어른들은
제 살기 바쁘다는 잔인한 이유로
그 날도, 네가 사랑해 못견디던 너의 친구들도
잊는다. 분명히 잊는다.
오늘처럼 네가 잔인하게 네 상처를 들춰보이고 나서야
고개를 숙이고 속죄하는 미성숙에
너만이 돌을 던질 수가 있다.
그러니
제발 살거라.
살아남아 너만은
잊으려는 이들에게 계속 돌을 던져라.
네가 던진 돌에
나는 아파 죽어도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