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는요.
저밖에 몰라요. 그 남자의 관심사는 오로지 저란 여자와 학교공부 뿐입니다. 그 외의 것들엔 관심이 도통 없어요.
이 남자가 다 해줘요. 밥도 항상 사주고, 가끔 갖고 싶었던 옷이나 신발도 선물로 해줍니다. 보고 싶었던 것들도 다 보여주고, 하고 싶었던 것들도 다 하게 해줘요.
친구들은 다 부러워해요. 저밖에 모르고, 저를 위해서 모든걸 다 해주니까.. 그냥 좋았던 것들만 얘기해주면 다들 좋겠다, 부럽다라는 말만 해요.
근데요, 요즘은 그게 다 싫어요.
그냥 절 위해서 한다는 것 자체가 다 싫어졌어요.
배부른 소리 같죠? 하지만 같이 있다보면 그런 느낌이 확실히 든답니다.
이 남자는, 연애가 항상 아름답고 달콤한 줄 알아요.
현실은 그게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항상 싸우려는 타이밍이 온다거나,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쓴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두 귀와 눈을 막고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싸우지 말자. 싸우지마. 싸우기 싫어. 그냥 행복한 것만 하면 안돼?
라는 듯한 표정으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구마구 퍼붓기 시작합니다.
저는요. 연애를 할 때 서로 대화를 하면서 푸는걸 원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할 순 없으니까, 서로에게 바라는걸 말하는거죠.
그런데 이 남자는 그 순간을 싫어합니다. 좋게 좋게 말을 꺼내려고 해도 그 순간만 모면하려고 들어요.
그 뿐만이 아니에요.
이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항상 상대방을 깔보며 얘기를 합니다.
상대방의 바보같은 소리일지라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아요. 오로지 자신의 관점에서 봤을 때 틀리다고 생각하고 가차없이 무시하려 듭니다.
본인은 항상 그런 적이 없다고 하지만...
제 꿈이 현실성이 없다며 그것보다 그냥 평범한 주부나 되라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적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관심 없는 분야의 얘기를 제가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알려줄 때에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아요.
적어도 저는.. 그래도 관심 있으려는 척이라도 하려고 하는데.. 이 남자는 애초부터 그런게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좀 ... 치졸해보이지만....
그 남자. 잘 생긴 편 아닙니다. 평범도 아니에요. 그 이하라면 이하지, 절대 이상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제 지인 분들의 평가 또한 같습니다.)
하지만 전 외모지적은 안했어요. 애초부터 외모가 우선순위였다면 사귀지도 않았겠죠.
근데 이 사람은 제 얼굴을.. 자꾸 연예인이랑 비교를 합니다.
저는 일반인이에요. 일반인과 연예인의 얼굴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좀 오버라고 생각 되는데.
솔직히 자존심 상합니다. 그것도 많이요. 전 적어도 그 남자의 얼굴에 대해서 뭐라고 한다거나, 비판을 한 적이 없는데.
이 남자는 연애 기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심해져요.
점점 지쳐갔습니다.
제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하는 것 보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안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상대방을 내려다보는 말을 하지 않고, 싸우더라도 대화로 풀어가는. 그런 것들이 저는 하고 싶은데...
그저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해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그 순간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태도가 너무 싫어요. 꼴 보기도 싫구요.
덕분에 문자라던가, 전화도 요즘 잘 안하려고 합니다. 한다고 해도 별로 하고 싶지 않은 티를 많이 내구요.
저도 이러고 싶진 않는데.. 그냥 다 싫어요. 곱씹어 볼 수록 너무 싫고, 너무 밉고 그냥 연애가 이런 거라면 그냥 끝내버리고 싶고. 그냥 다 싫어요.
그냥.. 속이 좀 답답해서 끄적여봤습니다.
연애는 항상 이런 것은 아닐꺼에요. 그쵸? 그치만 지금 현실에선 남자친구고 연애고 뭐고 다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