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유학 가서 현재 외국에서 의대를 다니고 있는 남자 학생입니다.
아버지도 서울에서 의사이셔서 그런지 전 어릴적부터 부족한것 없이 자랐어요.
아버지가 시골에서 자라셔서그런지 환자분들, 특히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과 너무 잘 대화 하시고 시골 사시는분들 보면 뭐랄까 되게 말이나 행동 하시는것들이 구수 하시자나요 친근감 가게. 아버지는 초등학생때 부모님이 두분다 돌아가시고 8남매중 막내세요. 위에 누나 형들 (제 삼촌 고모들) 이 학교 그만 두고 일해서 겨우 살림을 이어가며 제 아버지만 유일하게 학교를 보내시고 결국 의대까지 쭉 지원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가 정도 많으시고 형제들의 희생으로 의사가 되실수 있으셨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환자를 보십니다. 사실 제가 보기엔 촌스럽지만 나이 많으신 환자분들만 오시면 시골 친구 만난듯이 웃으면서 "워매~" 이러시며 환자분들 봐주시고 어쨌든 좋으신 분이예요.
이런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저도 어릴적부터 의사가 꿈이였고 어머니가 고등학교 선생님이셔서 그런지 저도 어릴적부터 학업에 열성적이였고 결국 미국으로 유학까지 갔어요. 자랑처럼 들릴수 있겠지만 미국가서도 열심히 공부해 항상 상위권으로 명문 초중고 아이비대학 졸업, 그리고 현재 미국 탑10 의대 재학중입니다. 짧게 말하자면 제 꿈을 이룬거죠.
하지만 제가 머리가 좋거나 똑똑 하진 않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더더욱 노력하고 피땀 흘리며 이제 거의 18년간 공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이제까지 입을거 못입으시고 드실거 못드시며, 제가 평범하게 한국에서 학교 다니며 살았다면 누구 못지않게 좋은 집에서 살면서 넉넉한 삶을 사실수 있으셨지만, 제 학비/생활비 대주시느라 여기저기 대출받으시고 항상 부족하게 살아오신 제 부모님의 희생이 가장 컷죠.
얼마전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났어요. 남자애들도 있고 여자애들도 있었어요. 남자애들은 네명 다 한국서 좋은 대학 졸업 하고 대기업 취직해 사는 놈도 있고 또 박사 석사학위 쪽으로 방향 잡고 더 공부 하는 놈도 있었어요. 하지만 여자애들은 다들 국내생이건 유학생이건 어릴적부터 공부는 안하고 이쁘장한 외모이기에 놀러 댕기고 이남자 저남자 만나고 여행다니며 어떻게 보면 10대 20대 제가 하루 잠 2~3시간씩 자며 공부 했던 그 똑같은 시간들을 이 아이들은 젊을을 최대한 만끽하며 보냈어요. 주말이면 무조건 클럽, 일주에 두세번씩 남자 소개, 여름이면 무조건 소위 좀 잘 놀고 돈 많은 남자들과 1주씩 바다로 여행, 등등 전 이제까지 공부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오느라 포기하고 지나쳤던 수많은것들을 일상생활로 삼고 살아 온 애들이였어요.
제가 이걸 몰랐던건 아닙니다. 제가 이꽉물고 중고딩대학생때 공부하는 일분 일초도 나도 그렇게 놀고 싶다는 생각 안해본적 없고 난 언제 저렇게 살아볼까 안해본적 없습니다. 더 큰 꿈을 위해 그 순간 일시적 즐거움을 버린거죠. 그럴때마다 했던 생각이.. "그 애들은 지금 저렇게 놀고 다녀도 몇년 있으면 후회 할꺼다" 이런 생각을 하며 제 자신을 위로 했죠 ㅠㅠ
근데 최근 6개월간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그 여자애들이 다들 클럽이나 소개를 통해 제벌2세나 준제벌2세들, 사짜 들어가는 전문직 남자들을 어떻게 만나 결혼식 날짜까지 잡고 강남/청담/삼성동에서 이미 신혼집까지 예정 해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살짝 허망하긴 하네요... 물론 제가 제 선택을 후회 하는것도 아니고 전 목표를 이루고 성공 했다고 생각 하며 만족 합니다. 하지만 내가 버리고 희생했던것들을 다 누리고 살아온 사람들도 결국 이렇게 결혼 잘 하고 떵떵거리며 살수 있다는걸 알게 되니 좀 슬프기도 하네요...
남녀 콜로세움 열고싶지도 않고 된장녀다 어쩐다 한국 여자를 까는것도 아닙니다. 단지 살짝 씁쓸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