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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사연듣고 울어 보신적 있나요 ?
게시물ID : bestofbest_388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불이
추천 : 226
조회수 : 14352회
댓글수 : 5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07/29 10:12:30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7/15 10:32:28
출장가는중에 차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습니다.

마침 여성시대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는데 양희은씨가 사연을 하나 읽어 주더군요..

운전하면서 눈물이 얼마나 흐르던지, 결국 차를 세우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원본은 찾을길이 없고 제가 기억나는데로만 써 보겠습니다.





내가 10살때 625사변이 끝난 직후 전쟁고아가 되었다.

일가친척도 없고 아는사람하나 없어 시장통을 떠돌며 구걸을 하거나 버린음식등을 주워 먹으며 연명을 했다.

어느날 떡장사 아주머니가 내사연을 물어보더니 자기집에 가서 살자고 했다.

그 아주머니댁도 굉장히 살기 어려운 집이었다.

아저씨는 전쟁통에 돌아가시고 아주머니 혼자 시장에서 떡행상을 하며 5남매를 키우는 집이었다.

나보다 어린 동생이 한명있었고 나머지 4명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아주머니와 그 자식들은 날 친아들 친형제처럼 대해주었고 가족의 정이란걸 느낄수 있었다.

아주머니집으로 들어간 후에 그냥 밥얻어먹기가 미안해서 미군부대에서 하우스보이라는걸 했다.

하우스보이라는건 미군들 심부름같은걸 해주는 어린 소년을 말한다.

나름 열심히 일했는게 눈에 띄였는지 미군들 사이에서 나의 평판이 좋았었고,

미군 장교 한분으로 부터 양자를 삼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

이제 곧 귀국 할텐데 널 입양해서 미국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집에 돌아와서 아주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너도 내자식이나 마찬가지인데 보내기 싫다고 우셨다.

하지만 결국  미국행을 선택했고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아주머니는 이리 좀 와보라고 하시며 안방으로 날 불렀다.

장롱속에서 보따리를 주섬주섬 펴시는데, 

그 보따리 속에는 장에서 새로산 하얀고무신과 태극기 한장이 들어있었다.

고무신을 태극기에 싸 주시면서 미국가서 살더라도 네가 한국사람인걸 잊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아주머니와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컸지만 연락할 방법도 기회도 주어지지않았다.

40여년만에 한국으로 귀국하여 아주머니댁으로 찾아갔다.

아주머니는 벌써 돌아셨고 5남매 중 나보다 어렸던 막내동생만 만날수 있었다.

막내동생과 함께 아주머니의 묘를 찾았다.

40여년동안 소중히 간직했던, 세월의 흐름에 이제는 빛바래지고 삭아버린 태극기와 하얀고무신을 

아주머니의 무덤앞에 놓고 한참을 엎드려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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