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쁜짓한 놈들한테는 아무말 안하면서
쫌 약하고 만만해보이는 놈이 마침 걸려서 분풀이 하니까 좋으신가요.
스스로가 쪽팔리다는 생각이 조금도 안드시나요?
하는 김에 노조 조차 없는 삼성에 대해서도 불매운동 하시고
죄 없는 아기들 죽인 가습기 세척제 팔아먹은 업체에 대해서도 불매좀 하시죠.
참고로 적어놓습니다.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액체>(한빛화학)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상품/용마산업사)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홈플러스 PB상품/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에스겔화장품) ▲가습기 클린업(코스트코 PB상품/글로엔엠)
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전부 불매운동좀 하세요. 이마트야 말할 것도 없죠.
말 없이 사람을 죽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면서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유통관행을 좀 심하게 저지른 회사의 직원이 대리점에 막말했다고
이리들 갑자기 분노하는 이유를 스스로 곰곰히 생각좀 해보세요.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럴까.
도대체 우리는 왜 이것밖에 안될까.
도대체 우리는 왜 요모양 요따우 밖에 안될까.
김수영 시인의 시를 첨부합니다.
남양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얼마나 찌질하게 분노하고 있는지 인정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의 포로수용소의 제 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비켜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