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이라고 썼다가 “그건 틀린 말이야”라는 핀잔을 받은 기억, 다들 한 번씩은 있을 게다. ‘짜장면’이 표준어가 됐다는 소식이 반가웠던 건 그 때문인데, 이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지만 이참에 실용정부 치하에서 새로 만들어졌거나 과거에 비해 의미가 변한 용어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47’을 비행기 이름인 줄 알고 “좋은 거 아냐?”라고 했다가는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것처럼, 말도 정확한 의미를 알고 써야 좋으니 말이다.
-반값 등록금 정책: 국고보조 등을 통해 실제 등록금 액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다른 물가를 다 올려서 심리적으로 등록금이 반값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 최근 들어 나날이 물가가 오르는 것도 다 이걸 위해서다.
-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이름. 이름만 봐도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있다.
-복지: 포퓰리즘과 동의어로 쓰이며 망국의 지름길이다. 그리스를 비롯해 많은 나라가 지나친 복지정책 때문에 망했다고 알려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이 8.3%인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복지예산은 21.2%이므로 장차 OECD에서 남아 있을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멕시코와 터키 등 몇 나라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고: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때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진중공업에서 단행한 정리해고에서 보듯 회사가 수익을 많이 올렸을 때 시행하는 것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정리해고 직후에 주주들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납품단가: 무조건 후려치고 보는 것.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납품단가는 절대 인상되어선 안되며,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경우 소급적용도 가능하다.
-인사: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통치권자가 평소 신세진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주는 행위로 바뀌었다. 그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도록 일부러 전문성이 없는 분야로 보내는 게 특징.
-소망교회: 유영숙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수많은 공직자를 배출한 인재의 등용문.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에 제일은 소망’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음.
-위장전입: 주소지와 사는 곳을 일부러 다르게 하는 전략으로, 고위공직자가 되는 데 필수적인 자격조건.
-침묵작전: ‘침묵은 금’이라는 말은 구시대적 얘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침묵이야말로 안티를 만들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거기에 더해 ‘뭔가 대단한 걸 숨기고 있다’는 생각까지 갖게 만들 수 있는데, 박근혜 여사는 이 전략으로 몇 년째 3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가성: 호환·마마보다 훨씬 무서운 것으로, 무조건 부인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아무리 큰돈이라고 해도 “선의로 줬다”고 우기면 동정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장: 원래는 대통령이 되기 전의 디딤돌로 여겨졌으나, 요즘엔 도박판에서 판세가 불리하다 싶으면 내걸 수 있는 것으로 바뀜. 판돈으로 걸어도 승률을 5%밖에 올릴 수 없으니 아주 다급할 때가 아니면 걸지 않는 게 좋다.
-사실상 승리: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을 때 쪽팔림을 만회하기 위해 부르짖는 말. 축구 한·일전에서 스코어상으로는 한국이 0-3으로 졌지만, “한국이 사실상 승리한 경기다”라고 하는 게 그 예.
이런 점을 주의하면서 대화를 나눈다면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으로는 짜장면을 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