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정재단 이종환 명예이사장 인터뷰]
짐 드는 직원도 없이 혼자 이코노미석 타고 중국 출장서 돌아와
"1조원 정도는 돼야 어지간한 경제위기 와도 흔들리지 않고 장학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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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2년 사재(私財) 3000억원으로 자신의 아호를 딴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만들고, 10년간 총 8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개인이 세운 장학재단으로선 아시아 최대 규모다. 이종환(89) 관정재단 명예이사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오는 2015년까지 남은 재산 일부를 추가로 내놓고, 이미 내놓은 재산 중 미개발 부동산을 개발해 1조원을 채우겠다고 7일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혜화동 재단 사무실 6층에 있는 살림집에서 두부된장국에 삶은 돼지고기로 늦은 저녁을 들며, 마오타이주(酒) 한잔을 달게 비웠다. 짐 드는 직원 없이 혼자서 이코노미석 타고 중국 출장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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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재산의 95%를 장학사업에 쏟아부은 이종환 관정재단 명예이사장은“2015년까지 재단 기금을 1조원 규모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종찬 기자
"직원 없이 이코노미석 타면 옆자리 승객은 내가 회장인 줄도 모르고 장학사업 하는 줄도 모르겠지요. 뭐 어때? 알아주기 바라서 하는 일 아니오. 돈 있다고 내세우는 거, 할 줄 아는데 안 해. 아흔 된 늙은이가 혼자 다닌다고 남이 깔보면 그건 그 사람이 잘못된 거요. '건강하고 검약한다'고 좋게 봐주면 고마운 거고."
그는 "재단 기금이 1조원 정도는 돼야 어지간한 경제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고, 사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장학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했다. 노벨상에 버금가는 '관정 아시아 과학상'(가칭)을 만들어 재단 기금이 1조원이 되는 시점부터 아시아 학자들에게 시상하는 것이 다음 목표다.
이 명예이사장은 경남 의령군에서 태어나 삼영화학그룹을 일으켰다. 부자가 된 뒤에도 '점심은 짜장면, 특식은 삼계탕, 해외 출장은 이코노미석'을 고집했다. 재단 관계자들은 "식당에 가면 이사장님이 '맛있는 거 맘껏 시켜라. 나는 짜장면!' 하시기 때문에 우리도 감히 짜장면 이상은 못 시킨다"고 했다.
그러나 장학금은 통 크게 지급했다. 관정재단은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을 선발해 국내 대학은 연 1000만원, 해외 대학원 석·박사 과정은 연간 3만~5만5000달러씩 최고 10년간 지급한다. 지금까지 464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코 묻은 돈 모아서 어렵게 만든 돈으로 장학금 주는데, 개중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으로 아는 학생도 물론 있지요. 하지만 그런 일로 한 번도 배신감 느낀 적 없어요. 이제까지 10년 베풀었고, 앞으로 더 베풀 겁니다."
이 명예이사장은 "일본은 노벨상 탄 사람이 10여명인데 우리는 아직 한 명도 없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장학금 줄 때 '돌아와서 우리 회사에 근무하라'는 식으로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던데 나는 '언젠가 베풀 수 있는 처지가 되면 너도 꼭 베풀어라' '노벨상 타라' 두 가지만 얘기한다"고 했다.
"쑥스러운 얘기지만 나는 평생 한 번도 식당에서 메뉴판 왼쪽(음식이 적힌 쪽)을 보고 시켜보지 못했어요. 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가격이 적힌 오른쪽에 먼저 눈이 가더라고…. 어려운 나라에 태어난 업보요. 내가 장학금 주는 것도 결국 부국강병 하자는 일이오. 장학생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 나오면 좋고, 노벨상 아니라도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하나만 나오면 내 돈 수천억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후손 보고 하는 일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