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재밌었어?" 어제 그녀는 친구의 집에서 밤을 샜다고 그랬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밤을 샜다고 내게 말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부재로 내가 지레 짐작했을 뿐. "응, 겁나 피곤해." 즐거웠다는 느낌보단 어제 너무 무리해서 이제 남은 힘이 없다는 표정에 더 가까웠다. 앞만 보며 약간 지친 표정으로 걸어가는 그녀를 보자니 이유 없이 미안했다. 왜일까, 그냥 내 힘든 마음을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그녀에게 전달하는 것이 미안했고 내가 너무나도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또 미안했다. 나도 모르게 마음 속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미안해." "응? 뭐가?" 아차, 싶었지만 이미 튀어나온 말이라 해명을 해야 했다. "아니, 그냥...... 넌 잘 살고 있는데 난 늘 너를 붙잡고 안 좋은 이야기만 하잖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청 화가 난 표정으로 톡 쏘아붙이는 그녀. "아...... 진짜 그러지 좀 말라고! 내가 오빠한테 그러는 거 좋아서 그런거지. 싫으면 내가 오빠 얘기를 듣기나 하겠어?" 보통때면 그 정도 선에서 끝났을 그녀였는데 오늘은 말이 조금 더 길었다. "어휴, 왜 대체 안 믿는거야? 내가 장난스레 얘기하는 거 같지만 나 정말로 오빠 좋아한다니깐? 문자에 적고, 지나가는 말로 그렇게 말하고 하는 게 그냥 예의상 하는 말 같아? 나도 함부로 그런 말 쉽게 내뱉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사실 평상시에도 누구에게나 좋아한다, 사랑한다 따위의 말을 쉽게 하는 그녀였기에 나는 저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을 뿐더러, 그 말들이 타인에게 하는 '좋아한다'와 내게 하는 '좋아한다'로 구분짓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사실은 그녀는 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예의상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가 끝나기 전에 난 그녀의 어깨를 돌려 당겼다. 휘둥그레 커진 그녀의 눈이 시야에 들어왔고 내가 눈을 감았는지 그녀가 눈을 감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직 감촉만이 내 입에 느껴졌다. 도둑키스. 그 순간에도 이건 너무 무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휩싸였지만 후회하긴 이미 늦었었다. 그녀도 역시 허락을 했기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길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다른 이들이 우릴 보고 있을 거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기쁨이 우리 주위를 감싸는 것 같았고, 행복이 다시금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에 난 살그머니 눈을 떴다. 과연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아직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나지막하게 말한다. "아시발꿈"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크리스마스는 케빈과 함께! ㅠ.ㅠ 아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