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세월호, 사실 좀 무뎌졌었어요.
시간에 떠밀려 잊었다고 변명해도 맞겠네요.
7시 출근하고 10시에 들어와 피곤해 피곤해 하다보니
어느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모른채 살고 있었어요.
어어어 하다보니 주말 주말 주말...
사는 게 이러다 보니 노동 문제에만 좀 신경 빼꼼.
그러다 오늘 문득, 연세가 좀 있으신 어머니의
부농내복 속에 보이는 노란 팔찌를 봤어요.
어, 저거 아직 하고 있네? 했는데
어머니 그러시더라구요.
새거는 아까워서 못 뜯었다.
xxx(가족같이 지내는 친구)줘라. 내꺼는 xx줬다.
니가 씻는다고 화장실에 놔두고 며칠 안 하길래
내가 했다.
그런데 이거 차고 다녀도 아무도 모르더라.
알아보면 이 노인네들이 노망 들었냐 욕하더라.
어쩌다 세상이 인정마저 없어졌는지 가슴이 애리다.
너도 한때나 우우우 하지,
이게 유행이냐? 신나게 끼고 다니다 잊아버리게?
아직도 그 얼음 같은 바다에
애기 부모들은 자식을 건졌어도
가슴을 그 속에 떼다 버린채 살 거라.
...
내일 모레 칠순인 엄마, 정치 잘 모르세요.
그래도 하나는 아신다고 합니다.
사람에 할 짓, 못할 짓.
그건 못 배우고 나이 먹어도
사람으로 났으면 당연히 알아야하는 거라고.
덕분에 상기할 수 있는 밤이 됐네요.
아이들에게 미안한 밤을,
제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