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체르나러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09년 내전 당시 나는 CDF(체르나러스 방위군) 소속이었다.
내전의 상흔은 깊었지만 우리는 힘을 합쳐 터전을 다시 일구었고 사람들은 일상을 되찾았다.
전쟁은 끝난 후에도 한 동안 나는 군에 몸담았다.
가끔 육지에서 좀 떨어진 작은 섬에 있는 전범 수용소에서 경비 근무를 지원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근무 교대 후 휴식시간이면 이렇게 육지를 바라보며 앞날을 구상했었지
'이럴땐 역시 담배... 가 떨어졌네.'
하지만 전역을 얼마 앞두고 일이 벌어졌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체르나러스 전역에 퍼진 것이었다.
정부는 군관을 총동원하여 감염을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 역시도 수습을 위해 투입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감염자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
온 몸이 타들어갈 듯한 열기와 목마름에 밤새 사경을 해맸고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때 나의 모습은 자다 일어난 모습치곤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렇다. 그 날 밤 난 죽었다. 그리고 뭔가로 변해 있었다.
말을 할 수도 총을 쏠 수도 없었지만 분명 난 움직일 수 있었다(달릴 수도 있지 아마).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아니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체르나러스 전역이 봉쇄될 즈음, 해변을 중심으로 곳곳에 포털(사실 리스폰 지점)이 생성된 것이다.
거기서 이방인들이 대거 우리 땅으로 난입했다('OOO 구입 후 첫 접속!').
처음엔 생존 놀이를 하는가 싶더니('초본데 질문좀요!') 이내 강도와 약탈 놀이에 몰두하기 시작했다('오늘 밤은 여럿 보냈네요 ㅋㅋ').
그들은 우리네 식량과 무기를 탈취했고 이는 소위 밀베에서 더 심했다('함께 밀베 가실 분?').
그들의 총에, 그들의 도끼에, 그들의 주먹에 나의 동족들이, 나의 동료들이 쓰러져 갔다.
뿐만 아니라 이 야만인들은 자기들끼리도 죽이고 죽고, 빼앗고 뺏기고, 속이고 속고, 심지어 먹고 먹히는 일('나도 이상한 소리 내고 싶엉~')을 반복했다. 그들이 서로 협력할 때는 떼 강도짓이 필요할 때 뿐이었다.
나는 그들을 증오한다(그래서 먼저 포효하고 달려드는구나).
나는 멀리서도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생존자 코스프레를 했건 밴딧 코스프레를 했건 내겐 마찬가지다.
그들은 침략자이고, 무법자이며... 괴물일 뿐이다(응? 다 그런 건 아닌데...).
나는 밀베를 지킬 것이다.
그들이 자동소총과 75발짜리 탄창을 탈취하여 살인과 약탈을 자행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내 남은 공격 스킬이 점프 + 탑다운 어택 뿐이더라도(스킬 추가 좀 안되겠니?)...
무법천지가 된 내 땅에 다시 평화가 찾아올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리스폰으로 돌아온다면 나도 리스폰으로 맞설 것이다.
PS)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이 다국적 밀리터리 OO 기업인 B사의 음모였다.
이들이 내 나라에 전쟁을 일으켰고 이후 돈벌이를 위해 이 땅에 바이러스까지 퍼뜨린 것이었다(그리고 꽤 짭잘했지 아마... 정신차려! 사실 너와 네 나라도 B사가 만든거야!!) 과거 에버론에 구바의 군대를 주둔시킨 것도, 사라니 내전의 원흉도 B사로 밝혀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