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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열등감
게시물ID : gomin_4736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야Kaya
추천 : 0
조회수 : 35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1/13 00:17:40
부모님이 요새 사이가 좀 안좋으신데(심각한건 아니고 별것도 아닌걸로 말다툼이 생기는 그런거)
원인은 아빠

본래 검사 목표로 했지만 사법고시2차에서 떨어지고 결국 반공무원으로 취직,
요즘 본인보다 공부못하던 동기들이 검사, 변호사, 혹은 의사(고등학교 동창)로 양주도 막 마시고 건물도 두어채 있고 애들 유학도 보내고 그런다 하니 왠지 상대적 박탈감이 드신듯

아마도 얼마전 동기들이랑 술 마셨는데 하루술값이 몇십만원 나왔던 때부터 시작된듯하다.
맨날 친구들한테 얻어먹다가 그날 하루 처음으로 친구들 술 좀 사줬는데 몇십만원. 엄마한테 바가지를 많이 긁히고 난 다음부터 아빠는 조금씩 울분을 토해냈다

예를 들명 그런거다. 내가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여기고 있을때, 그냥 지나가는 말에도 상처받고 신경이 곤두서는거.

요즘들어 부쩍 심하다. 고3 동생이 있기에 엄마가 '목소리 좀 낮춰라' 라고 하면 아빠는 왜 말을 그따위로 하냐며 화낸다. 들어보면 논점이 다르다. 내가 그렇게 한심하냐는 말 같다. 문제는, 엄마의 말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거. 그냥 목소리 좀 낮춰달라는 말에 아빠가 그렇게 과한 반응(과 고함)을 보이니 오히려 엄마가 질리기 시작하시는것 같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자기가 그리 행동해서 더 한심하게 보이고, 그걸 또 감지한 아빠가 화를 내고, 그걸 보고 또 엄마가 질려하는 악순환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화를 내고 다시 가라앉은 아빠의 반응때문. 보통 정말로 화가 났다면 같은 말을 다시하면 화가 나게 되어있다. 근데 화가 가라앉은 아버지께 다시 점잖게 말하면 화를 내지 않는다. 본인께서도 계면쩍은 모양이시다.
게다가 화를 내는 문제도 같다. 주로 티비 소리를 낮춰라, 목소리 좀 낮춰라, 그리 좀 행동하지 마라. 본인의 행동에 제약이 걸렸을때 격하게 화를 내신다. 솔직히 저게 화가 나는 일인지도 알수 없지만(다시 말하지만 집엔 고3 동생이 있기에 어느정도 타당한 요구가 아닌가)
세번째로 화를 내는 이유다. 꼭 싸우다 보면 아버지가 엄마한테 말하는게 있다. '남편한테 그게 할 소리가' '니가 남편을 대체 뭘로 보고...' 난 모르겠다. 남편이고 아내고 결국 같은 사람인데, 왜 아내는 남편한테 저런 말도 하지 못하는거지? 어느순간부터 아버지가 상당히 가부장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게 내가 보기엔 아무리 봐도 상처받은 동물이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털을 곤두세우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남편이다! 날 존중해! 나는 결코 한심하지 않아!

문제는 너무 곤두서있다는거다. 너무. 겁먹은 동물처럼 잔뜩 긴장해있다가 호의로 다가가는 손마저도 물어버린다. 감히 날 한심하게 보다니! 네가 나를 뭘로 보는거야!!

우리는 아빠를 아빠로 보았을 뿐이다. 엄마랑 아빠는 우리 몰래 산에도 놀러가고 공연도 보러가고 야구장에도 가고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는 엄마대로 고3인 동생을 챙기고 아빠는 아빠대로 혼자 운동하고 노신다.
물론 동생이 고3이라 엄마가 놀러가지 못한 이유도 있다. 근데 지금 동생 수능이 끝난 이후 문제는 더 커졌다. 지난 1년간 아버지의 고함을 들으신 엄마가 아빠를 질려하기 시작했다는거다. 내 눈에도 조금씩보인다.

엄마는 자꾸 고함치는 아빠를 한심하게 보고
아빠는 그 눈빛에 자꾸 화를 내신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빠 엄마도 사람이기 때문에, 본인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건드리는건 실례라고 생각한다.
아빠 엄마가 지금 상황을 깨닫고 본인의 행동에 조금만 자제를 했으면 한다. 물론, 그걸 내가 건드려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마다 건드리면 안될 상처도 있기 마련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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