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도 이제 모두 가고 말았어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새해가 밝겠지요. 시간이 가는 게 점점 무서워지는 건 나이를 먹어서만은 아닐 거에요. 내가 세상에 점점 섞여가고 있는 중인 거죠. 그걸 피할 수 없다는 게 두려워요. 변한다는 건 언제나 익숙해질 수 없는 마주침이니까요. 분명 나는 작년의 나와 매우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내년에도 그럴 거구요, 내후년, 5년, 10년 뒤에도 그럴 거에요. 내가 온전히 나 자신으로 세상과 마주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나는 점점 변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그 사실이 그나마 내가 이 변화에 초연해질 수 있는 이유에요. 두렵지만,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으니까요.
이 사회는 너무 가혹하죠. 살아가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는 없어요. 힘든 일은 어디에나 있고, 불행은 행복보다 바쁜 친구죠. 우리를 편하게 놔두지 않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 고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죠. 아픔에 익숙해지고, 상처 입는 것이 당연하게 되요. 시간은 지독한 진통제에요. 나이를 먹어서 드는 건 철이 아니라 내성인 거죠.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내가 겪는 아픔을 하소연하고 싶어요. 그래도 내가 그럴 수 없는 것은, 당신도 나와 같기 때문이었어요. 힘들다고 내 짐을 남에게 떠넘길 수는 없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래요. 편지를 쓰는 것은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꺼내는 얘기보다, 보다 깊은 속내를 보여주는 거라구요. 그리고 답장을 쓰는 것은 단지 맞장구를 치는 게 아니라 더 대단한 일인 거죠. 같이 고민해주고 고통을 나누는 일이니까요. 편지가 귀찮은 이유는 거기에도 원인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 내가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뭘까요? 답장은 오지 않을 것 같아요. 나도 귀찮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 내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요. 그러면 조금이라도 편해질까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그래요, 사실은 답장 없는 편지를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대자보를 쓸 용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외면하지 않기로 했어요. 나는 변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처럼, 지금까지처럼 억지로 변하고 싶지 않아요.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요. 상처받고 싶지 않은 나지만, 상처 받은 건 나만이 아니었으니까요. 좀 더 당신의 말을 듣고 싶어요. 나도 내 말을 하고 싶으니까요. 올해에도 난 많이 변하겠지만, 지금 당장 나는 이렇게 변하고 싶어요.
곁에서 돌아섰을 때, 당신이 곁에 서 있었으면 좋겠어요.
행복하게까지는 무리더라도, 덜 불행하게, 덜 우울하게.
더 편하도록, 더 즐겁도록.
올 한해, 당신에게 보다 안녕할 나날만 가득하길,
누구보다 빌게요.
2013년의 마지막 날에,
장명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