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내 사랑 군용쌀국수
게시물ID : military_385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잇힝-ㅅ-
추천 : 12
조회수 : 1488회
댓글수 : 34개
등록시간 : 2014/02/16 08:07:02
아침에 해장할려고 쌀국수 먹다가 아련한 생각이 나서 글 적어봅니다.

슬슬 나가야되는데 다 적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병영문학의 대가 aeio님만큼 재밌는글은 아니지만, 그냥 경험을 담담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 나는 논산에 입소했다.

논산 가는길에 나름 맛있는 밥 먹이신다고 중간에 식당에 들려 비싼 불고기전골을 사먹었지만,

이별이 가까워서 그런지 맛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군대에 입소하였다.

당시 몸무게가 95~98kg에 육박하던 나는 건강소대로 배치되었다.

요즘은 몸무게가 비슷한데, 운동을 그나마 해서 그런지 체형은 완전히 틀리다.

즉, 순수하게 뚱뚱하던 시절이었다. 건강소대라는 이름하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비만이 많았다.

내 옆에 있던 동생은 몇킬로만 더 찌우면 4급이 나왔을텐데, 그냥 군대에 왔다고 했다.

물론 건강소대라고 해서 비만인 병사만 오는건 아니고, 정말 몸이 안 좋아서 오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튼 처음 입소한 군대밥은 맛이 없었다. 뚱뚱하지만 햄도 안먹고 가리는게 많은 나는 군대밥이 걱정이었다.

다만, 나는 어릴적부터 라면을 굉장히 좋아했다. 초등학교때도 급식 먹고 와서 할머니께 급식 맛없었다고 라면

끓여먹겠다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마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것 같다. 

입소대대에서 훈련소로 배치되면서, 당연히 나는 열외되어 건강소대로 배치되었다.

건강소대라고 특별히 다른 관리를 받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지휘관에 따라 차이가 좀 있는것 같은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배식에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오전이나 저녁때 운동을 조금 더 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팔굽혀펴기 40개를 시켰는데 나중에는 60개까지 늘렸다. 그리고 운동장 구보하고, 주말에도 낮에 모여

연병장을 뛰곤 했다. 그래도 그 때는 뛰는게 뭔가 자유롭게 느껴져서 계속 뛰다가 조교한테 혼났었다.

나이는 비슷한데 어찌나 어른스러워 보였는지. 아무튼 건강소대라고 다른건 없었고, 다르게 얘기하면 다이어트부대였다.

그래서 몸무게 체중을 적어내곤했는데, 훈련소에서는 간식이고 뭐고 다 먹었는데 약 10kg이상이 빠졌었다.

후일담이지만 100일휴가때는 70kg까지 빠졌었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제약사항은 바로 라면을 안받겠다는 서명을 하는것이었다.

육개장 사발면이 보급되는데, 그것을 받지 않겠다는 서명을 했었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당시 나는 보급계를 담당했는데 부식이나 물들을 옮겨 날랐다. 그런데 사실 라면은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 라면이 어디로 갔는지는 의문이지만, 사실 그런것은 중요한게 아니었다.

라면을 못 먹는다는것이었다. 평생 달고다닌 라면을 못 먹는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나름 돼지고추장국에 익숙해져 식당밥고 맛있고 맛없고를 따지기 시작하고,

어느덧 야간행군을 하게 되었다. 약 5시간동안 야간행군을 짐이 많아서 그런지 고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그날 밤 본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름 보람을 느끼며 야간행군에서 '집'으로 복귀할 무렵,

보급이 나온게 있었다. 바로 '군용쌀국수'였다. 

라면은 못 먹어도 군용쌀국수는 보급으로 허용해준 모양이었다. 야간행군 끝나고 뭔가 먹여야하니,

라면 대신 인지 아니면 군용쌀국수가 원래 나오기로 했던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나왔고 먹을수있었다.

뜨거운 물 받아서 용기에 한입하는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한편, 이 쌀국수는 굉장히 호불호가 심했었다. 보통 면이 질기다는 이유였다.

나는 그렇지만 만족해했고, 특히 국물이 맛있었다.

싫다는 그 쌀국수를 양보해주는것이 더 좋았다.

그렇게 군용쌀국수에 대한 기억을 남기고 자대에 입소하게 되었다.



자대에서의 생활을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어려가지 사연이 있지만, 여기에는 적지 않겠다. 여기에서는 쌀국수 얘기만을 하도록 하겠다.

자대에 배치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군용쌀국수는 힘없는나에게는 희귀한 라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달에 한번 나오는데다가, 우리 부대는 힘이 없어 부식을 여분이 많게 끌어오지 않아서,

추가로 더 받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훈련소에서 누군가 양보해준 쌀국수는

더블백에 고이 모셔놓고 있다가, 우연히 주말에 라면취식을 허가받고 맛있게 먹었었다.

그러던 어느날 청소를 하던중 쓰레기통에 쌀국수가 버려져 있는것을 발견했다.

몰래 살펴보니, 새거였고 유통기한도 멀쩡해서 챙겨서 역시 나중에 맛있게 먹었다.

당시에는 그렇게 먹고 싶었었다. 


한편, 힘없는 병사였던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언젠가는 군용쌀국수에 밥을 말아먹겠다고.

그래서, 하나 챙겨놨다가 백일휴가때 들고 나가 새벽에 흰밥을 지어 컴퓨터앞에서 말아먹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백일휴가때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반 패닉상태로 복귀했었지만, 군대의 일상은

전혀 상관없이 흘러갔다. 


어느덧 짬이 차가면서 식당에 라면을 자유롭게 들고 갈 수 있는 짬이 되었다.

다른 병사들의 후기를 보면 쌀국수로 다양한 조리를 했었다는 일화를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순수하게 군용쌀국수의 국물을 즐겼다. 언제 어디서고 파견을 갈때고 군용쌀국수를 가지고 다녔다.


상병 이상이 되면서 어느덧 나는 군용쌀국수에 더 탐닉하고 있었다.

각 내무실을 돌아다니면서 군용쌀국수를 먹지 않는 사람들것을 받아오곤 했다.

나의 분대장 또한 군용쌀국수를 맛있다면서 모으러 다녔고, 

바야흐로 군용쌀국수를 수집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군용쌀국수가 희귀하다고 생각해서 왕뚜껑등으로 바꿔주곤 했었다. 

그 와중에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나에게 군용쌀국수를 공급하고, 더 비싼 라면을 챙기는

브로커가 있었다고 한다. 


상말쯤 되었을떄 친한 병장과 운동을 하면서 연병장을 뛰고 있는데

나에게 청천벽력같은 제안을 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쌀국수를 다른 병사들에게 양보해라.'

당시 나는 갖은 방법을 통해 쌀국수를 약 13개 정도 보유하고 있었다.

계속 거부하다가, 그 병장은 웃으면서

'내가 중요하니 쌀국수가 중요하니'

라는 말에 나는 피눈물을 흘리며 쌀국수 1개를 남기고 다른 후임들에게

분배했다. 그들이 국물을 먹을때 한입이나마 할려고 어찌나 돌아다녔던지.


군용쌀국수는 나에게 단순한 식품이 아니었다.

23개월의 추억과 함께, 너무나도 맛있는 음식이었다.

불침번을 서고 새벽에 호호불면서 먹는 그 라면, 그 국물.

사회에 나와 아련할 때쯤, 군용쌀국수를 한박스 사서

또 행복해할 수 있었다. 

가끔 아침으로 군용쌀국수와 유사한 쌀국수라면을 사서 먹곤 한다.

매콤한 국물맛과 나름 쫄깃한 면발... 

군용쌀국수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부식이 아니었는가 싶다. 



지금도 추운날씨에 고생하는 장병여러분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즐겁고 편안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한줄요약

 군용쌀국수 맛있네요 ^^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