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모처에서 도배, 장판, 기타 등등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목공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요.
게임 개발 하다가 때려치고 인생 리셋시킨 후에 가구 장인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만들어본 거라곤 직접 쓸 작업대가 전부인데, 연장 있겠다, 못질 할 줄 알겠다, 어머니께서 특명을 내리셨습니다.
'가게 앞에 데크를 짜고, 거기에 덩쿨식물들이 타고 올라갈 기둥이랑 처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예전에 집수리 혼자 한다고 낑낑대다가 몸살로 3일을 드러누운 적이 있어서 듣기만 해도 일이 많을 것 같은 그 작업이 별로 땡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희 아버지는 항상 어머니 편이시기에, 스코어는 2:1.
결국 자재를 사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게 앞을 예쁘게 꾸미는 건 몇 해 전부터 이어져 온 어머니의 소원이기도 하고요.
기왕 하게 된 거, 혼을 불사를 기세로 작업에 착수해 봅니다.
이로서 작업대를 짠 것 이후로 공식적인 1호 결과물이 나오게 될 예정입니다.
자재입니다.
2T 짜리 120mm 방부목 판재가 7개, 40mm * 40mm 방부목 각재 7개가 투입되었습니다.
목재상을 찾지 못해 건재상에서 가져오다 보니 가격이 좀 쎄더군요.
저희 작업의 모토는 '최대한 있는 것 가지고.'입니다.
목공 작업대 짤 때 남았던 투바이원 1개와 원바이원 6개로 데크 받침을 만듭니다.
투바이원 자투리로 다리를 세우고, 모자른 부분(사람은 안 다니지만 화분이 올라갈 부분)에는 벽돌을 끼워 넣습니다.
왼쪽이 주로 사용하는 출입구인데, 사진을 찍은 뒤 원바이 원으로 각 칸마다 가로 지지대를 증설했습니다.
120mm 판재 8칸으로 데크 상판을 짜 올린 직후의 모습입니다.
7개는 원판이 그대로 들어갔고, 제일 안쪽 칸에는 자투리 판재가 들어가 있습니다.
90Kg 가까이 되는 거구(본인)이 올라가도 꿀렁거리지 않습니다.
미세하게 휘어 보인다면 눈의 착각입니다.
중간 과정은 생략했지만 40mm * 40mm 방부목 각재로 기둥과 난간을 만든 뒤입니다.
정석대로 가자면 데크 판재 각 귀퉁이를 째고 저 기둥을 바닥까지 밀어 넣었어야 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난간과 지붕에 방부목 격자를 씌우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이 날은 두 군데나 돌아다녔음에도 격자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작업은 2일차로 넘어갑니다.
2일차(오늘)은 좀 일찍 일어났습니다.
늦게 출근 = 늦게 퇴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저절로 눈이 떠지더군요.
나사 박느라 온몸에 힘을 줘서 그런지 삭신이 쑤십니다.
각도 절단기나 스킬(원형톱)을 쓰느라 신경이 곤두선 탓도 있겠죠.
아침에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며 보니 갈비뼈 있는 쪽 몸통 라인이 쏙 들어와 있습니다.
소싯적 72Kg밖에 안 나갔던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려는 것일까요.
그래도 1일차 처럼 고생을 계속하는 건 사양입니다.
하여튼 중간 과정이 많이 생략됐지만(사실 사진찍을 기운이 없어서...) 2일차, 오일 스테인으로 초벌칠을 마친 모습입니다.
데크 좌우로 풍선덩굴같은 덩쿨식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격자를 덧대어 주었습니다.
사실 엊그제 간판 끄트머리에 덩쿨 타고 올라갈 철사를 감았던 참이었습니다.
이제 제대로 된 지붕이 생겼으니 그 철사는 철거해 줍니다.
방부목 격자는 개당 25,000원에 3장 구입하였습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본 사진입니다.
어머니는 소원성취했다고 즐거워 하십니다.(못미더우신지 오일 스테인은 직접 칠하셨습니다.)
솔직히 어제까지는 매우 비관적이었는데, 만들어놓고 사진을 찍어보니 그럴싸 합니다.
온 동네방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와서 언제 이런 걸 만들었냐고 물어봅니다.
그럴 때마다 짐짓 자랑하듯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니 내 몸이 좀 힘들어도 보람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공식적인 첫 결과물이라는 점도 고무적인 듯 합니다.
아직 서툴고 겁도 많지만 이렇게 슬슬 해 나가다 보면 시간은 오래 걸릴지라도 언젠가는 어딘가에 도착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잡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