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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학교에 바바리맨 왔어요
게시물ID : freeboard_3876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후르츠
추천 : 13
조회수 : 646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09/12/18 22:20:07
안녕하세요.
서울 모 여고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났기 때문에
어제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모두들 평화롭게 잉여짓이나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는데요.


평소 4차원으로 유명한 다리가 예쁜 모 학생이 문득 일어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복도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몇 초 뒤에 갑자기,


"바바리맨이다!!!!!!!!!!111111111"
라는거에요.


너나 할 것 없이 반 전체가 복도로 뛰어나갔습니다.


저는 일단 대세를 따르지 않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나갔는데요.
마침 자리가 맨 뒤인데다 뒷문 바로 옆이라
빠르게 나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애들이 뒤에서 자꾸 미니까
정말 본의 아니게 맨 앞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1학년이라 교실이 4층에 있는데,
학교 옆에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언덕이 있습니다.


그 언덕을 유심히 살펴보니
정말로 갈색이 만연한 언덕에
초대받지 못 한 누군가가 멀뚱히 서 있는거에요.


'아. 저 분이구나.'


저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아이들은
문명의 혜택을 받은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재빠르게 휴대폰 카메라를 주머니에서 꺼냈습니다.


앞자리에 있던 친구들은 복도 창문을 열고
추운 날 몸소 행위예술을 실천하시려는 그 분에게


"야!!!!!!!!!!!!!!!! 빨리 벗어!!!!!!!!!!!!!!"


"춥지도 않냨!!!!!!!!!!!!!!!!!!!!!!!!!!!!!!"


"할거면 빨리 해라!!!!!!!!!!!!!!!!!!!"


라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었습니다.


잠시 후 다소 머뭇거리던 그 분은 마침내 결심이 섰는지
뒤로 돌아 자신의 하반신을 가리고 있던 허물을
모두 벗어내었습니다.


아이들의 기대는 커져만 갔고,


모든 걸 보여주기엔 부끄러움을 타셨던 그 분은
신문지를 살짝 펼쳐 본인의 얼굴을 가리더니


마침내 우리를 향하시더군요.


그러자 아이들은
여고에서 일명 남신이자 진리로 통하는 2PM이라도 본듯
뜨겁다 못 해 데일 것 같은 반응을 보냈고


점차 그 분도 겨울도 녹일 듯한 모두의 열기에 흥이 겨웠는지
카라의 엉덩이춤을 추듯 살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복도에 학생주임 선생님 등 몇몇 선생님들께서 등장하셨지만
친구들은 그 분의 작은 몸짓에도 변함없는 응원을 했고
그 분도 거기에 보답하듯 추위에도 꿀리지 않는 굳건한 자태를 보여주었습니다.


청룡영화상의 레드카펫 부럽지 않은 친구들의 취재열기도 대단했지만
아마존이 움직이는 듯한 그 분의 위엄 역시 실로 굉장하였습니다.


그렇게 약 몇 분 간의 퍼포먼스가 모두 끝이 나고
그 분은 자신이 언제 뭐라도 했냐는 듯


실제 여고생보다도 더욱 소녀같은 순수한 모습을 보이며
재빠르게 아랫도리를 입었고,


친구들은 바리바리 짐을 싸는 그 분에게 "앵콜!"을 외치며 이별을 아쉬워했지만,


아아. 그 분도 역시 차가운 도시 남자였나 봅니다.
그렇게 금세 언덕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이별은 또다른 만남의 시작이라고들 하지요.


언젠가 근처 여고 순회공연을 마치고 다시 돌아 올 그 분을 기리며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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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복도가 춥기도 하고 별로 관심이 없어서
얼른 반으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뒤에서 미는 힘이 장난이 아니기에
할 수 없이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하였는데
제가 적은 것은 아이들이 보고 들은 것을 종합하여
대충 아이들의 소감이 이러이러하였겠구나 하고 적은 것이라
저만의 생각은 별로 담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립니다.


그래도 여고 다니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일을
실제로 겪긴 했으므로 재밌는 추억이긴 하네요.


아 그리고 제목에는 바바리맨이라고 적긴 했지만
바바리를 안 입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분을 딱히 부를만한 명칭이 없는 것 같아
바바리맨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아 손시려


PS 귀여운 꼬릿말을 그려주신 흰곰팡이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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