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벤게시판에서 본 일이다. 무과금 유저 하나가 게시판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키라풀돌 하나를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카드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게시판 사람의 댓글을 쳐다본다. 게시판 사람은 무과금유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각요에 숟가락을 얹어보고는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스샷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게시판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카드스샷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금딱지로 만든 카드오이까?" 하고 묻는다.
게시판지기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키라풀돌에 얼마를 쏟아부었어?" 무과금유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점검보상으로 주웠다는 말이냐?"
"엑토즈가 그렇게 큰 카드를 보상으로 내려주렵니까? 버그라면 픽스도 안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무과금유저는 손을 내밀었다. 게시판지기는 ㅋㅋㅋ 하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카드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패드 위로 그 카드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게시판에 올린 글 구석에 쪼그리고 댓글달며 키라풀돌 스샷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로그인한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무슨 요일에 그렇게 잘 뜹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댓글에 움찔하면서 손을 책상밑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pc전원을 내리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보류보내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보상으로 얻은 것이 아닙니다. 11연가차를 돌린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무과금유저에게 이런 걸 줍니까? 3성짜리 키라멀린 한번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공짜 쿠폰 돌려도 백쿠폰에 한 슈레플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에니드 명찰 수집 이벤트 때 부터 인연으로 얻은 카드에서 도시락을 모았습니다. 점검보상 스토리 클리어 보상 비경공략 보상 이렇게 모은 도시락과 공짜 쿠폰을 모아 원기옥 천쿠폰 돌려 얻은 키라 한장에 각요에 숟가락 얹어 걸린 키라 세 장을 섞어 금요일날 미친듯이 때려박았습니다. 이러기를 수십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키라풀돌' 한 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카드를 얻느라고 세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댓글에 ㅠㅠㅠ이 달렸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키라풀돌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카드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댓글을 달았다.
"이 키라풀돌 한 장이 갖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