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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사태의 본질은 고위공직자 성추행 추문이 아니다.
게시물ID : sisa_3890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5
조회수 : 41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14 15:36:01

정치판에서 저격수라는 포지션은, 같은 편에게조차 신용을 얻기 힘든 상당히 소모적인 역할이다.

이미지 관리를 해야하는 주류 정치인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일들을 대신해주는 돌격대 겸 총알받이인 것이다.


상대를 공격하고 흠집내고 때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이미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질펀하고 원색적인 비난, 욕설도 서슴지 않아야 하는 이런 '네거티브 전문 역'은 정치적 파벌을 이끌고 주도하는 지도부 격이거나 먼 훗날을 도모하는 정치적 유망주들처럼 자신의 이미지가 생명인 이들로서는 절대로 손을 대지 말아야 할 지저분한 역할이다.


그러기에 이런 저격수역은 대부분 자기 이미지를 소진하더라도 그것을 팔아 파벌 내에서 조금이라도 입지를 넓혀보고자 안달이 나 있는 '떨거지 정치인'들이 자처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주류 정치인들에게 이런 저격수들은 멀리 두고 적당히 이용한 뒤 뒷 말 없도록 떡고물 좀 떨궈주는 정도의 사람이지, 절대로 곁에 두고 중용해서는 안될 인물들이다. 생각해보라, 정치인에게 이미지란 정치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기 이미지를 팔아치워가며 떡고물 좀 얻어보겠다고 설치는 자해공갈단을 어찌 신용할 수 있겠는가.


정도를 걷는 신념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저격수의 존재 자체를 혐오할 것이고, 신념이 아니라 이권에 따라 움직이더라도 정치 잔뼈가 좀 굵은 노련한 정치인이라면 저격수를 적재적소에 이용해먹기는 하더라도 절대 중요한 자리에 중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저격수에도 급이 있기는 하다. 저격을 하더라도 적당선을 지키며 자기 이미지를 지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정치적 창녀'따위 질펀한 막말을 앞뒤 안가리고 싸지르는 저급하고 저렴한 수준의 저격수들도 있다. 전자의 경우 그나마 정치적 생명을 길게 가져갈 수 있고, 운만 따른다면 상당히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자극적인 말로 단기적 여론몰이를 해야 하는 저격수로써의 '성능'은 떨어지는 편이기에 그만큼 효용성도 적다. 이는 곧 자신의 '고용주들에게' 받아먹을 수 있는 떡고물의 양도 적다는 의미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저격수는 앞뒤 가리지 않고, 논리따윈 개나 줘버리고 막말과 철면피의 자세를 보여주는 편이다.


수구세력의 저격수라 자처하는 변 모씨를 새누리당에서 왜 중용하지 않는가를 생각해보면 정치판에서 저격수의 입지란게 어떤건지 답이 나올 것이다. 헌데, 박근혜 정권은 가장 첫 인선이었던 청와대 대변인 자리에 변 모씨와 별 다를게 없는(그보다 한 반레벨 정도만 높은 급의) 윤창중을 앉혔다. 물론 이 상식이하의 인선은 곧바로 수많은 반대에 직면했는데, 그의 인물을 보고 반대한 언론계, 야권, 일반 여론들을 떠나 여권에서조차 반대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노련한 새누리당 내 정치꾼, 모사꾼들마저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매우 중요한 자리에 대한 '저격수'의 중용을 심각하게 우려했다는 것이다.


위에서 이미 말했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저격수 따위를 중용하기는 커녕 이용하지도 않는다. 약아빠진 정치꾼일지라도 정치에 대해 어느정도 식견이 있는 이라면 저격수를 이용은 할지언정 절대 중요한 자리에 앉히는 법이 없다. 대통령 대변인 자리에다 저격수, 그 중에서도 정말 막장급의 저격수를 앉혔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 판단력이 얼마나 일천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다른 자리도 아니고 자신의 대변인 자리다. 저격수란 스스로의 이미지를 팔아 작고 알량한 권력을 탐하는 이들이다. 이런 작자를, 자기 이미지를 대변해야 하는 자리에 앉혔다. 이것은 대변인이 뭐하는 직책인지를 몰랐거나, 아니면 저격수가 어떤 역할을 하는 이인지를 몰랐다는 말이된다. 박근혜 옹호론자들은 항상 말한다. 국회의원 몇선을 거친 정치경험이 박근혜의 큰 무기라고. 나는 이렇게 반론하겠다. 국회의원 한번도 안해본 채 바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나마 이해하겠다. 헌데 십수년을 정치판에서 굴렀다는 사람이 이런 기초중의 기초도 모른다는 것은 박근혜의 학습능력이 어느정도까지 낮다는 의미인 것인가?


또한, 다시한번 말하지만 다른 자리도 아니고 자신의 대변인 자리에다 저격수를 앉혔다. 위에 말했듯 저격수는 존재 이유자체가 누군가에 대한 네거티브이다. 공격수라는 소리다. 선거캠프의 대변인이라면 이해하겠다. 하지만 박근혜는 이미 선거에서 이겼다. 대권을 손에 쥔 승리자다. 헌데 대통령 대변인 자리에 네거티브가 전문인 공격수를 앉혔다. 이것은 누구와 더 싸우겠다는 의미인가? 대통령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이란 자리는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연결창구이다. 이곳에 날을 잔뜩 세운 망나니 공격수를 앉혔다. 입으로는 통합과 융합을 부르짖는 신임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하기 위한 창구에다 공격수를 앉혀놨다. 이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가?


윤창중의 원정 성추행 사건은 박근혜가 대충 뭉개고 넘기려 들며 '고위 공직자 기강해이'쯤으로 포장하려고 하고 있지만, 단순한 스캔들이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이 얼마나 일천한 것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막장 인선으로 인한 예고된 참사였고, 예정된 결과였다는 말이다. 자기 이미지를 관리해야 할 중책에다 이미지팔아 먹고 사는 하루살이 막장인생을 앉혀놨을때부터 당연히 벌어질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도 괜찮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다 경청하고, 수렴하고, 적당한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것만 잘하면 된다. 민주공화정의 대통령이란 이런 일을 하기 위한 사람이다. 각종 전문가들을 모아 일을 맡기고, 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고 합의점을 이끌어내며 적절한 타협을 하게 하는 것, 이게 대통령의 할 일이다.


헌데 정말 문제는 윤창중의 임명은 박근혜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단적으로 강행한 일이었단 것이다. 그것도 이자를 1호로, 이후의 인선 역시 자기 마음대로 주위의 의견을 모조리 묵살한채 밀어붙였다. 위에서 말했다. 대통령이 모든 일을 다 잘할 필요는 없다고, 딱 하나만 잘 하면 된다고. 헌데 박근혜는 지금 그 한가지조차 못하고 있다. 남의 말을 전혀 들을 줄 모른다.


유능한데 다른이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대통령은 최상이다.

무능하지만 다른이의 의견을 잘 수렴하는 대통령은 차선이다.

유능한데 다른이의 의견에 귀를 막고 독단을 부리는 대통령은 하수이다.

무능한데다 다른이의 말 따위 다 무시하는 독선적 대통령은 최악이다.


박근혜의 정권 초반 행보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저격수를 자기 대변인에 앉히겠다는 정도의 쌩초짜 아마추어 식견을 보여주면서도 남의 말은 절대로 듣지 않는다. 윤창중은 스스로 밀어붙여 기어이 자리에 앉혔고, 그 결과로 지금의 참사가 일어났다. 장관직 인선 역시 자기마음대로 밀어붙이며 야권이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고 겁박했다. 윤창중 참사는 이후 일어날 수많은 인사실패 중 첫 스타트일 뿐이다.


박근혜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아집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신이 독단을 부린 인사가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경청해가며 말 뿐이 아닌 진짜 통합을 이뤄가는 것이다. 수첩을 버려라. 무능한 주제에 망상과 아집과 독선으로만 가득찬 자신의 수첩을 버려야 박근혜가 살 수 있다. 무능함을 인정하고 대신 다른 이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유능한 대통령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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