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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연대 창립선언문으로 보는 남성연대
게시물ID : sisa_2470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ㄹㄴㅂ
추천 : 3/3
조회수 : 32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11/13 03:52:18

 


창립선언문은 여기서 보세요
http://www.manofkorea.com/?mid=group&category=205659


모바일로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쓰다가 날렸더니 멘붕이네요ㅠㅠ 글이 미흡해도 좀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아무튼 조국 항목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남성연대에 대한 담론에서 주로 쟁점이 되는 성 대결과 관련되는 항목을 집중해서 보고자 넘어가겠습니다.

 

 

가족.

 

출산율 저하가 심각한 문제라는 데에야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남성연대 창립선언문에서는 출산율 저하가 페미니즘 탓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네요. 그러니 페미니즘은 공공의 적이라는 식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웬만큼 경제규모 크고 문화수준이 일정 이상 되는 나라라면 페미니스트 없는 나라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나라들이 죄다 저출산에 허덕이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 프랑스가 참 부럽던데(여성 한 명당 애를 둘 넘게 낳는 나라라니!) 프랑스는 페미니즘의 해악에서 벗어난 나라라서 그런가요? 아닙니다. 프랑스는 대단히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과 보육지원 정책으로 저출산을 극복하는 데 성공한 나라입니다.

애초에 페미니즘에서 애 낳지 말자고 세뇌를 하지도 않지만(여자들이 애를 안 낳으면 인류가 멸망함) 페미니즘에서 아무리 세뇌해봤자 낳고 싶은 사람들은 다 낳아요. 낳고 싶어도 못 낳는 이유가 따로 있죠. 애 낳으면 회사에서 퇴직당하거나 승진길이 막히기 일쑤고 애 기르는 데 돈은 무지막지하게 많이 드니 못 낳습니다. 전 누가 셋째 낳았다고 그러면 제일 먼저 그 집 돈 많나보다 부럽다 소리부터 나옵니다. 맞벌이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인 시대에 애를 낳으면 직장이 불안정해진다... 애 낳을 엄두가 안 나게 되죠. 그렇다고 엄마가 출근할 때 안심하고 애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충분한 것도 아니구요.
이런 문제는 쏙 빼놓고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페미니즘으로 몰고가는 이 글이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글로는 사랑을 외치는데 실제로는 여자를 까고 페미니즘을 까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고 갈등을 조장하네요.

그리고 페미니즘이 남성은 영원한 가해자, 여성은 영원한 피해자로 본다는 건 무슨 여성 참정권 투쟁하던 시절의 얘긴가요? 요즘 페미니즘은 남성/여성의 대립구도로 세상을 보는 걸 지양하고 장애인이나 성적소수자 등 다른 차별받는 사람들에까지 관심을 넓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왠지 밝히고 싶어져서 말하는 건데 저는 여성인권운동가나 페미니스트 같은 건 아니고 그냥 대학 시절에 관련 교양 좀 들어봤고 세상 돌아가는 거에 나름 관심이 많아서 이것 저것 주워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한국 남성의 가정 경제생활비 부담율이 세계 1위라는(사실인지 의심스럽지만 일단 진짜라고 믿고)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애를 낳으면 애 엄마가 직장 생활을 하기 힘드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죠. 애 엄마들은 뭐 돈 더 벌어서 내 애한테 더 좋은 음식 먹이고 좋은 옷 입히고 좋은 교육 받게 해주기가 싫어서 그러겠습니까.

 

이혼도 페미니즘 탓이라고 우기고 있는데... 전 이 글의 사고 구조가 좀 웃깁니다.
페미니즘이 여자들을 세뇌하기 전 여자들은 지금보다 착했고 그래서 이혼하지 않았다. -> 그런데 페미니즘이 득세한 다음 여자들이 못돼져서 이혼하고 난리다. -> 그러니까 페미니즘이 나쁘다.
결혼은 여자들이 착해서 이혼 안 하고 참아야만 하는 그 무엇인가요? 사랑하는 두 남녀가 축복 속에서 결합하는 게 아니라요? 사랑 사랑 외치는 사람들이 자기 글에서 자가당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혼이 저출산만큼 중대한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혼 많이 해도 애 많이 낳고 국가 경제에 문제 없고 다들 행복하게 산다면 그게 뭔 상관인가요. 이혼 자체가 지양해야할 문제인 게 아니란 얘깁니다. 이혼 때문에 사람들이 불행해진다면 대책을 세워야겠지만.

 

아 그리고 공적 영역은 가치있는 일이고 가정은 아니라는 식의 입장은 페미니즘과 오히려 정반대의 입장입니다. 페미니스트들은 가사노동의 중요성과 가치를 재발견했고 그런 사람들의 주장 덕분에 경제력이 있는 남편과 전업주부 아내가 이혼할 때 재산분할에서 그나마 아내의 입지가 좋아졌죠. 창립선언문에서 말하는 공적영역/사적영역을 구분하고 가치에 차등을 두는 건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거죠. 페미니즘은 그런 구분이 결과적으로 여성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도구가 되었다고 보는 거구요. 창립선언문에 나온 건 두 가지를 이상하게 짬뽕을 해놨네요.

 

 

균형.

 

평등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 없이 고른 게 평등이랍니다. 그런데 남성연대 창립선언문은 거기까지는 대강 맞았는데 그 다음 줄부터 벌써 틀렸습니다. 평등이 단순히 권리나 의무를 수치화해서 산술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거라면 강남 8학군 엄마들이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퍽이나 가만히 놔뒀겠습니다... 왜 시골 학생들을 강남 학생들보다 우대해주냐고 이거 차별 아니냐고 시위라도 했겠죠. 하지만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소리를 진심으로 드러내놓고 하지 않습니다. 평등은 그렇게 단순한 개념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겁니다. 정치 분야에서 여성의 비율을 규정으로 정한다거나, 유색인종을 대학 입시에서 우대해준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요.


그리고 당연히 부부는 평등해야 하는 겁니다. 누가 높고 누가 낮고 그런 거 없죠. 아내가 남편을 돈 벌어다주는 기계로 보고 구박하고 자기는 백화점 쇼핑이나 즐기면서 살면 안 되듯이 남편도 아내를 섹스도 해주는 가정부 정도로 보고 업신여기면 안 되는 겁니다. 서로 존중하면서 아내가 시댁에 잘하면 남편도 처가에 잘하고 그러고 살아야 하는 거죠. 그리고 그게 안 되면 이혼하는 겁니다. 결혼 그렇게 신성한 거 아니에요. 폭력이든 빚이든 뭐든 같이 못 살겠다 싶은 이유가 있으면 신성한 결혼 생활의 유지를 위해서 참고 사는 게 아니라 자기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깨는 게 맞죠. 남성연대 창립선언문은 말은 번드르르하게 해놨는데 참 되도 않는 말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더 할 수 있는 말도 있겠지만 여기까지만 써도 이런 글을 자기 조직의 얼굴로 걸어놓고 있는 남성연대가 병신집단이라는 데에 동감하시리라 믿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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