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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이들. 시를 잘지었던 승희의 이야기입니다
게시물ID : sewol_388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숙한곧휴
추천 : 20
조회수 : 72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1/12 02:28:16
시를 잘 써 상까지 받은 승희에게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은 승희에게.

세월호가 침몰하고 9개월이 다 돼서 이렇게 용기를 내어 우리 딸에게 편지를 쓰는구나. 너무나 슬퍼서 사진조차 보지 않으려 하며 살았는데, 세월은 흘러 벌써 2015년이 됐어. 아직도 우리 딸이 엄마 곁에 없다는 게 꿈만 같아. 아니 꿈이었으면 좋겠어.

늘 사랑과 감사로 가득했고 고마움을 잘 아는 예쁘고 착한 딸이었는데, 왜 이리 엄마 곁을 빨리 떠나 버렸는지…. 엄마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하루하루 고통이구나. 마지막까지 꼭 구조될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던 딸이 이제는 이 세상에, 이 하늘 아래 없다는 게 너무나 슬퍼서 매일 눈물이 멈춰지지 않아. 우리 딸이 없는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잘만 돌아가는데….

엄마는 4월16일 마지막 순간에 배 안에서 구명조끼 입고 복도에 앉아 있는 우리 딸의 모습이 너무 슬퍼서 이 세상이 원망스럽고 용서가 되지 않는구나. 얼마나 무섭고 또 무서웠을까?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사랑하는 딸, 승희야. 비록 17년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우리 딸과 함께했던 그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어. 너무나 행복했단다. 우리 딸과 같이했던 그 소중한 시간 꼭 가슴에 묻고 기억하며 살게. 우리 딸도 모든 것 다 잊고 부디 하늘나라에서 친구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렴. 엄마, 아빠는 영원히 우리 예쁜 승희를 기억하고 사랑한단다.

꿈속에서라도 널 보고 싶은 엄마가.

신승희양은

지난해 4월12일 엄마와 아빠는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결혼 20주년(4월6일)을 맞아 단둘이 간 1박2일 여행이었다. 비용은 막내딸인 승희가 부담했다. 때마침 장학금을 타게 되자 엄마, 아빠에게 돈을 주며 여행을 다녀오라고 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신승희(17)양이 엄마, 아빠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다. 며칠 뒤 수학여행을 떠난 승희는 세월호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거실 소파 위에는 승희가 몰래 두고 간 편지가 놓여 있었다. 엄마, 아빠에게 쓴 이 편지에는 ‘나 없는 동안 셋이 재밌게 보내. 사랑해’라고 쓰여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언니를 위해 ‘언니 계속 자라고 강요하지 말라’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승희는 4월22일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1월11일은 승희의 생일이다.

승희는 수학여행을 가기 보름 전, 천안함 사건을 주제로 <항해>라는 시를 써서 학교에서 우수상을 탔다. ‘우리는/ 잔잔한 바다를/ 영원히/ 함께 항해하리’로 끝나는 짧은 시였다. 승희는 이 시에 나오는 문구처럼, 지금 친구들과 잔잔한 바다를 영원히 함께 항해하고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email protected], 그림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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