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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분들이 정말 교수라고할수있죠
게시물ID : humordata_12127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산타나알렉스
추천 : 1
조회수 : 4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10 21:20:39

친구들이 '짠돌이'라 하던 서울대 노총각 교수, 구강암 판결받자 모교에 110억 기부

서울대에 110억 기부한 故유회진 교수 기리려 스승·친구 모여
"부모·형제없이 떠난 그… 매년 제사 우리가 챙기자" 스승·친구 1년전 약속 지켜

9일 새벽 경기도 안성시의 유토피아 추모관. 산속 한가운데 자리 잡은 추모관 주변에 짙은 안개가 내리깔렸다. 오전 9시, 아무도 없던 추모관의 예식실에 노신사가 걸어 들어왔다. 예식실 앞 대형 TV에는 한 중년 남성의 사진만이 초상화 대신 떠 있었다.

"1년 전 이맘때의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이장무(67) 전 서울대 총장이었다.

중년의 남성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까만색 정장과 넥타이를 갖춰 입은 신사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 유회진(53) 전 동아대 교수를 기리는 제사가 시작됐다. TV 속 영정을 향해 절을 한 이들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유 전 교수 제사의 제주(祭主)는 서울대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유 전 교수는 외아들이었던 탓에 형제도 없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 재산 110억원을 기부받은 모교 서울대가 상주(喪主)로 나섰고, 은사(恩師)와 친구들이 동참했다.

"자신에게 매우 인색했지만, 사회를 향한 마음은 넉넉했던 내 친구를 되새깁니다. 당신이 확고한 마음으로 베푼 사랑은 우리 모두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임영재(54)씨의 추모사가 20㎡ 남짓한 예식실에 울려 퍼졌다.



중학교 때부터 유 전 교수의 친구였던 임씨는 어릴 적 작은 한옥에 살던 죽마고우를 떠올렸다. 임씨는 "중학교 시절 항상 절약하던 회진이네가 그렇게 돈이 많은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그게 몸에 밴 회진이였고, 부모님의 돈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암 투병 생활 때도 병원비 외에는 일절 돈을 쓰지 않았던 친구였다.

그는 아낀 돈으로 학사·석사 시절을 지냈던 서울대에 기부를 약속했다. 구강암 판정을 받은 그해 11월, 은사였던 당시 서울대 이장무 총장을 찾아가서는 "아무래도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서, 죽기 전에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면서 전 재산 기부의 뜻을 밝혔다. 친구들은 "모교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기부 약속을 하고 2년 후인 지난해 11월 10일 끝내 숨을 거뒀다.

"돈도 굉장히 있었는데, 인색한 편이었어요. 짠돌이 같았다고나 할까요?"

대학동기 윤병옥(54)씨는 친구를 그렇게 기억했다. 그에게 유 전 교수는 과제를 베끼는 것도, 실험을 대신 해주는 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원칙주의자이기도 했다. 윤씨는 "죽음을 앞두고, 친구가 원칙에 따라 내린 선택이 기부가 아니었을까"라고 했다.

"뭘 해도 열심히 하는 제자였죠. 교수가 되고 나서도 굉장히 겸손했던 친구였습니다."

제자를 위해 유학 추천서를 써줬던 이장무 전 총장에게 유 전 교수는 조용하고 꼼꼼한 학생이었다. 투병 기간 중 병문안을 갈 때마다 제자는 "기부금을 꼭 이공계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이 전 총장은 "자신의 성공이 학교와 사회의 도움 덕분이라 생각했기에 제자가 기부를 하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했다.

친구들은 유 전 교수가 넓은 인간관계를 갖진 못했지만 한번 통한 사람과 오래가고, 마음먹은 일은 확실히 하는 성격이었다고 했다. 운동에 몰두한 유 교수는 1981년 미스터코리아 선발 대회 헤비급 2위에 입상했다.

"하루는 전화가 와서 중매 좀 해달라고 말하더랍니다. 소개팅도 좀 해주고 그러지 왜 회진이를 총각 귀신 만들었어요." 이날 유 전 교수의 1주기에 친척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외사촌 형 손영석(64)씨의 말에 상주들은 웃음보를 터트렸다. "자기 자신에게 후하면, 쓰는 재미에 빠져 기부는 못 하는 것일까요?" 주종남(56) 기계항공공학부 학부장의 말에 모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 11시. 추모관 주변은 여전히 안개가 짙게 깔렸다. 내년을 기약한 유 전 교수의 상주들이 안개 속으로 하나둘 사라졌다. 상주들이 모두 떠나고 얼마 뒤, 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던 추모관 앞산에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0/20121110000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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