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치는 기도의 제목이 좀 발칙한 것을 용서하시옵소서. 나이 들다보니 이럴 땐 솔직한 게 장땡이라는 생각이 들더이다.
그래도 한때는 순수한 마음으로 성전에 나가고 경건한 마음으로 무릎 꿇었다는 것을 당신이 누구보다 잘 아시니까~
주일 예배, 수요 예배, 새벽 기도 다니면서 열심히, 수많은 말로 떠들었지만 기도 짬밥이 좀 되다보니 몇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다 하나님 덕분입지요~
첫째는 돈! 돈입니다. 제가 돈을 좀 왕창 벌게, 팍팍 밀어주세요. 노력한 만큼 온다 이런 말 마시고 장마철 비 쏟아지듯이, 늦가을 은행잎 떨어지듯이 우루루 부어주세요.
저도 나름 노력 합니다. 그러니 제가 손대는 일은 한번도 실패하지 않게 힘써 주세요.
물론 무엇이 중요한가 생각 안해본 건 아니네요. 이웃과 사회의 안녕, 세계 평화, 뭐 되면 좋겠지만 이것도 다 돈 있고 볼 일입디다.
벌게만 해주시면 십일조에 특별헌금 보장합니다. 저 믿으세요. 우리 목사님 설교 중에 십일조 떼먹었다가 벌 받은 놈 이야기 은근히 끼워넣으시는데 뭐 오고가는 현금 속에 싹트는 우정이라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근데 벌고 나서 제 마음이 바뀌더라도 살짝 눈감아 주세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신도들이 바치는 천문학적인 헌금이 다 어디로 가는지 그거 우리도 잘은 몰라요. 주지스님이랑 목사님한테서 룸살롱 술 수백 만원어치 얻어먹어봤다는 이야기도 있고 사회봉사 했다고 자랑도 가끔 하지만은 부동산에 제일 많이 묻혔을 거라는 게 우리끼리 하는 솔직한 생각이죠. 그거 아니면 뭐하러 절에서 권력 잡겠다, 아들놈한테 교회 세습해준다, 그리 싸우겠어요.
두번째. 건강 확실히 챙겨 주세요. 술담배 적당히 하고 과식하지 말고 운동 꾸준히 해라 그런 말씀 마시고 그냥 한방에 아픈 데 좀 낫게 해주세요. 제가 크게 맘 먹고 하루쯤 금식기도는 해볼 생각이 있어요. 대략 80살까지만 잘 먹고 잘 살게 해주세요. 어차피 인간은 죽는 거니까 크게는 안 바랄께요. 죽은 다음에 천국 가서 신세 꼭 갚을께요.
세번째. 우리 자식들 한눈 안 팔고 공부만 오로지 하게 하옵시고 좋은 대학 가서 돈 되는 직업 얻고 확실한 집안 출신의 착한 배우자 만나게 해주세요.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런 말씀은 말아주세요. 남의 자식한테는 저도 할 수 있는 말이거든요. 이거 뭐 나만 좋자는 거 아닙니다. 하나님의 자식이 잘 나간다 하면, 하늘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 아니겠습니까.
요 세 가지는 꼭 들어주세요. 몇 가지 훌륭한 말 덧붙이고 싶지만은 요거는 나 아니라도 남들이 하니까 생략할께요. 옛쑤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추신. 탈레반 애들 때문에 요즘 어디 가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말하기가 조금 거시기한 분위기네요. 그래도 너무 걱정 마세요. 하나님 아버지가 유일 막강 파워 신이라고 꽉 믿을께요. 절에 다니는 사람들 이야기 들어봐도 그쪽에 별 거 없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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