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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피 묻은 손까지 잡을 만큼 허약한가
게시물ID : sisa_327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헨젤과그랬데
추천 : 19/2
조회수 : 52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07/08/28 10:02:28

 [프레시안 홍성태/상지대 교수]

   영화 <화려한 휴가>가 많은 관객을 모으며 '광주 항쟁'에 관한 기억을 일깨우고 있다. 물론 한편에서 이 영화의 질적 성취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이 영화가 과연 광주 항쟁을 올바로 기억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광주 항쟁의 기억을 지워 버리고 싶은 자들은 이 영화에 대해 비난을 퍼부으며, 이 영화의 정치적 효과를 막고자 기를 쓰고 있기도 하다.
  
  역사의 교훈을 잊는 자는 반드시 역사의 복수를 받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 <화려한 휴가>는 역사의 복수를 막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 중대한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명박 후보가 이번 주에 전두환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는 이 계획이 크게 잘못되었으며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두 사람의 공과에 대해서도 복잡한 논란이 전개되어 왔지만, 두 사람이 민주화의 시대를 연 현대 한국의 대표적 정치인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두 사람을 방문하는 것에는 상당한 정략적 계산이 개입되어 있기도 하고, 어쩐지 전근대적 원로정치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렇기는 해도 우리의 정치적 현실에서 두 사람을 방문하는 것은 민주화의 역사를 이어나가겠다는 다짐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두환, 노태우를 방문하는 것은 국민을 모욕하고 역사를 능멸하는 일일 뿐이다.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전두환을 방문하는 것은 더욱 더 그렇다.
  
  국민을 정면으로 모욕하면서, 역사를 정면으로 능멸하면서, 대통령이 되고자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하고 역사를 수호하는 최고 책임자여야 한다. 얄팍한 정치적 산술로 마땅한 정치인의 책무를 올바로 이행하지 않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지난 5월에 이명박 후보는 5ㆍ18국립묘지를 찾았다. 이때 그는 비석을 쓰다듬으면서 상석을 밟아서 논란을 빚었다. 다시 8월에는 광주 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광주 항쟁을 '광주 사태'라고 말해서 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사실 이런 '실수'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정말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은 전두환을 방문해서 정치적 지원을 받고자 하는 행태이다. 진정 광주 항쟁의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정치인이라면, 광주 학살의 주범을 방문해서 인사를 나눌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보다 더 광주 항쟁을 모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명박 후보는 2005년 9월에 '청계천 개발 사업' 완공을 앞두고 전두환을 초청해서 극진히 대접한 것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비판에 전혀 개의치 않는 양, 그는 지난 1월 초에 전두환을 방문했다. 전두환은 그야말로 호사를 극한 한복을 차려 입고 그를 맞이했다. 전두환의 너무나도 호사스런 모습은 시민들을 크게 분노하게 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전두환을 방문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정통성을 전두환에게서 찾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정치적 정통성은 광주 항쟁인가, 광주 학살인가? 전두환을 방문해서 그의 '은총'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이명박 후보의 정치적 기반은 허약한가?
  
  한 번 생각해 보자. 전두환이 누구인가? 그는 1979년 '12ㆍ12 군사 쿠데타'의 수괴이자 1980년 '5월 광주 학살'의 괴수로서, 1996년 1심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전두환이 권력을 장악한 1979년 12월부터 1987년 12월까지 만 8년은 박정희의 '긴급조치' 시대만큼이나 어둡고 무서운 시대였다.
  
  전두환은 광주에서 수백 명의 시민을 학살한 것에 더해서 '삼청교육대'를 만들어 수천 명의 시민을 강제연행해서 괴롭히고 죽였다.
  
  전두환의 잘못은 무도한 폭치에 그치지 않았다. 그가 저지른 비리를 보노라면, 그는 단군 이래 최대의 도둑이 되기 위해 권력을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쿠데타는 '비즈니스'였던 것 같다.
  
  노태우는 4000억 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전두환은 그보다 훨씬 많은 1조 원 정도를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더욱이 전두환의 비리는 그에게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자식과 손자, 그리고 이순자의 친척까지 모두 비리에 연루되었거나 커다란 의혹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비리 집안'인 것이다.
  
  폭력으로 보나, 비리로 보나, 전두환은 단군 이래 최악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연희동 집이 아니다. 잘못된 정략적 계산으로 그는 사형을 면했고, 감옥에서도 풀려났다. 지금이라도 이런 잘못을 바로잡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 1월 5일, 이명박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나이 들면 골프가 제일 좋다", "올해가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이 후보가) 황금돼지 한 마리 잡았다"라는 등의 말을 건냈다. 한편 이날 언론에 소개된 전 전 대통령 자택 내부의 호사스러운 모습은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는 그의 말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대통령 후보자의 전두환 방문은 전두환의 '화려한 휴가'를 전두환의 '화려한 대선'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 후보가 전두환을 방문한다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명박 후보를 위해서도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전두환은 그가 저지른 거대한 역사적 잘못으로 말미암아 전(前)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박탈당했다. 그런 자를 전(前) 대통령이라며 방문해서 인사를 나누고 정치적 지원을 받고자 하는 것은 국민을 모욕하고 역사를 능멸하며 법을 우롱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국민에게 전두환의 잘못을 잊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그의 '비자금'을 되찾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노라는 공약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홍성태/상지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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