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나는 오늘 커피를 마셨네
게시물ID : art_38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전기수
추천 : 1
조회수 : 4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6/14 22:09:06
그 해 가을 그 해 가을, 나의 일상은 가을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치의 물도 끌어올릴 수 없어 말라비틀어진 고목이 끊임없이 덧입혀진 나날이였다. 빠르게 식어가는 대지위론 간간히 바람이 불었고 차가움이란 단어가 몸 구석구석을 파고 드는 날들이였다. 그 무렵 졸업을 앞둔 교정엔 가을이 피어나고 있었지만 나는 벤치에 앉아서 동기들과 허망한 농담을 주고받거나 못 다한 과제로 인한 따분한 학점을 들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일상은 나뭇잎처럼 가볍게 물들고 바람에 치여 노을에 쉽게 빠져들었다. 숨길 수없는 쓸쓸함은 교정의 은행잎처럼 점점 더 노랗게 물들어갔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노교수의 불안한 발음과 채워지지 않는 노트에 빼곡히 그려 넣은 낙서가 얼마 남지않은 학기를 채우고 있었다. 그 날 나는 평소보다 더 먼 곳에서 불어온 바람소리를 들었다. 이 층 강의실 창문 앞까지 은은히 들리는 소리 은행잎이 물드는 소리 벤치 끝자락에서부터 서서히 드리워지는 땅거미 소리 커피 한 잔 담배 한 모금에 꺼져가는 하루의 소리 이제 곧 노을 앞에서 초라하게 주저앉을 누군가의 발소리 순간 낯설게 다가온 나뭇잎 지는 소리 이별은 본능적으로 다가온다. 그림자를 이제야 발견한 것처럼 그 날은 조금씩 따스함이 빠져나가고 있었고 나는 점점 비어가는 벤치에서 어두워가는 노을을 붙잡고 있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