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문과를 졸업하고 1999년 중국으로 취업하여 현재까지 중국 상해에 위치한 한국회사 지사장으로 근무하던중 올해 사월에 퇴직했습니다. 사회 첫 출발에 대만회사에서 보낸 2년을 제외하면,상해의 한국회사에서 8년넘게 일해왔고,외국에서 고생하며 회사를 일으켰으나 불공정한 처우와 사장님의 무절제한 공금횡령에 분노하여 마찰을 만들어 오다가 결국 지난 달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정말이지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했었는데...... 너무 오버했습니다.ㅋㅋ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았지만 잘못한 것은 사장님과의 관계를 잘 닦지 못했다는데 있었죠. 사장님은 제가 회사를 세팅하고 난 2003년부터 중국에 상주해 계시지만 지금까지 출근은 거의 하지 않으셨습니다. 영업과 오더관리,회사살림,출장 등을 모두 저에게 일임하신것만으로도 많이 배웠고 감사하지만 항상 고독하고 무엇보다 멘토가 없다는게 제일 답답했었죠. 바이어접대와 방문, 공장수배와 상품조사, 상품개발이라기 보다는 카피품 만들기, 잡다한 회사관리, 출장 등으로 8년의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갔습니다. 회사가 어려울때 사장님이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그돈으로 컨테이너짜서 보내기까지 했는데 올해초부터 월급주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알아서 미래를 설계하라고 하시면서 다른 사람들에겐 저놈은 관리직만 해왔으니 나가서 제대로 된 월급도 못받을거라고 하셨다는군요. 쩝...그리고 저도 우물안개구리가 되어서 한국에 들어가면 어떻게 적응할지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저는 어릴때부터 연극이나 미술 등의 예술쪽으로 발전하고 싶었고 입상도 여러차례 했습니다. 고등학교때 미술 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도 있었으나 저의 꿈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을 동반한 반대에 그만 주눅이 들어 완전히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화구와 화판은 불타고 스케치북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손지검을 당하다 보니 ....아주 먼지나게 맞았습니다.ㅋㅋ그 이후로 미술과 관련된 분야는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며 잊고 살려고 애썼습니다.현재 외국에서 결혼도 못한 채로 37에 접어들었고 그동안 종사해온 OEM무역과 도매판매 일에 대해서는 더이상 미련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미술이나 영화 시나리오/만화콘티 제작과 관련된 직종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어디부터 길을 찾아가야 할지 난감합니다. 제 중국 친구는 제가 이런 소리를 하니까 미쳤다고 욕을 하고 난리입니다. 외국에서 홀로살면서 결혼도 못하고 아예 인생 망가지려고 작정을 했다고 독한 소리를 해주어서 대꾸는 못했지만 맘이 너무 상해서 이틀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사실 중국친구의 권유로 상하이에서 악세사리 시장조사를 해보고 남대문 물품을 떼다가 여기서 장사도 두 달 해보고 있습니다만, 장사도 잘 안되고 무엇보다 제가 즐겁게 할 마음이 생기질 않아서 답답하더군요.
제가 다시 꿈을 꾸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보고 구본형씨의 "그대 스스로를 경영하라"와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웨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인데, 친구가 저를 너무 철없는 사람 취급을 해서 아주 무안하더군요. 뭐 철없게 보일수도 있겠습니다만..완전히 자기 분수를 모르는 실업자에, 나이먹고 책임을 벗어나 도피하는 인간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 자기의 꿈을 꾸어보지도 못하고 실천도 못해보고 다시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 아무 회사나 덜컥 들어갈 생각을 하자니 저에겐 그게 더 한심스럽게 생각이 되더군요.
작년 년말부터 차근차근 나 자신의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나의 장단점과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정리해 보고 난 뒤에 내 생각을 이야기 했던 것인데....
지금도 저희 어머니에게 가끔 미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미술은 취미로만 하그레이....하십니다. 그리고 다른 집 자식들은 손자가 벌써 5살인데 넌 뭐꼬...하시면 전 부끄러워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동안 아버지 없는 장남으로서 가족경제를 위해 헌신했고 동생도 장가갔고 어머니도 10년동안 제가 생활비 대드리고 있는데 결혼 못한걸 빼고는 제가 평생에 무슨 큰 죄를 진것은 아니기에 맘 다잡고 내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물론 내가 이 나이에 미술 한다고 하면 가족과 친구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은 당연합니다. 불경기에 회사 짤리고 자기도피 하는 인물났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요.
가능하다면 학교나 사설교육원을 찾아가 훈련을 해야할 것 같은데 저처럼 늦은 나이에 예술쪽으로 진로를 전환하는게 사회통념이나 여건상 매우 불리한 일이겠지요.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존재할것 같은데.....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서 밑바닥부터 새로 배워야 하는데 과연 이런 늙은 사람을 써줄까도 의문입니다.ㅋㅋ 늦었지만 제가 고등학교때 꿈꿨던 길을 가고 싶군요. 그리고 죽기 전에 더 큰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전에 일하던 필드와 관련된 직장에 가라는 고마운 분의 조언이 있었지만 미술쪽으로도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