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연찮게 영등포 타임스퀘어 쯤 되는 초대형 쇼핑몰로 도망쳤습니다. 당신이 들어온 문을 마지막으로 건물의 모든 문은 잠겼으며 건물 안에는 철저하게 당신 혼자만 남았습니다. 음식과 신선한 물은 평생 먹고 마시고도 남을 정도로 남아있으며 쇼핑몰 내 오락실과 서점 덕분에 심심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 달 쯤 그렇게 지내니 혼자 지내는 것이 무료하고 심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슬슬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밖에는 좀비들이 득실대고 있어 나갈 수 없습니다. 핸드폰과 전화기, 무전기를 총동원해 여기저기 연락을 취해봤지만 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정문 쪽에서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습니다. 4명의 사람들이 문을 열어달라며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 1) 성형 하나 없이 김태희 급 얼굴에 한채영 급 몸매를 가졌지만 보슬끼 다분하고 김신명숙급 사고방식을 가진 20대 여성, 2)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지만 친일파에 뉴라이트 회원, 3) 베어그릴스급 생존전문가지만 당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동성애자, 4) 신동엽·김제동을 능가하는 풍부한 입담을 가졌지만 오원춘의 형량을 20년형으로 감형한 판사 등 4명입니다.
평소 인터넷질을 자주 한 당신은 이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곧장 이들의 이력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간의 무료함을 생각하면 충분히 열어줘야겠지만 만약 문을 연다면 이들이 어그로를 끌고 온 수많은 좀비들이 함께 들어오게 됩니다.
이들 네 명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자신만 살려달라고 난리입니다. 만약 한 명만 살리길 원한다면 그와 합심해 나머지를 좀비의 먹이로 던져줄 수 있습니다. 또는 세 명과 합심해 나머지 한 명을 좀비의 먹이로 던져주고 그 사이에 문을 잠글 수 있습니다.
자, 당신은 이들 모두를 살리거나 모두를 포기하거나 살리고 싶은 사람만 살릴 수 있습니다. 이제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