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단순히 몇 가지 함축된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으나 과정으로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 나아가 주체가 형성되는 과정 등등.. 이러한 문화의 기능들은 분명히 구조적 기능들이며 고정된 객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만큼, B급 문화를 언급한다는 것은 문화의 유동성, 현상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베를 보자. 일베는 분명히 주류 정치문화와는 동떨어져 있는 집단이다. - 그들의 정치성은 언제나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표현되며, 그것이 현실세계에 재현되는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 이러한 현상을 주류문화로의 편입으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나는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적어도 이들이 지니고 있는 B급 현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B급인가? 정치라는 것을 단순히 보편성에 기초한 가치 분배 과정이 아니라 특수성에 기반한 가치의 충돌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 다시 말하면 정치라는 것이 보편화된 규범적 틀이 아니라 특수성에 기반한 충돌 과정의 결집체라면, 이것은 다시 프레임의 충돌로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각기 다른 프레임의 충돌은 정치 과정을 형성해간다. 그것의 주류성을 판가름하는 것은, 그 틀 자체가 논증에 부쳐졌을 때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 물론 이것은 순전히 가정이며, 사고 실험이다.
일베가 B급에 머무르는 이유는 여기에서 기인한다. 그들의 프레임은 얼핏 보기에 기성 우익들과 같은 맥락에서 읽혀지는 듯 하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 이들은 프레임 자체가 '정치'라는 특수성에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유머'라는 보편적인 코드에 기반하고 있다. 즉, 이들은 정치라는 특수성의 충돌 위에 유머라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코드를 씌움으로써, 그것의 정치성을 위장하고 있는 것이다. - 따라서 이들의 현상은 하나의 '문화'이며, 기성 정당들과는 맥락을 달리 하는 B급으로 읽혀야 한다. - 이들은 누구와 결합하였는가? 그것은 탈락한 권위주의 세대의 이데올로기이다.
요 근래 '베츙이몰'이라는 상품이 등장하였다. 상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혐오스러움은 일단 둘 째로 놓고 보자. 우리가 문제시해야 하는 부분은 이들의 상품이 얼마나 극적으로 이데올로기화되었는지이다. 명백히, 이들은 자신들을 '위장'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위장은 이미 일베에서는 보편화된 문화 현상이다. - 예컨대 자신들의 반공 전체주의를 자유주의로 위장한다든가, 명백한 정치적 메세지를 담고 있는 자료 혹은 의견에 대해, '팩트'라는 단어를 통해 탈정치적, 혹은 합리주의적으로 위장한다든가 하는 것은 단순히 그것이 지니는 지엽적 메세지가 아니라 그들의 행동 양식의 근본적인 부분을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들의 문화는 상품화되었다 - 그리고 그것은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것이며 나아가 명백히 그들의 정치성을 은폐 혹은 위장하는 형태로 표현되었다. - 가령, 그들의 혐오스러운 행동들은 '베츙이몰' 상품에서 드러나듯 귀여운 이미지로 치환되었고, 오유 등 커뮤니티는 강간과 같은 혐오스러운 이미지로 대체되었다. - 커뮤니티 자체의 질적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치적 행태는 이렇게 이미지로 치환되며 '위장'된 것이다.
몇 가지 질문지가 생길 것이다. 난 여기에 대해 아직 대답을 유보하고 있다. - 첫 째,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들에 대한 비판과 개입은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가? 둘 째, 과연 이들의 행동은 윤리적 규범에 부쳤을 때 타당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논증될 수 있는가? - 첫 째에 대한 대답은 유보적이나, 두번 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명백하다. - 저들은 거짓을 포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