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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상황 분석글
게시물ID : sisa_3852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부
추천 : 5
조회수 : 59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5/06 18:32:00

https://www.facebook.com/bulgot/posts/517297928307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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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사태를 취재하다가 아주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첫째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임금입니다. 왜 저렇게 낮게 책정이 됐던 것인지, 지금도 중국은 물론이고 베트남, 동남아 수준보다도 낮습니다. 최근에 현대경제연구원 자료를 어떤 네티즌이 인용해 올려놓은 것을 보니, 개성공단의 최저임금(63.8 달러, 평균 임금은 144달러)은 한국 시화공단(831달러)의 13분의 1, 중국 칭다오공단(194달러)의 3분의1, 베트남 탄뚜어공단(95.8달러)의 3분의 2였습니다. 또 땅값은 개성공단이 1평방미터당 39달러로 한국의 6분의 1, 중국의 3분의 1, 베트남의 5분의 1이었구요.

두 번째는 공장들이 왜 천편일률적으로 임가공 형태로만 되어 있는 것인지, 즉 북한 근로자의 저임금 따먹기 형의 공단이 돼 버린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좀더 다양한 기획들이 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예를 들어 북한 기업도 들어오고, 남북합작 공장도 만들 수 있었을 거고, 생산품도 남쪽으로만 아니라 북쪽으로도 가져가고 하는 다양한 실험이 있을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문제들이 왜 중요하냐면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인식을 좌우하는 문제들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공단이 폐쇄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그 근본 원인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 거지요. 여기에 한 가지 변수를 더한다면 바로 군부의 불만입니다.

즉, 앞의 두 가지 문제를 초기의 기획 및 세팅 단계의 문제라 한다면 군부 문제는 관리의 문제라 할 수도 있겠지요. 이 군부 불만은 사실 금강산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금강산 관광 중단의 빌미가 된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역시 파고 들어가 보면 금강산을 관할하는 북한 군부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군부 불만이란 이들이 단순히 우리식의 개혁개방에 저항하는 세력이라는 피상적 차원이 아닙니다. 북에서 군부는 하나의 경제단위입니다. 군 전체가 제2경제위라는 독자적 경제섹터이고 지방의 군부 역시 자급자족형의 돈벌이에 익숙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들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에 대해 처음부터 반대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자기들 전문 분야인 안보의 관점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더 생긴 것은 사실이나 반면에 새로운 수익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곳들이 세팅이 되어 관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군부는 소외되고, 관리기관들인 통전부 산하의 민경련 같은 데가 득세를 합니다. 군부는 애초 기대했던 수익은커녕 그나마 전 같으면 땅도 파고 하면서 용돈 벌이라도 했을 텐데 그런 것도 없게 되고, 업무 부담은 더욱 커져갑니다. 그러니 불만이 안생길 수가 없었던 거지요.

이 세 가지 문제,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봐도 말이 안될 정도의 저임금, 단순 임가공형의 단조로운 공단 운영, 그리고 군부 불만이 그동안 어떤 식으로 표출됐는지 들여다보면, 사실 오늘날 같은 사태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문제였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공단에 대한 불만이 아주 직접적으로 터져나온 게 바로 지난 2007년 10월3일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때입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자기들은 개성을 산업(협력)이라 여기지 않는다, 시작한지 4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시범사업도 벗어나지 못했으면서 남쪽에서는 무슨 개혁개방의 성공사례 운운하고 이용만 하고 있다는 식으로 퍼부었다고 합니다. 개성공단을 남북협력의 대표적 성공사례라 여기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이 날벼락을 맞은 셈이지요.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북한 내에서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오지요. 개성공단을 그동안 관리했던 통전부 산하 대남사업팀들이 박살이 납니다. 민경련부터 시작해 민화협 아태 등에 대한 대대적인 반부패 사범 조사가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적게는 수만 달러 많게는 수백만 달러를 착복한 사람들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것을 군부가 보게 됩니다. 거의 눈이 뒤집힐 정도가 되지요. 기껏 자기들 관할 지역을 넘겨주고 자기들은 후방으로 물러나 난처한 처지에 놓여있는데 엉뚱한 놈들이 배터지게 착복하고 있었던 거지요. 2008년 3월 조선인민군 일선 지휘관 회의가 열려 개성공단 당장 문 닫으라고 난리가 벌어집니다. 이미 2006년 4월에도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는데, 군부가 또다시 들고 일어난 거지요. 금강산에서 박왕자 씨 사건 터진 것도 바로 그 직후인 2008년 7월이군요.

게다가 2009년부터 슬슬 중국 쪽으로 노무 송출이 본격화되면서 개성공단 임금과 땅값이 터무니 없이 낮다는 사실이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2009년 6월에 땅값을 5억 달러 쳐주고, 임금을 국제 수준인 300달러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줄리 만무했지요. 그래서 3개월 쯤 버티다가 슬그머니 물러납니다. 그때 남쪽에서는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북쪽에서는 이미 그때 마음을 접었다는 겁니다. 저거는 미래가 없다는 거지요.

단, 그때는 자기들이 준비가 안돼 있어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지요. 그래서 니 폐쇄까지 염두에 둔 소위 북한식 용어로 ‘대책적 방안(즉 플랜B)’ 마련에 들어가게 된 거지요. 그때부터 당 중앙위원회가 개성공단을 관할하며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지난 4월8일 김양건의 개성공단 방문에서 보게 된 거지요. 그때 남쪽에서는 김양건이 당 통일전선부장이고 통전부는 그동안 통일부의 협상 파트너였으니 기대할만 하다고도 했는데, 이건 우리식 생각이었고요, 당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던 김양건의 타이틀은 당 중앙위원회 비서였습니다. 즉 2009년부터 시작된 당중앙위원회의 대책적 방안의 일환으로 김양건이 내려온 것이고, 그 결과가 바로 북한 근로자 철수와 개성공단의 잠정 폐쇄였던 거지요. 일단은 여기까지 하고 지켜본다, 이거지요.

그래서 궁금해진 겁니다. 모든 사물의 결과는 처음 시작할 때 이미 예비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처음 시작할 때 과연 남쪽의 기획이 뭐였고 북쪽은 왜 그리 터무니없이 양보를 했던 것인지, 알만한 분께 물어봤습니다. 대략 분위기를 알겠더군요. 개성공단 협의는 주로 정몽헌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과 초기에 큰 틀에서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했다더군요.
정 회장은 이런 식으로 설득했나 봅니다. 개성공단을 앞으로 북한 근로자 25만 정도를 수용하는 세계적인 공단으로 만들겠다. 그러자면 공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나선지역처럼 토지사용료에 집착해서는 안되고, 인건비도 낮아야 한다. 그대신 현대는 공단을 단계적으로 확대발전시키고, 단순 임가공에서 시작해 기술집약형 공단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가겠다, 한마디로 현대 측은 공단의 외형적 확장과 기술 및 산업 협력을 지랫대로 김 위원장으로부터 땅값과 임금에서 양보를 받은 셈이지요.

그런데 그 뒤에 사단이 났습니다. 공단 착공식이 2003년 12월에 있었고, 2004년 1월께 공단 관리위원장을 임명해야 하는데, 현대는 북측과의 합의에 따라 사업주체인 현대측 인사가 관리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초기부터 현대의 대북 사업 최전선에서 깊이 관여해온 고위임원을 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려 했지요. (이 내용은 그 당시 제가 기사를 썼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

그런데 통일부가 펄쩍 뜁니다. 무슨 소리냐. 정부에서 맡아야지. 왜 민간이 나서느냐. 뭐 이런 것이지요. 그래서 초대 관리 위원장에 엉뚱한 사람이 들어옵니다. 주로 농림부 쪽에서 근무했고 북측과는 비료협상 정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인사였다지요. 그이 바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이었는데 어떤 경로로 그 중차대한 일을 맡게 된 건지는 잘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남측이 공수표를 날리게 된 것이지요. (물론 이런 이유 외에도 핵문제 등 정세와 관련한 문제들도 복잡하게 얽혔겠지만, 북쪽에서 볼 때는 자기들의 저임금 제공과 무료 토지 사용료에 대한 반대급부는 전혀 없었던 셈이지요.)

당시 관리위원회는 위원장 임기 3년에 대부분 통일부에서 파견 나간 분들이 맡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건 지금까지도 계속 그럴 테고요. 최근 들은 바에 의하면, 통일부에서 개성에 나가면 위험수당이라 하여 월 400만원을 더 받는다고 하더군요.(이럴 때 10대들은 ‘~헐’ 그러더군요.) 이게 일률적으로 그런 건지, 직급에 따라 차이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구요.이 분들 나름대로 현지에서 고생하셨겠지요. 그런데 이 분들이 산업을 전공으로 한 분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공단을 운영하는 데 산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가서 뭘 했다는 건지...그렇다고 북한 군부의 위협 요소를 제대로 파악해 대처한 것 같지도 않구요.

기자로서 저도 반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를 전문으로 해왔다면서, 문제가 곪고 있다는 것을 이리저리 들어서 알고 있었으면서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지요. 그러나 이제라도 문제를 정확하게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북한의 최근 행태에 대해서는 불만이지만, 적어도 그런 행태가 왜 나왔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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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 트윗을 통해 읽어본 페북 글입니다..

https://www.facebook.com/bulgot/posts/517297928307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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