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내 갑작스러운 통보로 1년 동안 이어진 우리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 너에게는 그보다 길겠지. 날 짝사랑했었으니까. 헤어지고나니까, 너와 내가 보인다. 이제서야 너와 내 감정이 보여.
너랑 사귈 때 가장 좋았던 건 어딘가 사랑스러워보이는 나였어. 사랑하고 받으면 예뻐진다고, 어딘지 예뻐보였거든. 너도 내 외모를 자주 칭찬했지. 그런데 언젠가는 내가 예뻐서 원망스럽다한 적도 있었잖아. 난 그날 딱히 대쉬를 받은 것도 없었고, 그래서 네말이 굉장히 뜬금없어서 짜증만 냈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건 우리 관계가, 결코 동등해질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겠지. 난 맘 속 깊은 곳에서 꼭 너여야만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 떠날 채비를 하듯이. 그래서 단 한번도 함께 사진을 찍지 않았어... 나도 눈치채지 못한 내 마음을 넌 눈치를 챘었구나. 난 약속 시간에 한시간 넘게 늦은 적도 많잖아. 그런데도 넌 전혀 화내지도 짜증내지도 않았어. 미안해. 난 속으로 조금 비웃었어. 배알도 없다고 생각했어. 지금에서야 네가 날 기다리면서 무슨 생각들을 했을지, 궁금해져 내가 습관처럼 부정하던 네 마음의 크기가..이제서야 느껴진다. 네가 상처 받았던 것도..
그리고, 보이지 않던 내 마음도 이제야 보인다. 시작은, 내가 어렸을 때 심하게 괴롭힘 당했던 걸 너한테 얘기해버렸던 그 때부터겠지. 아마 그 때 우리 사이에 작은 균열이 생겼던거야. 넌 친구가 많았고 난 없었다. 그렇지만 내겐 그게 정말 별거 아니었어.
그런데 그 때부터, 내가 남들과 조금 다른 행동을 보일 때마다 너는 모든 걸, 나의 문제점으로 봤어. 넌 단 한번도 고립된 적 없었고, 피해자가 아니었으니까, 내게 항상 이유가 있다고....여겼겠지 난 네가 그럴 때마다 그냥 끄덕일 수 밖에 없었어. 왠지 가슴이 먹먹했지만...그냥 넘어갔어. 더 이상하게 보이면 안되니까. 떠올려보면 넌 가해자인 적 있다고 내게 웃으면서 말한 적 있었어. 난 그 때부터, 날 이해시키길 포기했던 거겠지.
그러니까, 이 이별은 사실 뜬금없지만은 않아. 난 언제나 나 자신만 보고있고, 넌 날 제대로 보고 있지 않았어. 더 오래 전에 끝났을 우리의 관계를, 그 애정이란 녀석이 억지로 잇고 있었던 거야. 이건 우리의 미숙함의 올바른 귀결. 그리고 남은 건 상처 뿐만은 아닐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