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도 시들어간 황무지를 가라 엎어 황금물결 무수히 일렁이게 하리라 금성도 뜨다말은 신새벽에 일어나서 허연 눈길에 첫 발을 내딛으리라 그리고 머뭇거리는 사람들 앞에 나아가 두 팔 벌려 가장 먼저 부르리라 그리하여 머뭇거리는 사람들마저 모두 함께 부르라
[광견]
미친개가 날뛰고 있는데 몽둥이가 서까래뿐인지라 귀 막고 고개 숙일 수밖에 미친 개가 날뛰고 있는데…….
[주인 없는 소포]
아름드리 하늘다리 미리내를 건너님아 가시는길 차시거든 향연으로 옷 한 벌 지으소서
[압록강]
고요한 저 강은 몇이나 삼켰는가 황해는 필시 붉으라 강 건너 묶인 개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아! 돌 던지면 다을듯만 하거늘
[장작]
석양에 물든 종이를 찬찬히 읽어보니, 차라리 이면지로 쓰고 싶어라. 팬으로 팬 장작은 얼마나 잘 탈탠가? 오마니, 오늘밤도 뜨숩겠습디다.
[세계적인 일상]
투데이의 에프터눈은 무척이나 써니하오. 위키엔드의 웨더도 이러하다면 파크로 테이크 어 워크를 하갯소. 혹여 전주의 코리안 하우스 빌리지에 간다면 시나몬 브래드를 먹어보시오. 허나, 계피빵은 좀 리디큘러스한 맛이 나오. 혹시 당신의 토익점수를 들어도 되겠소? 웁스, 월드 피플로서 부끄럽소. 그냥 찰스라고 불러도 되겠소? 당신도 새종 때문에 고생이 많소.
[벽 그늘에]
저기가는 나그네 나의 눈길을 끄네 그 이름은 박근혜 대통령을 꿈꾸네 시민들을 갈구네 근현대사를 바꾸네 지적하면 발끈해 내 맘에 말뚝을 박은애 모두의 희망을 밟은애 오직 거짓말에만 밝은애 내 이두박근에 실린 발군의 라임을봐 그래
[연필]
연필을 갈대로 만들탠가 바람불어 휘어지느니 부러지는 나무로 만들라 굽은 연필, 살인밖에 더 하겠소?
[밤의 여행]
오늘은 날이 더워 오픈카가 좋겠소 이불은 장롱에 두시오. 안경은 놔두시오. 그곳은 원한다면 모두가 볼 수 있소 여비도 두고 가시오. 단지 상상력만 좀 챙기시오 가서 보고픈 얼굴도 보시오 하늘도 날아보시오 허나, 기념품은 추억만 챙겨오시오.
[흐른 강물을 위한 18번째 오중주]
바이올린이 앏게 흐니끼오. 그 라단조의 통곡은 먹먹하오. 그때, 큰 북이 다른 악기를 깨우는듯 하오. 모두 깨어 제각기 울부짖소만, 한치의 불협화음도 없소. 한(恨)이 목동처럼 그들을 이끄는것 같소. 점차 울림이 고조되고 7음이 불꽃처럼 아른거리오. 기묘하오 점차 큰 북이 빨라지오. 부채질을 하는것 같소 순식간에 화염에 휩쌓이오. 허나 다시 사그러드는 불꽃처럼 악기가 모든걸 쥐어 짜내고 있소. 그 아우성은 이루 말할데 없이 애절하오. 다시금 타오르오 봉화처럼 타오르오 마침내 모든걸 불사지르고는 그들은 침묵을 연주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