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아래에 있는 글에 달린 어이없는 댓글을 보고 아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걍 게시글로 씁니다.
요즘같이 나들이 다니기 좋은 계절에는 놀러 다니다가 어디 부딪히고, 넘어지고 해서 긁히고 찢어지고 피가 나는 상처가 자주 생길겁니다.
특히 애들은 더더욱 그렇지요.
가벼운 상처야 집에서 간단한 처치만으로도 금방 낫지만, 간혹 말도 안되는 민간요법을 줏어듣고 그대로 해놓고는 이거 왜이렇냐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금 비몽사몽이라 글이 약간 두서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간단하게 이렇게 하면 좋은 것과 해서는 안될 것으로 나눠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깊게 긁히거나, 찢어져서 피가 철철 나는 상처의 경우입니다. 혹은 살점이 떨어져 나간 경우도 포함입니다.
1. 해야 할 것, 혹은 하면 좋은 것
- 상처에 육안적으로 보이는 더러운 이물들(흙이나 뭐 그런 것들)이 묻어 있다면 흐르는 수돗물에 가볍게 씻어 줍니다. 고여 있는 물이나 육안으로 보기에 맑아 보이지 않는 물은 피하세요. 그리고 절대!!!! 소독한답시고 뜨거운 물로 씻어서는 안됩니다. 균이 죽기는 커녕 상처 주변의 조직이 죽어서 오히려 균이 더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요. 절대 상온의 시원한 혹은 그냥 밍밍한 정도의 물을 사용하세요.
- 씻어낸 후에도 출혈이 계속 된다면 멸균된 거즈로 상처를 덮은 후 그 위를 압박합니다. 그냥 꾹 눌러주시면 됩니다. 멸균된 거즈가 없다면 사용하지 않은 깨끗한 휴지도 관계없습니다. 어차피 병원 가면 다시 세척할거니까요. 뭔가 이물질이 묻어있지 않은 천이나 휴지 등으로 압박해서 지혈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이 과정을 하면서 응급처치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보기에는 상처가 얕을 지 몰라도 병원에서 안을 뒤져보면 뭔가 중요한 구조물 손상이 있다던지 깊숙한 곳에 이물이 박혀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만일, 떨어져 나간 살점을 찾을 수 있다면 따로 세척하거나 하지 말고 최대한 그대로 보존해서 같이 병원에 가지고 옵니다. 특히 피부가 떨어져 나간 경우에는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일단 병원에 가지고 오면 대부분의 응급실에서는 알아서 적절한 방법으로 보관을 해 뒀다가 필요한 경우에 사용을 하니 가능한 한 떨어져 나간 살점은 찾아서 같이 가지고 오시는 게 좋습니다.
2. 하지 말아야 할 것
- 피가 난다고 지혈제나 재 같은걸 뿌리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발 그러지 좀 마세요. 그거 결국 다 씻어내야 하는 이물질일 뿐입니다. 안그래도 지저분한 상처에 그딴 게 뿌려져 있으면 그거 씻어내는데 시간 몇배로 더 걸립니다. 잘 안씻기면 칫솔로 벅벅 벗겨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절대 상처에다 뭐 뿌리거나 바르거나 하지 마세요. 특히 된장!! 제발 된장만은...
- 소독한답시고 상처에 빨간약 바르거나 아예 들이붓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 항목보다는 덜 멍청한 짓이긴 합니다만, 상처에 베타딘 용액이 직접 닿는 건 상처 치유를 오히려 지연시킨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1번 항목에서 말한 것 처럼 깨끗하게 씻어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이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뭉개고 있지 마세요. 특히나 손가락이나 손은 중요한 인대나 신경이 피부에서 얕은 곳으로 지나기 때문에 얕은 손상으로도 인대나 신경의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꼭 의사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초기에 확인했으면 수술 등으로 해결이 가능했을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이 힘들어질 수 있어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방문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리고, 넓은 면적으로 긁히는 상처인, 찰과상의 경우는 많은 분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에 상처를 잘 세척하고 습윤 드레싱만 잘 지키면 별다른 흉터 없이 회복이 잘 되는 경우가 많으나, 상처가 햇볕을 많이 받을 경우에는 새로 올라온 살이 옆의 살과 색이 다르게 보일 수가 있습니다. 보기 싫을 수 있으니까 주의하시는 게 좋습니다.
혹시 또 나중에 생각나는게 있으면 댓글에다 추가하겠습니다.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질문하셔도 좋습니다. 의갤에도 능력자 분들 많으시니까요.