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이민 경험기 5 - 무식한 영어공부 방법.
게시물ID : emigration_3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ecluder
추천 : 30
조회수 : 5740회
댓글수 : 40개
등록시간 : 2015/09/03 14:10:33
한국을 떠나서 영어권에서 산지가 15년이 넘어가는군요.
예전글에서 얼핏 썼다가 지운글을 다시 써볼까합니다. 물론, 지금은 효과적인 방법으로 공부하시는 분들도 많고 좋은 학원도 많아서 별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저만의 방법으로 지금은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지라 한번 소개해드릴게요.
저처럼, 영어항체가 있어서 뭘 어떻게 공부시작해야될지 몰라서 무작정 문법책을 사시는 분들이나 학원등록해서 다니시는 분들에게 열심히 하실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맘에 적어드립니다. 
응답하라 1994보다 조금 이른 학번의 공대생인지라 지독한 영어항체가 온몸을 둘러싸고 있어서 저의 첫 토익점수는 1998년 초에 3백몇점이었습니다. 990점 만점이었던가요...ㅠㅠ
My name is... How are you? Fine, thank you, and you? 외엔 단어력도 딸리고 문장구사는 커녕 듣기도 잘 못했던 2000년 6월에 전 캐나다로 무작정 떠나왔습니다. 제 짐속에는 Longman 영영사전 한권들고 왔었구요, 현지 영어학원을 다녔지요,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한 일주일정도 지났을때, 학원을 왔다갔다하는게 캐나다로 옮겨온것뿐, 공부하는게 다를바 없어서 별로 늘지 않더군요. 해서, 나름 무식하게 공부하는 계획을 짰고,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 얘기를 이제 하려고 합니다.

1. Vocab.
옛날 선배세대들이 사전을 외우고 먹는다는 무식한 방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말중에 동사(Verb)를 공략하기로 했죠. 특히나, 여러의미를 갖는 동사들... 예를 들어, do, have, take, put, make... 등등. 사전에 있는것을 그대로 필사를 했고, 학원다니면서 반복하면서 봤습니다. 영영사전의 장점은 그 단어가 쓰이는 곳을 정확히 묘사를 해주고, 예문이 많다는 것이죠. 그냥 통째로 필사해서 외우려고 했습니다. 그러고나서, 형용사(adjective), 부사(adverb), 전치사(preposition), 명사(Noun)순으로 공부했습니다. 성문영어나 맨투맨에서 항상 나오는 명사를 보다가 그만둔적이 많았던지라 순서를 좀 바꿔봤지요.

2. Listening
참, 쉽지 않은것이 듣기와 쓰기였습니다. 홈스테이에는 조카를 위해서 디즈니애니메이션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필리피노 집에 가면 어디나 디즈니비디오들이 많았습니다. 그당시엔 티비에서 Friends가 인기였지만 한 30분 혹은 1시간 봐도 알아듣기가 참힘들었죠. 자막을 켜도 눈이 따라가질 못해서 도움이 되질 못했습니다. 해서, 생각한것이 디즈니 비디오였습니다. 우선은 인터넷에서 대본을 프린트했습니다. 첫 디즈니비디오는 알라딘이었구요.
a. 비디오 한번 보고 듣기. b. 대본에서 단어를 찾아, 뜻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c. 비디오 틀어놓고 대본만 보면서 같이 읽기. d. 비디오만 보기.
e. 대본을 다시한번 번역해보기. f. 비디오만 보기. g. 비디오 틀어놓고 대본만 보기. h. 비디오만보기...
무한반복을 했습니다. 한 20번쯤 보고나니, 들리더군요, 그리고 대사를 내가 말할수 있게 되더군요. 대본없이 배우들의 톤대로 명확히 들리는 그 순간은 아직도 잊지를 못하겠네요. 그리고는 다른 비디오로 무한 반복을 했습니다. 라이온킹, 헤라클레스(허큘리스), 포카혼타스, 미녀와야수, 인어공주... 등등... 두번째 영화, 세번째영화를 볼때마다 대본에서 찾는 단어수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무한반복하는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약 15편여가 지났을무렵 대본없이 영화를 80-90프로 이해하며 보게 되었구요, 만화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때 보았던 첫영화. 로빈 윌리암스의 패치아담스. 이 영화를 보고는 벅차오르면서 눈물을 흘렸던것을 지금도 기억하네요... 좀 쪽팔리기도 했지만서도... 다행히 집에서 봐서 제 눈물을 본사람은 없었죠. 영어는 영어자체로 듣고 이해를 해야지, 한국말로 번역을 하려고 하면 늦어지기도 하고 콩글리쉬가 되니 듣는대로 집중해서 보시면(자막없이), 감정적인 부분을 풍부하게 느낄수 있습니다. 

3. Speaking
캐나다 온 첫날부터 용기를 내서 도심공원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마냥 붙잡고 얘기를 해보려 했습니다. 제손엔 무수한 레모나가 들려있었구요, 선물로 드렸지만, 많은 분들이 의심하며 안 받으셨죠. 말을 못하니 설명도 잘 못하겠고, 비타민이라고 얘기해도 잘 받질 않으시더군요. 음...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인사하고 날씨얘기하고 어디서 왔냐등등, 적어간 내용 다 하고 나면 할말이 없어서 어색하게 자리를 떳던....ㅠㅠ
그리고, 몇번을 얘기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의기소침해져서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참 힘들었죠.
한 두어달 지났을때(물론 위의 1,2번을 열심히하던중에), 공원에서 기타치는 한젊은애들이랑 얘기를 하게 되었죠. 물론, 당시로는 제게 큰돈이었던 5불을 통에 집어놓고 음악을 들으며 주위를 서성이다가, 그들의 공연이 끝났을때 얘기를 하게 되었죠... 역쉬나 레모나를 주면서요... 동부에서 무전여행을 하는 대학생들이라더군요. 저와 얘기를 하던중에 한 친구가 저에게 혹시 화났냐고 묻더라고요... 제가 영어를 쓰면서 얼굴이 너무 굳었다며... 그리고, 제 억양(Intonation)과 악센트가 부정확해서 알아듣기 힘들었다고요. 그래서 또 소심해지니, 한마디 더하더군요. 그들이 잘 못들어서 다시 묻는다고 목소리가 작아지면 더 못들으니, 더 크게 얘기하라고... 집에 돌아와,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거울보며 미소지으며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시작했고, 톤도 조금 낮게 조금 천천히 얘기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또한, 사전에서 나오는 액센트에 맞춰서 단어들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마치 게임에서 하듯이 높이를 달리해서... 그리고, 한국식 버릇중에 자음에 액센트가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Shrek을 보러 가자고 했을때, 슈렉보러가자고 했더니 다들 못알아듣더군요. sh는 거의 새는듯 작게 하면서 e에서 확올리듯이 말하니 알아듣더라는 거죠... 얘네들은 모두 모음에만 강세가 들어간다는 것을 그때 뼈져리게 알았습니다. 그리고, 대화중, What?, What you say? I can't hear you. 등등을 듣게 되더라도 절대 작아지지 않고 더 크게 얘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점들을 유념하면서 말을 하니, 처음에 가졌던 ' 저 중국넘은 정말 듣기 힘든 억양에 악센트인데 잘 알아듣고, 내말은 저 중국넘보다 나은것 같은데 못알아듣냐... 인종차별하나??' 의문을 풀수가 있었네요. 
대화를 할때의 예의중에 하나는 아이컨택입니다. 또한, 얘기를 잘 듣고 있다는 추임새를 해주는 거죠.(really?, do you? are you? perfect. absolutely, of cause, ... 등등..) 이해를 잘 못하면 걍 웃지마시고, 솔직히 말하는것이 관계를 오래갈수있게 해주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웃으면 언젠가는 들키고 우습게 봅니다.

4. writing
글쓰는것은 참 힘들었습니다만, 영영사전으로 단어를 그리고 조금 자신이 생겼을 때 한권 더 사게 된 Thesaurus은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물론, 비슷한 단어도 자세히 찾아서 어떤상황에 쓰는것이 맞나하는 것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식의 두서없는 글쓰기에 익숙한 저에게는 공식과도 같은 에세이는 적응하기가 넘 힘들었죠. 쓰기만 하면 뻘건색이 난무하고 콩글리쉬라고 지적을 받았던거죠. 이때 보기시작했던것이 논문이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관심이 가는 제목의 논문을 빼들고 읽어보았죠. 그때 보았던 논문중 하나에는 '성인 이민자가 고등교육을 통해서 원어민과 무리없이 대화하기까지 걸리는 평균시간이 7년이다' 라는것이 있었네요. 이해가 갔습니다. 음... writing을 쓸때는 pre-writing이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머리속에는 말하고자 하는 것이 많지만 pre- writing을 통해서 간결하고 말하고자하는 내용만 써서 읽는 사람에게 혼선을 주지 않는 내용이어야하거든요. 여기서 공식을 말하기는 구구해지지만, 두괄식이라고 하나요? 주제문 후에 서포트문장등으로 문단을 이루는... writing을 조금만 해보시면 무슨말씀이실지 알테니 걍 패스. 쓰기에서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할것이 내가 쓰려고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하고 간결해서 읽는사람이 이해가 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영어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을때, 자존심과 자만심사이를 휘저을만큼 자신이 있었네요. 물론, 영어공부를 하면서부터 대학들어가서 졸업할때까지 하루 5시간이상을 자본적이 없네요. 약, 10개월후인 2001년 5월에 토플을 보았구요 243점을 받아서 대학들어가는데 문제없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만점이 300점이었고, 대학학부는 210점이상, 대학원은 220점이상이었기에 한때 자만심에 젖어있을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곧 그런 선입견이 깨졌습니다. 캐나다친구들이 들을때는 우린 모두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쓰는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만심을 버리게 된 계기가 되었죠.

한국에서도 혀짧게 얘기하고 웅얼거리는 사람과의 대화는 그닥 유쾌함을 주지않듯이, 어디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미소를 띄면서 천천히 명확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호감이 가듯이, 저는 아직도 거울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는 연습을 합니다. 위의 방법은 1년후에 같이 온 제 동갑내기 와이프도 똑같이 했던 방법이고, 우리는 같이 대학을 다녔습니다. 10살이 되는 아들넘은 아직까지는 아빠가 우리집에서는 영어를 젤 잘하는줄 알고 물어옵니다. 레퍼토리가 한정됐다는것이 탄로나기전에 대비를 해야하므로 작년부터 우리부부는 Philosophy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공부를 시작하거나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쁘고, 격려를 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30-40이 다돼가서 영어가 걱정이다하시는 분들은 미루지 마시고, 꾸준히 공부하시다보면 그 열매를 손에 쥘날이 올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저는 흔히들 말하는 Bar에 가서 젊은 애들이랑 얘기 많이 하다보면 영어가 자연스레 된다는 거짓말을 믿지 않습니다. 물론, 제 머리가 깡통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땀흘린만큼, 많이 써서 생긴 손 물집수만큼 실력이 갖춰진다고 믿습니다. 언어와 지식은 내가 아는만큼 들리고 아는만큼 보이는 겁니다. 다들 열심히 언어공부하셔서 (한국말잘하는 외국인들처럼) 영어잘하는 이민자들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홧팅.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